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불안한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EU 회원국은 전기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가스 저장고를 늘리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이탈리아 전력기업 에넬 CEO는 “천연가스에 의존하는 것은 터무니 없는(Foolish)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편 메이저 석유기업은 경제성을 이유로 유전 사업을 접고 LNG 사업을 늘려가겠다는 입장이다. 

EU 프란스 팀머만스 기후위원장은 지난 2일 “가스 저장고에 관한 한 유럽은 옳은 일을 했으며, 대부분의 저장소가 매우 꽉 차 있다”면서 “문제는 러시아로부터 가스가 완전히 차단되면 어떻게 되느냐는 것인데, 가스 소비에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겨울을 버틸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매장량이 완전히 고갈된 2023년 봄이다. 팀머만스 기후위원장은 “에너지 위기에 직면하기 전에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하며, 시민들이 올 겨울에도 난방을 할 수 있도록 전기 가격을 낮추기 위해 모든 조치를 동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그가 말한 ‘모든 조치’가 단기적인 가스 및 전기요금 상한제를 의미하는지에 관해 질문을 받자 “그 방안도 조치 중 하나지만, 우리가 하는 일이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더 큰 피해를 초래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에너지 시장을 구축하는 데 30년이 걸렸기 때문에 장기적인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현재의 문제에 확실히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에넬의 프란체스코 스타레이스 CEO/에넬
에넬의 프란체스코 스타레이스 CEO/에넬

이 발언 이후 에넬의 프란체스코 스타레이스 CEO는 “유럽이 천연가스에 의존하는 것은 어리석다”며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나은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이탈리아 경제금융부가 대주주로 있는 전기·가스 기업 에넬은 2040년까지 가스 생산을 중단하고, 유통 가스 시장에서도 손을 뗄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컨설팅 회사 유럽 하우스(European House)가 주최하는 연례 국제 경제회의인 암브로세티 포럼(Ambrosetti Forum)에서 일부 연사들은 석유와 가스가 향후 25년 동안 에너지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스타레이스 CEO는 이것을 정면 반박한 것이다.

스타레이스 CEO는 “그 주장은 약 15년 전의 견해이며, 그때는 맞았을지 몰라도 지금은 틀렸다”면서 “경제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화석연료에 훨씬 적게 의존하면서 훨씬 더 잘 작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모든 사람들이 화석연료 의존성을 줄이는 것을 이해하려면 아마도 2년 넘게 걸릴 것 같다”고 덧붙였다.

 

경제성 이유로 석유 대신 LNG 선택한 석유 메이저들

한편, 엑손모빌과 셸은 캘리포니아 최대 석유생산 합작회사인 아에라(Aera) 매각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일 로이터에 따르면 “올해 에너지 가격 급등과 상장기업들이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오래된 사업을 중단하면서 석유자산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호황기에 맞춰 화석연료 매각을 준비중인 것이다. 

캘리포니아주에서 석유를 채취하고 있는 아에라 현장 모습/아에라 에너지
캘리포니아주에서 석유를 채취하고 있는 아에라 현장 모습/아에라 에너지

아에라는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큰 석유 생산자 중 하나로 하루에 12만5000배럴의 석유와 3200만 입방피트의 천연가스를 생산하고 있다. 연간 약 10억달러(약 1조3700억원)의 수익을 내면서 매각을 하더라도 최소 수십억 달러부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엑손모빌과 셸은 올해 2분기 석유와 천연가스 가격 상승으로 전년 동기 대비 거의 두 배의 수익을 올렸다. 엑손모빌은 179억달러(약 24조5000억원)의 당기 순이익을 기록해 역사적인 수익을 냈다. 셸 또한 2분기 약 510억달러(약 69조9000억원) 매출을 올렸다. 

엑손모빌, 셸은 석유와 가스 판매로 인한 높은 마진을 이용해 이번 분기에 총 230억달러(약 31조5000억원)를 주주들에게 돌려줬다. 기록적인 수익에 영국은 7월 초 북해에서 생산되는 석유와 가스 생산자에 25% 가량의 횡재세를 부과하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에, 역설적으로 ‘경제성’ 때문에 셸은 지난해부터 석유 사업에서 손을 떼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 7월 셸은 엑손모빌과 세운 조인트 벤처 아에라 지분을 매각할 계획을 이미 세운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해 쉘은 워싱턴주에 있는 정유소를 석유·가스 기업 홀리프런티어에 매각하기도 했다. 이번 달에는 횡재세를 부여받은 영국 북해에 있는 캄보 석유 지분 30%를 매각하는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아에라 에너지가 위치한 캘리포니아의 온실가스 배출 규정은 강화되고 있다. 지난해 행정명령은 2035년까지 캘리포니아에서 판매되는 모든 신차와 승용차를 무배출 차량으로 하고, 캘리포니아 주에서 석유 추출을 줄이도록 요구했다. 로이터는 “엑손모빌과 셸은 150억달러(약 20조원)에 합작회사를 매각하는 게 목표며, 가이아나·브라질 연안 석유 시추 및 LNG 프로젝트에 주력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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