매년 전 세계적으로 식량의 약 3분의 1이 손실되거나 낭비되고 있다. 이에 음식 쓰레기의 양을 줄이고 남은 음식을 최대한 활용하고자 하는 스타트업들의 움직임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음식물을 포함한 쓰레기는 메탄과 같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이로 인한 온실가스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8-10%를 일으키는 것으로 추정된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2021 음식 쓰레기 보고서’를 통해 "아시아 태평양 지역은 전 세계적으로 낭비되는 음식물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세계에서 음식 쓰레기가 가장 많이 배출되는 지역 중 하나"라고 전했다.
이에 트레처, 피닉스처럼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품 구조’ 앱이 생겨나고 있는 추세다. ‘식품 구조(Food Rescue)’는 음식이 낭비되지 않도록 음식과 사람을 연결해 주는 것을 말한다. 식당들은 낭비될지도 모를 식사가 있을 때 앱에 게시하고, 사용자들은 앱을 통해 자신이 필요한 음식을 얻을 수 있다.
전 세계 음식물 쓰레기의 절반 이상이 배출되는 아시아
'트레처(Treatsure)'는 하얏트, 아코르 그룹, 싱가포르 매리어트 탕 플라자 호텔 등의 체인과 협력해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뷔페 인 박스(buffet-in-a-box)’라는 이름의 이 서비스는 호텔 뷔페의 음식을 주어진 상자에 채운 뒤 현장 결제하거나 배달받는 것을 말한다. 싱가포르의 그랜드 하얏트 호텔의 디너 뷔페는 일반적으로 약 70달러(약 9만원)를 지불해야 하지만 이 앱을 이용하면 그 가격의 10분의 1로 즐길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사용 가능한 상자를 이용해 예산이 빠듯하고 지속 가능성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의 주목을 끌고 있다.
회사의 공동 설립자이자 CEO인 프레스턴 웡(Preston Wong)은 “평소 ‘지속가능해야 달성 가능하다’는 생각을 지니고 있었다”라며 “호텔, 레스토랑과의 협력을 통해 앱 사용자들은 버려질 수도 있는 음식을 ‘박스 인 뷔페’ 서비스를 통해 맛볼 수 있게 됐다. 기술이 그 격차를 메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웡 대표는 “2017년에 출시된 이후로 트리처는 약 30미터톤의 음식이 낭비되는 것을 방지했으며 현재 사용자가 3만명이 넘는다”라고 전했다.
2021년 기준 싱가포르의 음식물 쓰레기는 81만7000톤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에 비해 23% 증가한 수치다. 싱가포르 당국은 유일한 매립지인 세마카우(Semakau)가 2035년까지 고형 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홍콩도 비슷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 홍콩 환경보호국에 따르면 이미 13개의 매립지가 다 찬데다, 2020년까지 하루 약 3300톤의 음식물 쓰레기가 버려진 것으로 알려져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한 실정인 것이다.
2021년 홍콩에서 출시된 앱인 '피닉스 바이 온더리스트(Phenix by OnTheList)'는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생겨났다. 홍콩 지사장 앤 클레어 베로(Anne-Claire Béraud)는 “홍콩은 모든 것이 매우 조밀해 폐기물을 처리할 공간이 많지 않다”라고 전했다.
이 앱을 통해 사용자는 원하는 레스토랑, 베이커리, 슈퍼 등의 매장에서 최소 50% 할인된 가격으로 ‘미스터리 도시락’을 픽업할 수 있다. 지금까지 2만 5000개의 도시락이 판매되었으며 각 도시락은 약 1kg의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고 4.5kg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방지한 것과 같은 효과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닉스(Phenix)의 기존 플랫폼은 2014년 프랑스에서 출시되었으며 다른 4개 유럽 국가로 확장되어 1억5000만끼의 식사를 절약했다. 홍콩의 경우 판매 전문 기업인 온더리스트(OnTheList)와 협력해 운영된다.
식품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개념이 아시아보다 높은 유럽의 현황
아시아의 식품 지속 가능성의 개념은 북미와 유럽에 비해 아직 초기 단계다. 프랑스는 이미 슈퍼마켓에서 판매되지 않은 식품을 버리는 것을 금지했으며 스페인은 최근에 정제 회사의 폐기물 처리를 위한 법안 초안을 작성한 바 있다. 캘리포니아와 뉴저지를 포함한 미국 일부 주에는 매립지로 가는 음식물의 양을 줄여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주법이 있다.
이러한 법안 발의 후 유럽에선 ‘투 굿 투 고(Too Good To Go)'와 같은 앱의 인기가 높아졌다. 이 앱은 2016년 덴마크에서 출시된 것으로, 하루가 끝나면 버려질 품목, 음식 등을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하는 서비스 제공한다.
현재 미국, 캐나다 및 영국을 포함한 17개국에서 운영되고 있다. 이른바 ‘매직 백’으로 알려진 서비스를 통해 1억5200만끼 이상의 식사를 제공했으며 매장으로 새로운 고객을 불러들이는 동시에 낭비되는 음식 쓰레기를 줄이는 효과를 내고 있다.
아시아의 식품 구조 앱, 해당 지역의 문화와 습관에 맞춰야 할 것
유럽의 변화에 발맞춰 아시아 역시 문화적으로 다양한 지역에서 ‘식품 구조(Food Rescue)’ 를 내세운 소규모 현지 스타트업이 자국 시장으로 진출하고 있다.
트리처의 왕 대표는 “북미와 유럽에서는 그러한 도전을 이해하고 대처하는 데 어느 정도 성숙했지만 아시아에서는 이야기가 이제 막 시작되었다”라고 전했다.
‘투 굿 투 고’와 비슷한 비즈니스 모델을 지닌 앱, '타베테(Tabete)'는 2018년 일본에서 출시된 식품 구조 앱이다. 38만4000번의 식품 구조, 52만5000명의 누적 사용자, 2140개의 상점과 제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앱을 만든 공동 창립자이자 최고 제품 책임자인 타이치 이사쿠(Taichi Isaku)는 "기업은 해당 지역의 문화와 습관에 맞춰야 한다. 새로운 기술을 성공적으로 도입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알아둬야 할 영역”이라고 전했다.
UN 아시아 태평양 식량농업기구(FAO)의 식품 시스템 책임자인 앤서니 베넷(Anthony Bennett)은 “개인 기기를 이용하는 애플리케이션과 같은 소비자 대면 기술은 매우 유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주제는 소비자의 전반적인 식품 이해도를 높이는 것과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트레처와 타베테를 포함한 일부 애플리케이션은 이러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자 SNS을 통해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방법과 조리법 등을 사용자에게 교육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