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배출권 거래제 제도 개선방안' 발표

국내 탄소배출권 거래제가 대대적으로 개편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1월 24일, 제16차 배출권 할당위원회를 개최하고 ‘배출권거래제 제도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개편은 유상할당 비중을 늘리는 대신 외부 감축 실적을 인정하고, 탄소 감축에 투자하는 기업에 배출권을 더 할당하는 조치를 포함한 다양한 인센티브로 거래 시장을 활성화할 목적으로 제시됐다.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시장 메커니즘으로 기업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도록 유도하는 제도다. 거래제 대상 기업은 현재 733개로,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의 70%를 차지할 만큼 거래제의 적용 범위가 넓다. 

배출권 할당위원회는 배출권거래제 운영 관련 주요 사항을 심의하는 기획재정부 산하 위원회로 기재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고, 그 외 20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정부 유관 부처에서 13명, 민간에서 8명이 포함된다. 민간위원은 박호정 고려대 교수, 김진영 과기硏 위원, 유승직 숙명여대 교수, 채여라 환경硏 위원, 정은미 산업硏 위원, 김용석 신성대 교수, 박현정 기후변화행동연구소 부소장, 이지웅 부경대 교수가 참여하고 있다./기획재정부
배출권 할당위원회는 배출권거래제 운영 관련 주요 사항을 심의하는 기획재정부 산하 위원회로 기재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고, 그 외 20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정부 유관 부처에서 13명, 민간에서 8명이 포함된다. 민간위원은 박호정 고려대 교수, 김진영 과기硏 위원, 유승직 숙명여대 교수, 채여라 환경硏 위원, 정은미 산업硏 위원, 김용석 신성대 교수, 박현정 기후변화행동연구소 부소장, 이지웅 부경대 교수가 참여하고 있다./기획재정부

 

배출권 거래제,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낮은 효과 지적

정부는 제도개선에 관한 현장의 의견을 수렴하고 개선과제를 검토했다. 개선과제 78건을 검토했고, 33건을 단기과제로 수용하고 38건은 중장기 과제로 넘겼다.

정부는 국회, 언론, 시민단체로부터 현재 배출권 거래제의 문제점에 대한 의견을 받았다. 문제점은 크게 배출량 증가, 과잉 할당,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대응으로 정리된다. 

거래제는 2015년 처음 도입됐는데, 이후 산업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계속 증가했다. 배출량은 2015년 2억9100만톤(t)에서 2018년 3억1000만t, 2021년 3억2600만t으로 늘었다. 

과잉 할당은 기업이 배출하는 양보다 더 많은 배출권이 할당되어, 기업이 온실가스를 감축하도록 유도하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다. 산업 부문 할당량은 2015년부터 2021년까지 22억만t인데, 배출량은 21억5100만t으로 4800만t이 남는다. 

한국은 수출주도형 경제구조이므로 유럽연합(EU)과 미국이 세운 탄소 무역 장벽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이 국가들과 한국은 탄소배출권 가격이나 운영 측면에서 일부 차이가 있는데, 국제 표준에 맞는 배출권 거래제를 운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연내 인센티브와 거래제도 효율화… 시장 참여 유도

정부는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행정절차를 효율화하여 제도 이행을 지원하는 단기 과제를 연말까지 달성할 계획이다. 중장기 과제는 배출허용 총량을 조정하고, 할당 방식을 개선하여 배출량 감축 유인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내년에 본격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배출권 제도는 상향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달성하기 위해 기준을 강화하고, 유상할당 비율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향으로 중장기 과제가 설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올해 다섯 가지 지원 제도를 통해 기업의 시장 참여를 유도할 계획이다. 

