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사용량이 많은 고소득층의 소비를 제한해야 하는게 관건이라는 연구들이 소개되고 있다. 해외 미디어 가디언은 지난 17일(현지시각) 이와 관련한 연구들을 소개했다.
17일에 발표된 한 보고서에 따르면, 소득 상위 20%의 과도한 에너지 소비를 제한하면 하위 20%가 기본적인 에너지 사용으로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7배에 달하는 양을 감축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유럽환경정책연구소(IEEP, Institute for European Environmental Policy)도 보고서를 통해 부유층이 빈곤층보다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하고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상위 1% 부유층의 1인당 탄소 배출량은 연평균 70톤이지만 최빈국 하위 50%의 1인당 탄소 배출량은 연평균 1톤에 불과하다. 해당 연구를 의뢰한 국제구호기구 옥스팜의 기후정책 책임자 나프코테 다비는 “소수의 엘리트들이 과도한 에너지 소비로 기후 위기를 가속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위 20%, 과도한 에너지 사용 줄이면 9.7% 탄소 감축 가능
빈곤층에 에너지 공급해도 기후변화 완화에 기여
연구진은 유럽 소비자들의 에너지 사용 격차를 분석하기 위해 유럽 27개국(영국 포함, 오스트리아 제외 27개국) 전체 인구를 모집단으로 설정했다. 이후 에너지 사용량에 따라 인구를 1부터 100까지 분류했다. 숫자가 높을수록 에너지 사용량이 높은 집단이다.
연구진은 81번부터 100번에 해당하는 사람들의 에너지 수요를 80번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낮추고, 1번부터 19번까지의 수요는 20번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높였다. 이처럼 에너지 사용량이 많은 부유층의 수요를 낮추자 유럽 역내의 가정 내 탄소 배출량의 9.7%가 감축됐다. 반대로, 에너지 수요가 낮은 빈곤층이 기본적인 생활에 필요한 수준으로 조금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면 탄소 배출량이 1.4% 증가했다. 에너지 사용량이 높은 상위 20%가 과도한 에너지 소비를 줄이면, 하위 20%에게 생활 필수적인 에너지를 공급해줘도 기후 변화 완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논문의 수석 저자인 영국 리즈대학교 지속가능 복지학과 교수 밀레나 부크스는 “전 세계의 공평한 탄소 예산 분배를 위해 과도하고 사치스러운 에너지 소비를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베를린 공과대학 지속가능 경제학 교수 펠릭스 크루치히 또한 이 연구를 두고 “가난한 가정이 에너지 빈곤에서 벗어나더라도 기후 변화 완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논평했다.
에너지 수요 제한 정책 실현 위해서는 정치적 압력도 필요할 것...
유럽연합, 2030년 배출 감축 목표 55%에서 57%로 강화 예정
실제로 2021년 영국 기업가 리처드 브랜슨이 자사의 관광용 우주선에 탑승해 14분 동안 우주 여행에 성공했는데, 가디언은 이 우주 비행으로 최소 75톤의 탄소가 배출됐으며 이는 가장 빈곤층 10억 명 중 한 명이 평생 배출할 탄소보다 더 많은 양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IPCC의 저탄소 및 순환경제 프로그램 책임자 팀 고어는 “세계 상위 10% 부유층이 배출하는 총 탄소 배출량만으로도 2030년 1.5°C 기후 목표 유지를 위한 한계치를 넘어설 수 있다”며 “메가 요트, 자가용 제트기, 우주 여행 같은 사치스러운 탄소 배출을 제한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1.5°C 기후 목표는 지구 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보다 1.5°C 이내로 제한하자는 2015년 파리 기후 협약으로, 기후 과학자들이 분석한 일종의 인류 생존 마지노선이다.
한편 IPCC는 제6차 IPCC 보고서에서 에너지 수요의 적절한 제한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2050년 예상 배출량 대비 40~70%까지 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적절한 수준의 에너지 소비에는 지속가능한 식단, 기후 친화적인 복장 문화, 건물 내 재생에너지 사용, 전기차로의 전환, 걷기, 자전거 이용, 수명이 길고 수리 가능한 전기제품 구입, 에너지 효율적인 도시 설계 등이 포함된다.
코펜하겐 비즈니스 스쿨 조교수 크리스티안 닐슨은 “현실적으로 상위 20%의 에너지 소비를 공정한 수준으로 제한할 수 있는지가 문제”라며 “이러한 정책의 실현을 위해서는 대규모 대중 동원을 포함한 정치적 압력도 필요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유럽연합은 COP28 정상회담을 앞두고 기후 목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로이터는 유럽연합이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1990년 대비 55%로 줄이겠다는 기후 목표를 57%로 높이겠다는 내용의 결의안 초안을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COP28 주최국인 아랍에미리트는 모든 참여국에 오는 9월까지 기후 목표 갱신을 요청했으며, 차기 의장 알자베르는 "지금까지 진행한 점진적 노력으로는 시급한 기후 위기를 해결하기 어렵다"며 "우리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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