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위기가 계속되면서 독일과 캐나다 사이의 에너지 외교가 강화됐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23일(현지시각)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캐나다에서 만나 그린수소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을 강화하는 ‘수소 동맹’을 체결했다.
숄츠 총리가 캐나다 순방길에 나선 것은 러시아 가스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캐나다에서 LNG 수입하려는 목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캐나다는 독일에 LNG보다는 수소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독일과 캐나다의 민간 기업들도 에너지 관련 거래에 나섰다. 독일의 에너지 회사 유니퍼(Uniper)는 그린 암모니아를 수입하고 자동차 기업인 폭스바겐과 메르세데스 벤츠는 전기차 배터리 소재를 확보하기 위해 접근하기 시작했다.
독일과 캐나다 수소 협정에 서명…LNG 협상은 잠잠
캐나다는 풍력 발전 단지에서 생산된 녹색 수소를 2025년까지 독일로 운송할 계획이다. 이는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의 화석 연료 의존도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파트너십의 첫 단계다.
블룸버그는 트뤼도 총리와 숄츠 총리가 23일(현지시각) 풍력 발전 잠재력이 풍부한 캐나다 동부 해안에서 만나 5년 기한의 ‘수소 협정’에 서명했다고 전했다.
양국은 대서양 수소 공급망을 2030년 이전에 구축하고, 2025년부터 수소를 공급하기 시작할 계획이다. 독일은 2045년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상당한 양의 재생가능한 수소를 수입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숄츠 총리는 23일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LNG 공급은 단기적으로 필요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그린수소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캐나다와 독일은 당초 캐나다 대서양 연안에 LNG터미널을 건설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그러나 LNG 생산지인 캐나다 서부의 앨버타에서 동부 해안으로 가스를 운송하는 비용이 높고, 전 세계적인 에너지 전환으로 가스 수요가 감소할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LNG 터미널이 수소 터미널로 전환되지 않으면 수명이 너무 짧아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조나단 윌킨스 캐나다 자원부 장관은 19일(현지시각)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동부 해안에서 가장 큰 기회는 수소다”라고 말했다.
캐나다 경제전문지인 코퍼레이트나이츠는 15일(현지시각) 캐나다 총리실에서 LNG에 대한 별도의 언급이 없었고, 지난달 윌킨스 장관이 “캐나다 액화천연가스(LNG)를 동부 해안 터미널에서 유럽으로 수출하기 위한 연방 자금 지원은 없을 것”이라고 발언한 점을 들어 양국 간 LNG 거래의 미래가 어두울 것으로 예상했다.
유니퍼, 폭스바겐, 벤츠도 캐나다와 MOU
한편, 독일 최대 전력사 유니퍼는 지난 23일(현지시각) 캐나다의 친환경 에너지 기업 에버윈드(Everwind)와 MOU를 맺었다. 유니퍼는 에버윈드에서 연간 100만 톤의 그린 암모니아를 구입할 계획이다.
암모니아는 에버윈드가 계획하고 있는 포인트 터퍼 시설에서 생산된다. 포인트 터퍼 공장은 2025년 초에 가동할 예정이다. 유니퍼는 이번 MOU에 대해 기대가 큰 것으로 드러났다.
유니퍼 대변인은 “이번 합의는 독일 등 유럽 각국의 탈탄소화를 촉진하는 한편, 러시아산 화석연료 제품에 대한 독일의 의존도를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폭스바겐과 메르세데스 벤츠는 캐나다의 풍부한 광물에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에 따르면, 두 기업은 캐나다와 니켈, 리튬, 코발트 등 전기차 재료로 사용되는 광물에 대한 MOU를 맺었다.
헤르베르트 디스 폭스바겐 CEO는 “탄소 배출량이 적은 배터리 원료를 조달하고 양극재와 같은 소재를 생산하여 북미 지역에서 배터리 생산 능력을 지속가능하고 빠르게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폭스바겐은 2030년까지 유럽에 240기가와트 규모의 대형 배터리 셀 공장을 건설하고, 북미 지역에서도 공장 부지를 물색하고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2030년 전까지 모든 차량을 전기화할 준비를 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는 세계 최대 배터리 기업인 중국의 CATL과도 계약을 맺고, 유럽 지역에 배터리를 공급하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는 MOU의 일환으로 캐나다의 락테크리튬과 전략적 제휴를 모색한다. 연간 1만 톤의 수산화리튬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락테크리튬은 2026년부터 메르세데스 벤츠에 연간 1만 톤의 수산화리튬을 공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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