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이 기후테크에도 위기를 가져왔다. 지난해 미국 IRA법에서 인센티브로 성장한 기후 기술 투자 붐에 처음으로 불어닥친 큰 역풍이라는 분석이다. SVB는 대형 은행을 찾아가기 어려웠던 기후테크 기업들의 자금줄 역할을 해왔다.
그 여파가 어떻게 될지는 기후테크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모습이 뉴욕타임스(NYT)와 블룸버그 등의 외신에 실렸다.
유명 기후테크 스타트업에 자금을 지원해왔던 아스테이너 벤처스의 에릭 아르캄보 공동설립자는 “은행의 종말은 기후 테크 자금 조달 생태계에 큰 구멍을 남겼다”고 말했다. 또 스타트업이니만큼 앞으로 자금을 빌릴 때 더 많은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생태계의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고도 했다.
반면, SVB를 이용했던 벤처캐피털 디 엔진의 케이티 레이 CEO는 “SVB의 실패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의 은행 파산과는 크게 다르다”고 했다. 자금이 부족할 순 있지만, 기후 테크 산업에 대한 대출 중 채무불이행의 위험이 있는 것은 거의 없다는 점에서다. 레이 CEO는 금융시스템이 몇 달안에 SVB의 파산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 봤다.
기후테크의 회복력이 뛰어나다는 긍정적인 시각도 있다. 기후테크를 육성하려는 미국과 유럽의 보조금 정책과 배출량을 감축하려는 수요가 기후테크의 중요성을 더 부각한다는 주장이다. 이 흐름은 SVB의 붕괴를 막을 수 있고 경제적 여파를 극복하는데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SVB가 기후테크의 중요한 대부업체였지만, 재생에너지가 주류 산업으로 편입되면서 이들을 지원하려는 은행이 더 많아지기도 했다. 지역 태양광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는 솔스틱스 파워 테크놀로지의 스테프 스피어스 CEO는 “은행업계는 재생 에너지를 점점 더 좋은 투자처로 인식하고 있고, 기후 테크에 투자할 기회를 노리는 투자자들도 증가하는 추세”라고 했다.
한편, 뉴욕타임즈는 지난 12일(현지시각) 파산한 SVB가 1550곳에 달하는 기후변화 관련 기술 기업과 협력해 왔다고 보도했다. SVB는 미국 4000여 개 은행 중 16위 규모로, 테크·헬스케어 스타트업의 큰손이었다고 평가된다.
일명 ‘기후은행’으로도 불리는 SVB는 550개 이상의 기술 기업과 협력해 태양광, 수소, 배터리 저장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규모는 수십억 달러에 달한다. 데이터 분석업체 홀론에 따르면, 지난해 기후기술 창업에 280억 달러 이상이 투자되었는데 이는 전년에 비해 급격히 증가한 수치다. 이번 SVB 사태 최대 피해자가 기후변화 관련 기업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SVB는 미국 북부 캘리포니아 스타트업의 세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스타트업과 기꺼이 협력할 용의가 있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은행들은 자산이나 현금흐름 중 적어도 하나의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SVB는 스타트업을 이해하고 협력하는 것을 선택했다.
하지만 이런 동맹이 기후테크 기업에게 역풍을 가져왔다. SVB는 대형은행이 자금을 빌려주지 않아 자금을 융통하기 어렵던 기후테크 기업에게 장기간에 걸쳐 대규모 투자를 해왔다. SVB가 파산하면서 기후테크 기업들의 자금줄이 막혀버린 것이다.
대기 중 탄소 제거 장치를 만드는 '캡처6'의 이선 코언-콜 CEO는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제공한 보험금 덕분에 직원들 월급 문제는 해결했지만, 돈이 계속 묶이면 공급업체나 협력사와 관계가 틀어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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