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천연가스는 녹색 에너지가 아니다."
유럽연합(EU)은 탄소 배출 한도를 준수치 않는 천연가스 발전소를 지속가능한 금융(Sustainable Finance)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고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구체적으로, EU는 천연가스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발전소가 지속가능한 금융 목록으로 분류되기 위해서는 킬로와트시(kWh) 당 100그램 이상의 탄소를 배출해서는 안된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기후변화 관련 독립 싱크탱크인 엠버(Ember)에 따르면, 유럽에서 가장 효율성 높은 천연가스 발전소조차도 이 기준의 3배(300그램)가 넘는 탄소를 배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예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천연가스 발전소에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기술(CCS, Carbon Capture and Storage)이 도입되면 이 기준이 지켜줄 수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망했다. CCS는 이산화탄소를 대기로 배출하기 전에 압력을 가해 액체 상태로 만들어 저장하는 기술이다. 액체 상태로 만들어진 탄소는 해양저장, 광물탄산화, 지중저장 등의 3가지 방식으로 처분되며, 국제사회는 CCS가 중·단기적으로 탄소 배출을 줄이고 지구온난화를 방지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보고 있다.
현재, 유럽 내 천연가스 발전소는 CCS 기술을 적용하고 있지 않지만, 노르웨이 국영석유회사인 에퀴노르(Equinor EQNR)와 다국적 석유화학사인 로열더치쉘(Royal Dutch Shell)은 발전소의 CCS 기술을 개발 중이다.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적극적으로 이행 중인 EU가 천연가스를 친환경에서 배제하고 엄격한 기준을 부여함에 따라, 천연가스 시장에 어떠한 변화가 생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한편, 이번 사안은 작년 12월, EU 집행위원회가 발표한 2050년까지 EU의 탄소중립(Net Zero) 목표를 이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환경 정책안인 그린딜(Green Deal)에 따른 것이다. 그린딜은 ▲에너지 산업 ▲순환경제 ▲건축 ▲운ㆍ수송 등의 4개 영역에 대한 탄소 감축 목표를 골자로 하고 있으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 향후 10년간 최소 1조 유로(1330조원)를 조성한다.
이러한 ‘유럽 그린딜 투자계획(EGDIP: European Green Deal Investment Plan)’에 따라, EU는 지속가능한 금융 체계를 EU 회원국 간의 협의를 거쳐 구축해 나가고 있다. EU의 지속가능한 금융은 ▲지속가능한 분류체계 ▲지속가능성 표준 및 라벨 생성 ▲지속가능한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 ▲투자 자문에 지속가능성 포함 ▲지속가능성 벤치마크 ▲등급평가 및 시장조사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포함 ▲기관 투자자들의 지속가능성 투자 의무 ▲건전성 요구사항에 지속가능성 포함 ▲공시 및 회계분야에 지속가능성 포함 ▲지속가능한 기업 거버넌스 육성 등 10가지 실행 계획을 담고 있으며, 이 실행 계획을 뒷받침하기 위해 'EU 분류체계', '공시 규제 개선', '벤치마크 개발' 등의 규제개선 방안을 핵심 과제로 삼고 있다.
EU는 지속가능한 금융 체계를 올해 말까지 확정시킬 계획이며, 확정되면 2021년 말부터 금융투자업계는 확정된 체계에 따라 투자를 운용했는지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또, 지속가능한 금융 체계를 토대로 투자자와 기업의 자금이 지속가능한 친환경 사업으로 더 많이 유입되도록 유도하는 한편, 이 체계 기준에 충족하지 못하는 투자는 지속가능한 금융 목록에서 배제시킴으로써 그린워싱(Green Washing, 위장환경주의)을 방지시킬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