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정부가 자국 금융 감독 기관인 APRA(Australian Prudential Regulation Authority)에 기후 공시 표준을 채택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고 지난 6월 9일(현지 시간) ESG투데이가 보도했다. APRA는 호주의 은행, 보험, 연금 등 전반적인 금융 시스템을 감독하는 독립적인 법적 기관이다.
성명서에는 APRA가 기후 관련 재정적 위험의 투명성을 높이고 기후 공시 표준을 채택하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호주 정부가 기후 변화에 따른 금융 리스크 관리를 규제 당국에 명시적으로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호주 재무부 장관 짐 찰머스는 “이번 성명은 경쟁력 있는 금융 시스템을 위한 APRA의 역할에 대한 것”이라며 “APRA가 변화하는 경제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정부의 목표”라고 말했다. APRA는 “정부의 지속가능한 금융 개혁에 부응해 호주 금융 시스템이 기후 리스크를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응답했다.
호주 정부의 이번 조치는 2022년 12월 금융기관과 기업을 위한 기후 공시 체계 개발 협의안을 발표한 데 이은 후속 조치다. 당시 정부가 발간한 백서에서는 ‘기후 위기는 글로벌 금융 위기와 이어지는 중대한 리스크이며, 이를 관리하기 위한 기업의 기후 공시 의무화와 관련 공시 체계를 수립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광업, 운송업 등 탄소배출 산업 분야 은행 대출 손실률 높아질 것…
리스크 공개는 주주가치 보호에 도움
2022년 APRA는 기후 변화와 관련된 재정적 위험이 증가함에 따라, 이에 대응하기 위해 호주 5대 은행과 공동으로 기후 취약성 평가(CVA)를 실시했다. 평가 결과에 따르면, 기후 위기는 금융 시스템에 심각한 위험을 주지는 않지만 은행의 중장기적인 대출 포트폴리오에 손실을 주게 된다.
분석 결과를 보면, 기후 리스크는 특정 지역과 산업에 집중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 흐름이 저탄소 경제로 전환됨에 따라 광업, 제조업, 운송업 등의 기업 대출에서 손실이 더 커질 수 있으며 호주 북부 지역의 경우, 홍수, 가뭄, 산물 등 기후 변화에 따른 물리적 위험으로 주택 담보 대출의 손실이 더 높을 것으로 예측됐다.
호주 투자 업체 베타셰어(Betashares)의 책임 투자 이사인 그렉 리델은 "APRA가 기후 관련 금융 리스크를 관리하게 된 것은 투명성 제고를 위해 환영할 만한 조치"라며 “리스크 공개는 자본시장의 순기능을 높이고 주주가치를 보호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또한 "유럽연합도 공시 기준에 이중 중요성(Double Materiality)의 원칙을 명시하는 등 유사한 규정을 시행 중에 있다"고도 언급했다. 이중 중요성의 원칙이란 기후 위기 등 지속가능성 문제가 기업에 미치는 영향 뿐 아니라 기업이 환경과 사회의 지속가능성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호주 정부는 2023년 하반기에 종합적인 지속가능 금융전략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 전략에는 새로운 표준과 분류 기준, 그린 워싱을 방지하고 ESG 라벨링 제도를 강화하기 위한 이니셔티브가 포함될 것이라고 서스테이너빌리티는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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