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쇄 정책 해제한 중국에서 LNG 수요 폭발하면 유럽엔 악재
겨울이 끝나가면서 시민들의 불안과 산업 폐쇄를 우려했던 유럽의 에너지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고 모닝스타(MorningStar)가 지난 3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번 달 유럽 벤치마크인 네덜란드 TTF 거래소의 천연가스 가격은 메가와트시(MWh)당 55유로(약 7만원)로, 2021년 9월 수준까지 급락했다. 유럽의 한파는 지속되고 있지만, 천연가스 가격은 계속 하락하면서 에너지 가격이 안정되는 양상을 보인다고 모닝스타는 분석했다.
모닝스타는 시장에서 향후 천연가스 수급이 안정될 것으로 예상하는 움직임이 보인다고 평가했다. 전 세계 선물 시장에서 천연가스 가격이 전반적으로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닝스타 분석에 따르면, 올해와 내년 봄 사이의 천연가스 가격은 MWh당 약 63~74유로(약 8~10만원) 사이를 오갈 것으로 예상되는데, 약 두 달 전만 해도 이보다 2배가량 높은 수준이었다고 한다.
글로벌 화학·에너지 산업 조사기관인 독립상품정보서비스(ICIS)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4분기 유럽의 가스 수요는 지난 5년 평균보다 약 20% 감소했으며, 가계와 산업의 소비가 함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ICIS의 연구원인 조반니 스가라바티(Giovanni Sgaravatti)는 “가스 소비가 급격히 줄었지만, 다양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운영해 유럽 산업의 생산량은 그만큼 줄지 않았다”며 “연료를 대체하거나 암모니아나 철강 등 에너지 집약적인 제품을 수입하는 방안이 그 사례”라고 밝혔다.
여러 방안으로 겨울을 버틴 유럽의 현재 천연가스 비축량은 약 78.5%인데, 비슷한 시기의 평균적인 비축량은 60% 정도라고 모닝스타는 밝혔다.
한편, 유럽의 가스 비축량이 많아도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고 모닝스타는 경고한다. 여전히 러시아의 천연가스가 유럽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에 달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자산운용사 티로프라이스(T.Rowe Price)의 저스틴 톰슨(Justin Thomson)은 “현재 수요를 기준으로 유럽이 오는 2024년 봄까지 안정되려면, 전 세계 LNG 시장의 약 30%에 달하는 양을 수급해야 한다”고 전했다.
LNG 재기화 용량 한계로 ‘병목 현상’ 나타나
유럽에 공급되는 러시아산 가스는 거의 사라졌다고 모닝스타는 밝혔다. 우크라이나를 통해 러시아와 터키를 연결하는 투르크스트림 파이프라인을 통한 공급량은 올해 25bcm(billion cubic meters)으로 계획돼 있는데, 이는 2021년 150bcm과 비교할 때 약 6분의 1 수준이다. 부족분을 채우기 위해 유럽연합(EU)은 2021년 74bcm 수입하던 LNG를 지난해 123bcm까지 2배 가까이 늘렸다. EU가 지난해 수입한 LNG 가운데 약 3분의 1은 미국산이다.
유럽의 가스 공급이 파이프라인에서 선박으로 전환되면서, LNG 재기화(Re-gasification) 용량을 늘리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고 모닝스타는 밝혔다.
ICIS의 스가라바티는 “LNG 재기화 용량의 한계로 유럽은 병목 현상을 겪었다”며 “이번 달 폴란드는 LNG 재기화 용량의 한계에 도달했고, 다른 국가들도 한계에 근접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유럽에선 LNG 재기화 용량을 확보하려 인프라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모닝스타는 전했다.
유럽의 LNG 수입이 크게 늘면서 미국의 LNG 수출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로나 이후 전 세계의 경제 회복이 속도를 내면서 중국의 LNG 수요도 함께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향후 유럽과 중국의 LNG 쟁탈전이 벌어질 것으로 모닝스타는 전망했다.
중국 수요 폭발하면, 유럽 수급엔 차질 없을까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해제하고 경제활동을 본격화하면 중국의 경제성장률도 반등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금융기업인 알리안츠글로벌인베스터스(Allianz Global Investors)의 크리스티안 툰토노(Christiaan Tuntono) 아시아태평양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과 산업 규제가 해제되면 올해 상반기부터 경제활동이 강하게 반등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지난해에는 완만한 성장률을 보였지만,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5%를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향후 유럽의 가스 시장은 중국의 수요가 좌우할 것으로 모닝스타는 전망했다.
이탈리아 토리노 대학교(University of Turin)의 마시모 니콜라치(Massimo Nicolazzi) 에너지경제학 교수는 “지난해 중국의 LNG 수입량은 21bcm 감소했는데, 파이프라인을 통한 수입량은 5bcm 늘었다”며 “올해 러시아의 파이프라인을 통한 수입이 늘 것으로 예상하지만, 중국의 수요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의 LNG 수요가 다시 살아나면 유럽의 LNG 수급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유럽이 LNG를 수급할 수 있던 이유는 중국이 엄격한 봉쇄 정책을 유지해 전반적인 LNG 수요가 감소한 덕이라고 모닝스타는 밝혔다. S&P와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중국이 봉쇄 정책을 해제하면 LNG 수입량이 2021년 수준으로 돌아올 것으로 전망했다. 유럽이 러시아산 자원을 전혀 수입하지 않는 상황을 가정하면 유럽은 올해 하반기 이전에 30bcm의 LNG를 추가적으로 수급해야 한다고 IEA는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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