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 경제 포럼에 참여 중인 블랙록의 수장, 래리 핑크(Larry Fink)는 지난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 TV(Bloomberg TV)와의 인터뷰를 통해 “ESG 담론이 추하고 개인적이 되었다”라고 전했다. "이를 통해 거대한 양극화가 만들어졌으며 자신은 이것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블랙록은 공적연기금 또는 주정부기관의 투자가 빠지면서 4억달러(약 4938억원)를 잃었지만 새로운 400억달러(약 49조원)를 얻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만 230억달러(약 28조원)의 운용을 맡게 되었다고도 전했다.
핑크는 이어 “오해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더 이상 비즈니스가 아닌 개인적인 방식이 되어가고 있다. 내가 지금까지 일해오면서 공격이 개인화된 건 처음이다. 그들은 문제를 악마화하려고 한다”고 의견을 전했다.
블랙록은 2020년 서한을 통해 ESG투자를 촉발시켰고, 22년 서한에는 2050년 넷제로 달성 목표에 부합하는 사업 계획을 기업들에게 요구해 탈탄소화 움직임을 가속화했다. 그러나 블랙록이 ‘오크(Woke) 자본 주의’를 옹호한다고 주장하는 일부 공화당 정치인들로부터 비난을 받는가 하면 일부 민주 당원들은 ESG 투자가 기후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 여파를 관리하기 위해 블랙록은 정치 캠페인에 기록적인 금액을 쏟아부었다. 블랙록은 대부분의 퇴직 연금을 운용하고 있기 때문에 퇴직자들에게 블랙록이 하고 있는 자금 운용에 대해 설명하는 광고 캠페인을 만들고, 블랙록을 블랙리스트에 올리려는 텍사스 주와 워싱턴에 로비스트들을 추가로 영입했다.
핑크, 블랙록은 희망을 파는 회사
전날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는 트위터에서 ESG의 S가 '사탄스러운(Satanic)'의 약자라고 밝힌 바 있다. 트위터 CEO는 지난해 캘리포니아 주지사 경선에 출마한 마이클 셸렌버거(Michael Shellenberger)의 세계경제포럼 관련 글에 답하고 있었다.
지난해 환경, 사회 및 거버넌스 목표에 대한 투자에 대해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연례 서한을 통해 반박한 그는 "이야기를 바꾸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있다"라고 말하며 “이번 분기에 ‘희망의 개념’에 초점을 맞출 서한을 비즈니스 리더들에게 쓸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또 “블랙록은 희망을 팔려고 하는 회사다. 30년 안에 어떤 것이 더 나아질 것이라고 믿지 않는데 왜 30년을 끌고 가야 하는 목표에 투자를 하겠냐”라며 반문했다.
지난 12월 블룸버그는 ESG 집중포화에 휘말려 탈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블랙록을 기사로 다룬 적이 있다. 블랙록이 ESG 투자의 대표적인 상징이 되면서, 좌우 양쪽 진영에서 샌드백 신세가 된 현상을 다룬 것이다. 특히 공화당의 비판은 극에 달해 텍사스주 상원 위원회는 블랙록을 포함한 ESG 투자자를 불러 청문회를 소집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루이지애나주는 블랙록 펀드에서 7억9400만달러(약 9825억원)를 인출했고, 2주 후 미주리주는 5억달러(약 6187억원)을 빼냈다. 12월 플로리다주는 20억달러(약 2조4750억원)를 인출했는데, 이 금액은 ESG 투자액을 넘어서는 최대 규모였다.
이에 대응해 래리 핑크 CEO는 십자포화에서 벗어날 수 있는 중간 지점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해왔다. 그는 화석 연료에 대한 블랙록의 헌신을 강조하면서 청정 에너지 미래를 위한 필수적인 다리라고 불렀고, 자산 운용사가 텍사스에서 사우디아라비아에 이르기까지 석유가 풍부한 지역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2021년 말 기준 10조달러(약 1경2345조원)를 돌파한 블랙록의 운용 자산은 4분기 자금 유입에도 불구하고 2022년 12월 말 8조5900억 달러(약 1경604조원)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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