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산 자원 대체하려면 최소 5년 예상돼

미 에너지부(DOE)에서 러시아산 자원을 대체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DOE
미 에너지부(DOE)에서 러시아산 자원을 대체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DOE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가 원자력 업계까지 이어지고 있다.

차세대 소형 모듈원자력발전소(SMR)를 개발하는 미국 기업의 고순도저농축우라늄(HALEU) 수급에 빨간 불이 켜졌다고 지난 20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발전소 운영에 필요한 원료를 러시아에서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발전소 측은 원자로 운영에 필요한 고순도저농축우라늄(HALEU)의 공급원을 찾지 못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HALEU는 순도를 약 4배가량 높은 농축률을 보유한 우라늄으로, 일반 원전에 공급되는 우라늄은 약 5% 정도로 농축되지만 HALEU은 최대 20%에 이른다. 이는 차세대 원전 운영 과정의 핵심 원료로 꼽히지만 현재는 러시아만 이를 상업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HALEU의 판매책은 러시아의 원자력기업인 로사톰(Rosatom)의 자회사인 테넥스(TENEX)가 유일하다.

한편 미국 원전 개발사인 X-에너지, 테라파워(TerraPower)는 러시아 공급망에 의존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넷제로 목표를 달성에 중요한 산업을 지원하고자 비축한 무기급(weapons-grade) 우라늄을 발전소에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DOE) 대변인은 “HALEU 생산은 중요한 임무”라며 “생산을 늘리기 위한 모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HALEU를 시장에 공급에 안정적으로 공급할 대책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정부는 우라늄 비축분 약 585톤 가운데 원자로에 할당할 비중을 평가하는 단계에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러시아가 HALEU를 독점하는 상황에도 미국 정부와 기업들은 러시아 자원을 사용하지 않을 전망이다. 

워싱턴주에서 원자력 프로젝트를 계획한 테라파워. HALEU 수급 문제 해결이 관건이다./ TerraPower
워싱턴주에서 원자력 프로젝트를 계획한 테라파워. HALEU 수급 문제 해결이 관건이다./ TerraPower

원자력 발전은 전 세계 전력 생산량의 약 10%를 담당하고 있다. 에너지 공급 및 안보 문제를 개선하고 온실가스 배출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여러 국가에서 신규 원전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분석했다. 

 

차세대 원전 유치, 자원 수급이 선행과제

한편 원전 사업은 막대한 비용 문제와 저렴한 신재생에너지 자원이 등장하면서 대규모 프로젝트 유치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후 원전 기업에선 소형 모듈형 원자로(SMR) 개발에 나섰다. 한편 미국 정부에서 자금을 지원하는 원자로 10개 가운데 9개는 HALEU를 사용하는 방식이다. 

에너지 관련 비영리단체인 에너지혁신개혁프로젝트(Energy Innovation Reform Project)에 따르면, 새로 개발된 원전의 전기 가격은 메가와트시 당 60달러(약 8만원)로, 기존 발전소의 97달러(약 14만원)에 비해 저렴하다. 일각에선 HALEU를 사용하는 SMR은 대량 생산이 어려워 실제로는 가격 차이가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게다가 서방 국가에서 HALEU를 생산하려면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미국, 유럽의 기업에서 HALEU를 생산할 계획이지만, 최소 5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미국 정부는 테넥스 외에 HALEU 생산이 허가된 유일한 기업인 센트루스(Centrus)에 시범 시설 건설을 위한 계약을 지난 2019년 체결했다. 센트루스는 올해 HALEU 생산할 예정이었지만 저장 컨테이너 공급이 지연되면서 생산이 내년으로 연기됐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시설이 가동되고 5년이 지나면 센트루스는 연간 13톤의 HALEU를 생산할 계획이다. DOE의 프로젝트에 필요한 HALEU 양의 3분의 1 수준이다. 다른 판매책을 마련하는 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로이터통신은 분석했다.

프랑스의 우라늄 관련 기업인 오라노(Orano) 역시 최소 5년에서 8년 내로 HALEU를 생산할 수 있지만, 장기계약고객이 있어야 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러시아산 HALEU 끊으려면…서방 국가 공급망 구축 속도가 관건

테라파워는 와이오밍주에서, X-에너지는 워싱턴주에서 각자 원전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다. 이에 워싱턴주에선 2028년까지 두 개의 시험 시설을 건설하는 계약을 승인하고 자금을 분담했다. 한편 러시아산 HALEU를 사용하지 않고선 센트루스 등 다른 공급자들 생산 이전에 비축량이 바닥날 것으로 로이터통신은 분석했다.

HALEU의 농축률은 무기화된 우라늄에는 못 미치지만, HALEU를 생산하려는 기업은 국가로부터 생산 현장, 포장과 운송에 관한 승인을 얻어야 한다.

미국 조 바이든(Joe Biden) 대통령이 지난 8월 서명한 인플레이션감축법안(IRA)에는 정부가 HALEU를 공급하기 위해 7억달러(약 1조원)의 자금이 포함됐다. 백악관은 의회에 러시아 자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5억달러(약 2조2000억원)를 지난 9월 추가로 요청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원전은 우라늄 약 14%, 농축서비스 약 28%를 러시아에서 수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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