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이사회 중심, 삼성전자ㆍ현대모비스 이사회 내 다른 위원회에서
KB금융지주, 대한항공 올해 ESG위원회 신설

국내기업의 경우 이사회 내에서 ESG를 다루는 형태가 크게 세 가지로 나뉘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픽사베이
국내기업의 경우 이사회 내에서 ESG를 다루는 형태가 크게 세 가지로 나뉘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픽사베이

 

전략적으로 ESG(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를 내재화하기 위해, 글로벌 기업이 이사회 산하 ESG위원회를 구성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트렌드보고서가 발간되면서, 국내 기업의 현황은 어떨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내 기업의 경우 크게 세 가지 방식으로 ESG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사회에서 ESG이슈를 다른 이슈와 함께 다루는 경우▲이사회 내 다른 위원회에서 ESG 이슈를 다루는 경우 ▲이사회 산하 ESG위원회를 따로 만드는 경우 등이 그것이다.  

 

LG화학, 이사회 중심 ESG 전략

우선, 이사회 자체에서 ESG에 관련된 이슈를 보고받으며 주요 의사결정사항을 검토하고 승인하는 형태다. LG화학이 대표적 사례다. 장점은 ESG이슈와 주요경영 의사결정을 통합적으로 커버할 수 있지만, 단점은 ESG에 대한 이사회의 책임과 역할이 불명확할 수 있는 것으로 꼽힌다. 실제 LG화학은 지난 5월 인도법인의 가스 누출사고와 충남 대산공장 화재사고를 연달아 겪으며,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ESG 통합등급이 기존의 'B+'에서 'B'등급으로 하향 조정됐다. 세부적으로 환경경영(E) 부문 등급이 기존 'C'에서 'D'로 떨어졌고, 사회책임경영(S)부문은 'A+'에서 'A'로 하락했으며, 지배구조(G) 부문은 기존 'B+'를 유지했다. 전문가들은 "ESG에 관한 종합적인 전략방향을 정하고, 추진할 수 있는 의사결정 드라이브를 이사회에서 주도적으로 실시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한다.

 

삼성전자 '거버넌스위원회', 현대모비스 '투명경영위원회' 중심

ESG위원회가 아닌, 다른 위원회에서 ESG 이슈를 다루는 기업도 있다. 삼성전자의 '거버넌스위원회'와 현대모비스의 '투명경영위원회' 가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이사회 내 위원회의 형태로 2017년 4월 기존 CSR위원회를 확대 개편해 거버넌스위원회를 신설했다. 삼성전자는 “거버넌스위원회는 사회적 책임 관련 사안을 감독하고,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관련 사안을 심의 감독한다”며 “이 위원회 산하 CSR리스크관리협의회는 CSR리스크에 대한 사내 관리체계 감독 및 이슈사항 해결방안을 협의한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밝히고 있다. 현재 전원 사외이사 5명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 (위원장), 김선욱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박병국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교수, 김종훈 Kiswe Mobile 공동 창업자 & 회장, 안규리 서울대 의대 교수, 김한조 하나금융공익재단 이사장 등 5명이 참여한다. 

현대모비스는 2017년 사외이사 5인으로 구성된 이사회 내 ‘투명경영위원회’를 설치했다. 이 위원회는 인수합병(M&A), 주요 자산 취득과 처분 등 주주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경영 사항 발생시 국내외 주주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역할을 한다. 현대모비스는 주주 권익보호를 위한 담당 위원직도 신설했다. 담당 위원은 국내외 투자자 간담회나 기업설명회 등에 참석해 주요 투자자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이를 내부로 반영해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돕는 가교 역할을 맡게 된다. 현재 김대수 위원장(고려대 교수)을 포함, 장영우 국민대 총장, 유지수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와 함께 지난해 창사 최초로 외국인 사외이사인 브라이언 존스(Brian D. Jones, 재무), 칼 토마스 노이먼(Karl-Thomas Neumann, 기술전략) 등 2인을 선임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법적, 윤리적, 사회적 책임 이슈 다수에 노출된 기업의 경우 삼성전자와 현대모비스 같은 유형을 선택하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이중 투자자와 고객사의 정보요청 대응 등 전략적 판단을 위해 기존 위원회에 ESG를 함께 포함시킨다는 것이다.

