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읽고, 직업 선택과 소비에 ESG와 지속가능성을 고려한다는 소식이 자주 들린다. 재단법인 기후변화센터는 '그린워싱 탐사대'라는 이름으로 ESG에 관한 모니터링을 하는 대학생 기자단을 꾸렸다. 임팩트온은 기후변화센터와 협력해 청년 기자단을 직접 멘토링하고, 이들이 작성한 기사를 보도한다.
지난 7월 6일(현지시각), 유럽연합(EU) 의회에서 원자력과 천연가스를 EU 그린 택소노미(Taxonomy)에 포함하는 방안을 가결했다. EU 그린 택소노미가 개정되면서 퇴출됐던 원자력이 친환경 에너지에 포함된 것이다. 이어 한국에서도 환경부가 친환경 에너지 산업 등을 규정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에 원전을 포함시킨 초안을 20일 공개했다.
이번 결정으로 유럽과 한국 원자력 산업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어떨까.
EU 그린 택소노미, 원자력ㆍ천연가스 포함하기로 최종 결정
EU 그린 택소노미는 어떤 에너지원이 친환경·녹색산업 인지 아닌지를 알려주는 기준을 설정한 것이다. 택소노미에 포함된 에너지 산업에게는 여러 금융 및 세제 지원을 제공해 투자를 지원한다. 산업이 EU 택소노미 기준에 포함될 경우 녹색 채권을 발행해 투자를 위한 자금 마련이 수월해지는 반면 기준에 속하지 않을 경우 투자 기회를 잡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말이다.
유럽 연합은 2020년 6월 그린 택소노미 가이드를 발표했으며 2022년 2월 2일 그린 택소노미 최종안을 확정해 발의했다. 그리고 이때 원자력과 천연가스를 택소노미에 포함하는 것에 대해서 지난 6월 15일 EU 경제통화위원회(European Parliament's Committee on Economic and Monetary Affairs)와 환경보건식품안전위원회(Environmental Health and Food Safety Committee) 합동회의에서 원자력과 천연가스를 택소노미에 포함해서는 안된다는 결의안이 채택돼 부결됐다.
하지만 이번 EU 의회에서는 절반 이상 찬성으로 원자력과 천연가스가 포함된 택소노미 최종안이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원자력이 과연 친환경 에너지일까?
EU 택소노미에 원자력이 포함되면서 '원자력이 친환경 에너지인 것인가'라는 의견이 많아지고 있다.
EU 택소노미의 원자력 관련 내용들을 살펴보면, 원자력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안전기준을 강화하고, 폐기물을 최소화하기 위한 폐쇄형 연료주기(제 4세대 원자로)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이 외에도 2050년까지 고준위폐기물 처분시설 운영을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하며, 모든 중저준위 폐기물을 위한 최종 처분장을 마련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이처럼 EU 택소노미는 원자력의 폐기물 감축을 위한 대안과 안전 기준을 적용하여 원자력을 친환경 에너지로서 사용하기 위한 기준을 적용했다. 하지만 원자력을 포함한 EU 택소노미가 유럽의 그린딜과 같은 방향성을 가지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유럽 그린딜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55% 감소, 2050년 탄소배출 넷제로 도달을 목표로 한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석탄, 석유와 더불어 온실가스 주 배출원 중 하나인 천연가스와 사고 위험성과 폐기물, 긴 공사 기간, 경제성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은 원자력이 유럽 그린 택소노미에서 포함된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결정”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원자력ㆍ천연가스 포함… 유럽 국가에 미치는 영향은?
독일을 비롯한 탈원전을 추진해온 국가들은 원자력과 천연가스 포함에 대해 강하게 반대했지만, 프랑스와 핀란드를 비롯한 동유럽 국가들과 같이 원전 의존율이 매우 높은 국가들은 원자력과 천연가스의 포함에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양 측의 대립은 팽팽하게 이어졌으나 국가 에너지 사용 비율 70%가 원자력으로 이루어진 프랑스의 적극적인 로비가 이루어졌다. 이와 더불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유럽 국가들의 에너지 수급의 어려움,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EU 택소노미에 원자력과 천연가스를 포함하는 방안에 찬성표가 더 많아진 것이다.
이번 결정으로 가장 큰 영향을 받게 된 국가는 프랑스다. 프랑스의 국영전력회사 EDF는 전력의 70%를 원자력을 통해 생산하고 있는데 이번 결정을 통해 추가 원자력 발전소 건립에 드는 막대한 비용을 보다 수월하게 조달 할 수 있게 됐다.
프랑스는 현재 새로운 원자로 6기 건설을 계획하고 있는데, 약 500억 유로(69조 2340억 원)의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재정 부담이 큰 상황에서 EU 택소노미로 인해 더 좋은 금리로 자금 확보가 가능하게 되었다.
다만 안전성 기준의 수준이 높아져 기존의 노후화된 원자로의 시설 개선 비용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원자력 폐기물 처리를 위한 고준위 핵폐기물 처분장을 확보해야 하는 조건과 원전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사고 저항성 핵연료 사용 조건이 2050년까지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에서 더 빠른 대응과 역량 투입이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원자력 산업에도 긍정적 영향 기대…하지만 친환경 기준 못 미쳐
EU 그린 택소노미 개정을 통해 한국의 원자력 기업들은 해외 원전 수주에 대한 기대감이 증가하고 있다. 원자력 관련 투자에 대한 녹색 채권을 발행해 자금 조달이 쉬워지기 때문에 두산 에너지빌리터(두산중공업) 등 국내 원전업계와 건설업계는 이를 반기고 있는 실정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유럽 원전 시장 진출을 위해 국내 최초로 유럽 원자력 품질 관리 표준 인증서인 ISO 19443를 취득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원전이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인정받기 위해선 2025년까지 사고 확률을 낮춘 사고저항성 핵연료(ATF)를 적용해야 하고, 2050년까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장을 마련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한국은 방폐장과 관련해선 현재 확보한다는 계획만 있고, ATF의 상용화 목표 연도도 2031년으로 유럽보단 뒤처져있는 실정이다.
민경원 그린워싱 탐사대 청년 기자
민경원 청년 기자는 광운대학교에서 국제학과 경영학을 전공하머 국제 협력, ESG 경영 등에 관심을 갖고 있다. 국제 사회의 정책, 글로벌 기업의 ESG 경영에 대해 조사하려 지속가능한 목표 달성에 대한 해법을 찾고자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