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성 관련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국제기구인 GRI에서 ‘기업의 지속가능성 공시와 실사 정책’에 대한 분석한 보고서를 지난 28일(현지시각) 발표했다. GRI는 현재 도입되거나 개발 단계의 정책을 참고해 향후 국제적 규모로 확장할 수 있는 실사 정책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기 위한 연구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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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I는 ‘기업의 지속가능성 실사정책과 공시(Corporate sustainability due diligence policies and sustainability reporting)’라는 제목의 12페이지짜리 미니 보고서를 펴냈다. 2011년 유엔 기업과 인권이행지침(UNGP)가 채택됐고, 이후 OECD는 실사(due diligence)의 정의를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OECD Guidelines)에 포함시키면서 인권을 넘어 다른 영역으로까지 적용 범위를 확대했다는 것이다. 이후 2023년 1월 1일 발효된 개정 GRI 스탠다드(GRI Standards) 표준에도 실사가 포함되었다고 한다.
보고서는 "처음 실사 정책은 주로 인권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다루는데 중점을 두었으나, 이는 점차 환경 영향으로 확장되고 있으며, 환경은 점차 국제적 수준의 인권으로 여겨지고 있다"면서 "2022년 7월 유엔총회 결의안에서 채택됐듯이 깨끗하고 건강하며 지속가능한 환경에 대한 권리를 인권으로 인식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GRI 스탠다드, 기업 실사 보고에 적용할 수 있어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글로벌 기업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2021년 버전의 GRI 스탠다드에는 UNGP 및 OECD가이드라인의 실사 과정 관련, 실사 과정과 지속가능보고서의 중대성 (중요성) 평가 간에 명확한 연결이 있다고 한다. 중대성 이슈란 해당 기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영향을 미치는 ESG이슈이기 때문에, 실사를 통해 이러한 영향을 식별하고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GRI 스탠더드 표준에는 'GRI 2번 일반사항 공개' 및 'GRI 3번 중요성 토픽' 등 전반에 걸쳐 실사 공개 요구사항이 포함돼있다. 예를 들어 GRI -2-12번의 경우 영향을 관리감독하는 최고 거버넌스 기구에는 기업의 실사 체계를 감독하는 의사결정기구가 어디인지 설명해야 한다.
GRI 2-23번의 경우 기업은 인권 존중을 포함해 책임있는 사업수행에 관한 정책 공약과 공시를, GRI 2-24번의 경우 이러한 회사 정책이 어떻게 내재되어 있는지 보고해야 한다.
특히 GRI 2-29번은 이해관계자 참여 방식을 공시하는데, 회사의 주요 이해관계자 식별 방법, 참여가 의미있는지를 확인하는 방법 등을 보고한다. 이밖에 GRI 3-2에는 중대성 주제목록을 공개하는데, 여기에는 중대성 주제 목록을 공개하되, 각 주제에 대해 회사는 어떠한 부정적인 영향이 있는지, 이러한 영향이 비즈니스 결과로 어떻게 연관되는지 여부를 설명해야 한다.
GRI,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사항 영향력 확대
한편 보고서는 "기업의 실사 정책에 인권 문제뿐 아니라 기업의 모든 행동에 대한 기대치를 반영해야 한다"며 "세금, 자금조달, 부패 등 다양한 위험을 포함해야 한다"고 밝혔다. 실사 정책이 확립된 이후에는 공시를 통해 이를 효과적으로 구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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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에서 GRI는 재무 관련 의사결정에 기업의 실사 관련 사항이 미치는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내부적인 활용을 넘어 국제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기준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GRI는 분석했다. GRI는 다양한 조직에서 제시하는 표준을 일치시킬 새로운 정책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고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이를 위해서는 전 세계 이해관계자들이 협력해 데이터를 구축하고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GRI는 ‘공급망 매핑(supply chain mapping)’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기업에 대한 정확한 실사를 위해서는 원재료, 유통, 가공에 참여하는 공급망의 투명성을 먼저 확보해야 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공급망 전반의 영향력을 의미하는 스코프3 측정·감축은 모든 산업의 주요 화두로 자리를 잡았다. 지난해 말 미디엄(Medium)은 농업 부문의 공급망에서 미치는 영향을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하며 지속가능한 농업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기업의 스코프3 공시에 대한 반대도 있다. 블랙록(BlackRock)은 공급망에 포함된 비상장 민간기업(private companies)에 대해서도 배출량을 공시하면 구조적인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지난 2일 밝히기도 했다.
한편 전 세계 지속가능성 관련 기관에선 스코프3 배출량을 측정하기 위한 도구는 속속 출시하고 있다. 공급망 지속가능성 평가 인증업체인 에코바디스(EcoVadis)는 공급망에서 탄소가 많이 배출되는 곳을 식별하고 해결할 수 있는 도구인 ‘카본 히트맵(Carbon heatmap)’을 발표하기도 했다.
배출량 측정 도구와 함께 기업 실사의 중요한 요소로 꼽히는 노동·인권 측면에서도 ‘인권 기반 접근법’을 바탕으로 향후 GRI에서 노동 기준을 개정할 것이라고 GRI는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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