1. 온실가스 감축 인센티브 확대

기업이 온실가스 감축설비를 도입하고, 배출 효율을 개선하면 인센티브를 받는다. 친환경 원료로 전환하고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면 온실가스 감축 인정도 받을 수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은 ‘최우수시설(BAT, 배출효율 상위 10%)’을 신⋅증설하면 기존보다 더 많은 배출권을 할당받을 수 있다. 시설 등급 기준은 3차 할당계획에 포함된 내용으로, 현장 의견을 반영하여 세부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예정이다. 노후설비 교체도 추가 할당을 받을 수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50% 이상 증가한 기업 중 온실가스 배출 효율이 5% 이상 개선된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기업이 저탄소 원료로 제품을 생산하면 온실가스 감축 실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바이오납사는 사용량이 적어서 인정 기준이 없었으나, 사용을 유도하기 위해 정부는 이를 반영한 배출량 산정방식을 내는 방향으로 실적 인정제도를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

RE100 이행 기업이 태양광, 풍력, 수력 외에 다른 재생에너지 발전원을 활용하더라도 온실가스 감축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2. 거래 활성화 및 가격 변동성 완화

정부는 배출권 거래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 범위를 넓혀서 거래를 활성화하려고 한다. 증권사 21곳이 시장에 참여하고 있으나, 아직 거래 비중이 작다. 

정부는 다양한 금융기관이 시장에 참여할 수 있게 기존에는 가능하지 않았던 증권사 위탁거래와 선물거래를 허용할 생각이다. 위탁거래는 700개가 넘는 참여 기업이 배출권을 더욱 편하게 거래할 수 있게 돕는 효과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배출권 매도와 매수 시기는 일원화하여 거래를 원활하게 진행되게 하고, 투명성 증가를 위해 시장정보의 공개도 확대한다. 정부는 월 1회 발간하는 정보지를 포함하여 내용을 확대하고, 분야별로 세분화하여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3. 외부사업 인증 절차⋅기준 개선

기업은 해외에서 인정받은 감축 실적을 국내에서 더 쉽게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청정개발체제(CDM) 사업과 같이 유엔(UN)에서 인증받은 감축 실적은 상쇄 배출권으로 전환할 때 검토항목을 간소화하고, 관장기관과 총괄기관인 환경부가 동시에 검토하여 소요 기간을 단축한다. 현재는 부문별 관장기관 5개 부처가 검토한 후에 환경부가 협의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외부사업 인증 신청 기한도 코로나19와 같이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연장해준다. 외부사업 유형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던 온실가스 감축실적 인증범위도 통일된다.

4. 배출량 측정·보고·검증(MRV) 효율화

전자산업 기업이 매년 저감 효율을 측정하는 온실가스 감축 설비의 비율도 현행 20%에서 10%로 낮춰주기로 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 가이드라인은 연 5%, 미국은 연 5~10%로 규정하고 있다.

온실가스 측정 방법이 전년도와 동일하면, 기존에 제출한 배출량 산정 계획서를 활용하여 매년 중복된 서류를 제출하지 않도록 개선한다. 서류는 전년도 산정계획서 보완과 차기년도 산정계획서 수립으로 연 2회 제출했으나, 앞으로는 1회로 줄어든다. 정부는 배출량 산정계획 보고 전에 컨설팅을 실시하여, 보고에 소모되는 기업의 행정 비용도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5. 신규⋅중소기업 등 제도 이행 지원

신규 참여 기업들은 추가 혜택을 받는다. 신규 시설은 기존에 할당받은 배출권보다 배출량이 1.5배 이상 많아지는 경우에 배출권을 추가로 할당받을 수 있다. 이는 신규 시설은 설치 초기에 가동률이 낮아 배출량이 적기 때문에 배출권을 적게 할당받기 때문이다. 시설 가동률이 높아지고 나서 배출량이 늘면 이에 비례하여 배출권을 추가 할당한다.

현재 추가 할당 기준은 배출권보다 배출량이 두 배 높아야 하는데, 이 기준을 더 낮추겠다는 의미다. 시장 참여 기업이 배출권 거래제에 참여하지 않는 기업을 인수⋅합병하여 사업장이 추가되는 경우에도 배출권을 추가 할당한다.

정부는 기업이 거래제를 잘 활용하도록 교육을 제공하며, 소규모 업체에 연회비를 면제하여 거래부담을 완화할 계획이다. 거래 시장은 조세특례법에 따라 부가가치세를 면제받고 있다. 면세제도는 올해가 일몰 기간인데, 이를 2025년으로 연장한다.

배출권 유상할당으로 벌어들인 수입은 ‘기후대응기금’으로 구성하여 기업에 탄소중립 설비와 핵심 기술 연구개발(R&D)에 필요한 비용으로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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