 

KB금융지주, 대한항공 올해 'ESG위원회' 신설

SK하이닉스 '지속경영위원회', 신한금융지주 '사회책임경영위원회'

마지막으로 ‘ESG위원회’를 만드는 기업도 있다. KB금융지주는 지난 3월 윤종규 회장을 포함해 사내 및 사외이사 전원(총 9명)으로 구성된 ‘ESG위원회’를 신설했다. 오규택 위원장(중앙대 경영경제학과 교수), 선우석호(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스튜어트 비 솔로몬(Stuart B.Solomon), 최명희 변호사, 정구환 변호사, 김경호 홍익대 교수, 권선주 전 기업은행장, 허인 국민은행장 등으로 구성돼있다.

KB금융지주의 ESG위원회는 설립 이후 올 한해 전략적 의사결정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 8월에는 그룹의 탄소배출량을 2017년 대비 25%를 감축하고 현재 약 20조원 규모인 'ESG 상품ㆍ투자ㆍ대출'을 50조원까지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KB 그린웨이(GREEN WAY) 2030’을 발표했다. 지난 9월 25일에도 ESG위원회를 개최하고, 국내 금융그룹 최초로 KB국민은행 등 모든 계열사가 참여하는 '탈석탄 금융'을 선언했다. 향후 국내외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위한 신규 프로젝트 파이낸싱 및 채권 인수에 대한 사업 참여를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지난 9월 25일 열린 KB금융그룹의 ESG위원회 모습/KB금융그룹 
지난 9월 25일 열린 KB금융그룹의 ESG위원회 모습/KB금융그룹 

 

대한항공은 지난 8월 기존 이사회 내 거버넌스위원회를 확대 개편해 ESG위원회를 신설키로 했다. ESG위원회는 김동재 사외이사(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를 위원장으로, 박남규 사외이사(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조명현 사외이사(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등 3명의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다.

SK하이닉스는 2018년 이사회 산하 ‘지속경영위원회’를 신설해 운영해오고 있다. 회사의 반독점, 반부패, SHE(Safety, Health, Environment), 하도급 등을 포함한 준법경영체계 및 활동 심의하고, -지속경영 및 사회적 가치 창출 전략 및 성과, 주요 CSR 활동, 주요 ESG 현황 및 대응 등을 심의, 10억원 이상의 기부를 심의한다. 현재 송호근 포항공대 석좌교수, 조현재 전 MBN대표, 한애라 성균관대 교수, 오종훈 SK하이닉스 GSM담당 부사장 등 4인으로 이루어져 있다.

신한금융지주는 2015년 국내 금융지주회사 최초로 이사회 내부 소위원회로 ‘사회책임경영위원회’를 설치했고, 올해 전 그룹사 차원의 ESG경영 추진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속가능경영협의회’를 운영하고 있다. 조용병 회장이 사내이사로, 사외이사로는 이윤재 전 대통령 재정경제비서관(위원장), 변양호 전 금융정보분석원 원장, 윤재원 홍익대 경영대학 교수, 최경록 일본 (주)CYS 대표이사 등이다.

이사회 차원의 ESG위원회를 구성할 경우, ESG를 통합한 사업구조로 개편하거나 중장기 경영전략에 따라 체계적인 ESG전략을 추진하고자 하는 기업이 선택하는 사례가 많다.

 

글로벌기업, 이사의 직무전문성 구체화하고 ESG 전문가 등용에 반해 

아직 국내는 전관(前官) 비율 높고, 다양성 부족

해외에서는 각 등기임원(이사와 감사)의 직무별 역할을 구체적으로 표시하면서, ESG와 지속가능성 전문성을 지닌 이사의 등용이 늘고 있음을 감안해볼 때 아직 국내에서는 이같은 흐름에는 뒤쳐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성이사의 비율 또한 무척 낮아, 다양성 측면 또한 보완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임팩트온> 조사 결과, 2020년 6월 기준 국내 상장기업 전체 여성이사 비율은 지난해 2.7%에서 올해 3.5%로 늘어났지만, 여전히 20~30%의 다양성을 지닌 글로벌기업에 비하면 낮은 수치다.  

글로벌 기업에서 ESG, 지속가능경영, 사회책임 등 별도의 위원회를 구성하는 사례가 늘면서 국내 기업에도 유사한 흐름이 생겨날 지 주목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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