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록에 이어 뱅가드의 ESG 주주제안 지지율이 크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뱅가드의 환경 및 사회적 주주제안 투표율은 2%로, 2022년 12%에서 급격히 감소했다.

뱅가드는 올해 발의된 주주제안 중 상당수가 기업 전략 및 운영 방침 변경을 요구하거나 중복되는 결의안 수가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뱅가드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중 하나로 7조2000억달러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뱅가드의 ESG 주주제안 지지율이 급감했다. / 뱅가드 홈페이지
뱅가드의 ESG 주주제안 지지율이 급감했다. / 뱅가드 홈페이지

빅3 자산운용사 ESG 주주 결의안 지지율 하락…

“기업이 내는 기후 비용 분석해라”… 반 ESG 주주제안은 증가  

글로벌 빅3 자산운용사들의 ESG 주주제안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다. 29일(현지시각) 로이터, 파이낸셜 타임즈 등 외신은 뱅가드가 올해 미국 기업 ESG 주주제안 중 2%만 지지했다고 보도했다. 블랙록, 스테이트 스테리트(SSGA) 등 다른 대형 자산운용사들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주 블랙록은 전체 ESG 주주제안 중 약 7%만 지지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2021년 22% 비해 크게 하락한 수치다. 빅3가 미국 대기업 상장사의 15~20%를 지배하고 있다는 것을 고려할 때, 주목할 만한 변화다.

기관투자자 주주투표 자문 기관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의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는 사상 최대로 많은 수의 ESG 주주제안이 표결에 부쳐졌다. 뱅가드는 그 중 환경 관련 결의안이 2022년 100건에서 2023년 150건으로 50% 증가했다고 밝혔다. 제안 대부분은 탄소 감축 목표 수립 및 화석 연료를 통한 자금 조달을 지양하라는 내용이었다.

지난 주총 시즌에는 소위 반(反)ESG 주주제안도 증가했다. 탄소 감축 노력에 대한 비용 분석 요구, 백인 남성 등 비소수자 집단 차별 여부를 감독하기 위한 감사 요구 등이다. ISS는 올해 이러한 반 ESG 주주제안 중 약 40개가 표결에 부쳐졌으며, 이는 2022년의 약 두 배에 달하는 수치라고 밝혔다. 반 ESG 주주제안은 일반적으로 5% 미만의 낮은 지지에 머물렀다. ISS는 이러한 추세가 미국 기업 ESG의 정치화 및 양극화를 방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뱅가드는 주주제안에서 보여준 태도와는 대조적으로 기업 경영진이 발의한 ESG 제안은 94%를 지지했다. 뱅가드 측은 “경영 전략과 운영 방침을 침해하는 주주제안은 지지하지 않는다”며 “기업 및 주주 이익 극대화를 위해서는 경영진과 이사회가 이를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뱅가드, “ESG 투자, 일반 인덱스 투자보다 나을 것 없다”

ESG 자본 흐름 위해서는 제도적 인센티브 및 적절한 규제 도입돼야

뱅가드가 기업의 자율성을 지지하고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2년 12월 뱅가드는 기후 문제에 있어서 기업의 독립성을 지지한다며 기업들의 기후 행동을 압박하는 NZAM(Net Zero Asset Managers initiative)에서 탈퇴한 바 있다. NZAM은 온실 가스 배출 제로 목표를 지원하기 위한 국제 자산운용사 연합이다.

뱅가드그룹 CEO 팀 버클리는 지난 2월 파이낸셜 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조사 결과, ESG 투자는 지수 기반 투자에 비해 이점이 없다”고 언급했다. 파이낸셜 타임즈에 따르면, 실제로 올해 ESG 펀드 시황은 좋지 못했다. 미국 컨설팅기업 올리버와인만의 분석에 따르면, 2022년 많은 ESG 펀드가 광역 시장 인덱스 펀드에 비해 약 3~4%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미국 사모펀드 버크셔 파트너스의 자문이사 케네스 P. 퍼커는 탈탄소화를 위한 자본 흐름을 가속화하기 위해서는 탄소 크레딧의 적절한 가격 책정 등 제도적 인센티브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또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도입한 펀드 이름과 펀드 내용이 일치하도록 하는 ‘네임즈 룰(Names Rule)’을 환영하며 이러한 제도의 개발로 그린워싱을 방지하고 단기적 성과나 영향력만을 앞세운 ESG 펀드를 솎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ISS는 자산운용사의 ESG 결의안 지지율 하락은 정치 권력의 압박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이 크다며, 올해는 ESG 투자의 전환점이 될 것이며 앞으로도 ESG는 계속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미국 진보 성향 정치인들과 연기금 책임자들은 자산운용사들의 ESG 주주제안 지지율이 급감한 것을 두고 환경, 사회, 거버넌스에 대한 약속을 후퇴시키지 말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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