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업계의 글로벌 탄소회계 표준을 개발 중인 은행들이 주식 및 채권 인수 등 자본시장 관련 탄소배출량의 대부분을 회계 처리에서 제외하려 한다고 지난 30일(현지시각) 로이터가 보도했다.
전 세계적으로 탄소 중립 경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인식이 높아지면서, 글로벌 가용 자본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은행의 역할과 책임도 커지고 있다. 이에 2015년 파리 기후 협정 이후 PCAF(탄소 회계 금융 협의체, Partnership for Carbon Accounting Financial)가 출범, 금융기관 보유 자산의 배출량 산정 방법론을 개발해 금융배출량의 측정과 공시를 지원하고 있다. PCAF에는 현재 400개 이상의 금융기관이 참여하고 있으며, 이들의 운용 자산은 총 92조달러(약 11경7281조원)에 이른다.
주요 은행들, 탄소회계에서 주식, 채권 부문 대부분 제외하기로 합의
"채권이나 주식인수 금융배출량 중 33%만 탄소회계에 포함"
PCAF 실무그룹 은행들이 탄소회계에서 자본시장 관련 금융배출량 중 3분 2를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소식을 전한 로이터는 "해당 안이 최종 확정되면, 환경단체들과 크게 갈등을 빚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대부분의 환경단체들은 금융기관이 대출 부문과 마찬가지로 채권 및 주식 인수로 발생하는 금융배출량에 대해서도 전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환경단체 시에라 클럽(Sierra Club)에 의하면, 2016년부터 2022년까지 미국 6대 은행이 화석 연료 기업에 제공한 자금 중 거의 절반은 직접 대출이 아닌 주식, 채권 인수 등 자본시장을 통한 것이었다.
대규모 자본을 운용하는 실무그룹 은행들은 "채권이나 주식 인수를 통해 발생한 금융배출량 중 33%만 탄소회계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출에 비해 채권 및 주식은 기업에 대한 통제권이 약하다는 이유다. 또한 자본시장 배출량의 100%를 책임지는 것은 전체 금융 시스템에서 배출량 중복 집계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고 언급했다.
소식통은 실무그룹 다수가 33% 안을 지지했지만, 최소 두 곳은 반대했으며, 한 곳은 100% 안을 주장했다고 전했다. 또한 소식통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수치를 합의하기 위해 소모적인 논쟁이 몇 달 동안 계속됐으며, 어떠한 수치라도 발표를 하는 것이 더 이상 시간을 끄는 것보다는 낫다”고 밝혔다. PCAF의 최종 방법론 발표는 이견으로 인해 작년부터 지연되고 있었다.
PCAF가 제공하는 회계 기준은 의무가 아니다.
향후 PCAF 이사회는 자본시장 배출량의 33%만 계상한다는 안의 채택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PCAF 대변인은 논평을 거부했지만, 이사회는 실무그룹 은행들을 무시하기 어려워 이 안건이 최종 채택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PCAF 실무그룹 회원사로는 모건스탠리, 바클레이즈, 뱅크 오브 아메리카, 씨티그룹, HSBC, BNP파리바, 넷웨스트, 스탠다드차타드 등이 있다.
바클레이즈 대변인은 금융기관의 배출량 기준 수립을 위한 PCAF의 노력을 지지한다는 언급 외에는 논평을 거부했다. 스탠다드차타드 또한 배출량 회계 기준에 만족하고 있으며, 더 이상의 논평은 거부한다고 밝혔다. 이 두 곳 외의 은행들은 모두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캠페인 단체 쉐어액션(ShareAction) 리서치 매니저 자비에 레린은 “PCAF는 은행의 기후 위험과 영향을 투명하게 평가할 수 있는 지침을 만들 책임이 있다”며 “33%라는 숫자는 허공에서 뽑아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럽 금융 이사회 여성 비중, 작년 52%에서 44%로 감소
한편 글로벌 컨설팅 기업 EY는 최근 보고서에서 유럽 금융업계 이사회에서 여성의 비중이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6월 기준 여성을 이사로 임명한 기업은 44%로 작년 52%에 비해 감소했다.
로이터 또한 지난 7월 28일 넷웨스트(NatWest) CEO였던 앨리슨 로즈가 사임하자 서유럽 주요 은행 여성 경영자가 단 한 명만 남게 되었다며 금융업계의 성별 불균형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경영연구소(Chartered Management Institute) CEO 앤 프랑케는 "유럽 은행권에서 가장 잘 알려진 여성 리더 중 한 명을 잃는 것은 경영자를 목표로 하는 여성들에게 실망스러운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앨리슨 로즈는 넷웨스트 산하 은행 쿠츠(Coutts)가 특정 정치권 인사의 계좌를 정치적인 이유로 폐쇄했다는 스캔들로 사임했다. 가디언 등 일부 언론은 넷웨스트 이사회가 다른 남성 경영자들보다 여성인 엘리슨 로즈에게 지나치게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다며 비판한 바 있다.
현재 유럽 주요 25개 은행 경영자는 96%가 남성이다.
- 은행업계 '자산 인수 관련 탄소배출량 기준' 두고 대립 지속돼
- 쉐어액션, 크레딧스위스의 기후목표에 반대 촉구
- 금융기관 보유자산의 탄소배출량 측정은?...KCGS 리포트
- HSBC, 버클레이, 블랙록 등 금융자산 탄소 배출량, 한 국가 배출량보다 많아
- PCAF와 CDP 기후공시 협력한다
- MSCI, EU 여성 할당 비율 제대로 충족한 기업은 30% 미만
- IPCC, 35년만에 나온 여성 후보 제치고 영국 교수를 의장으로 선출
- ESG 공시 의무 앞두고 탄소 회계 비즈니스 각광
- 바닷물에서 탄소 포집과 동시에 수소도 생산하는 스타트업
- TPI 보고서, 26개 글로벌 은행 넷제로 선언 뜯어보니...개선됐지만 미진해
- 미국 항소법원, 나스닥이 제안한 이사회 다양성 규칙 변경 지지
- 탄소회계 표준화하는 '탄소회계연맹' 출범
- 딜로이트, CSRD 200개 기업 분석…산업별 공시 특징 뚜렷·데이터 품질은 한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