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성 공시 의무화가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면서, 기업이 ESG 정보를 더 편리하게 관리하고 정확하게 공시하도록 돕는 디지털 플랫폼들이 시장에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지속가능성 정보 공시가 의무화되면, 정보 관리와 공개에 있어서 더욱 신중해야 한다. 공개된 정보에 오류나 부정이 발견되면 법적 처벌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ESG 정보공시 플랫폼은 IT기술을 통해 정보 수집을 자동화하고 주요 공시 기준의 프레임에 맞춰 실무자가 더 정확하고 쉽게 공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돕는다.

ESG 공시 플랫폼은 크게 회계법인, ESG평가기관, SI기업, 대기업들이 주축이 되어 시장에 출시되고 있다. 회계법인은 컨설팅과 정보 검증, ESG 평가사는 ESG평가 및 지표, SI기업들은 소프트웨어 개발 전문성을 바탕으로 시장에 접근하고 있다. 각 기업의 전문성에 ESG 컨설팅이 붙어서 플랫폼을 만들고 있는 상황이다. 

ESG 공시 규제가 강화되면서 데이터 수집과 관리, 신뢰성 확보를 목적으로 IT기술을 접목한 ESG 공시 플랫폼들이 국내에서 출시되고 있다./언스플래시 

국내 공시 플랫폼 우후죽순…어떤 플랫폼 나왔나

회계법인 중에는 삼일PwC, 삼정KPMG, BDO성현이 공시 플랫폼을 내놨다. 세 플랫폼 모두 TCFD, SASB 등 주요 해외 공시 기준에 따른 서비스를 제공한다.  

삼일 PwC는 ESG 경영성과를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솔루션을 제공한다. ESG 정보 공시에 도움을 주는 모듈과 ESG 성과관리 모듈, 공급망 관리, 온실가스 배출량 관리 등 다양한 기능을 모듈별로 지원한다. ESG BDO성현은 글로벌 공시 플랫폼인 ESG북을 국내에 도입했고 글로벌 공시 기준과의 부합성을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삼정 KPMG는 ESG경영의 핵심성과지표(KPI) 분석을 통해 기업에 컨설팅을 제공한다. 

컨설팅 및 ESG 평가사는 마크스폰, 서스틴베스트, 한국ESG연구소가 플랫폼을 출시했다. 마크스폰의 EDK 2.0은 편리한 인터페이스가 특징이다. 특히 자동공시 기능을 통해 데이터와 콘텐츠를 PDF 형태의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형태로 전환할 수도 있다. 

서스틴베스트와 한국ESG연구소는 ESG 평가사답게 플랫폼과 ESG평가의 연계성을 특징으로 한다. 서스틴베스트는 공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ESG 진단 서비스를 제공하여 성과 추이와 장기 성장성, 산업군 내 경쟁사와의 ESG성과 비교 분석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다. 한국 ESG연구소는 10개의 산업별 특화 지표를 사용하여, 산업 맞춤형 공시 및 평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강점이다.

SI기업은 앞의 두 그룹과 달리 개발 전문성을 바탕으로 각 기업에 맞춤형 플랫폼을 제작하여 제공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해외 기업들에 서비스를 제공한 레퍼런스를 바탕으로 국내에 진출하고 있다. SAP는 클라우드인 SaaS를 통해 ESG 데이터 수집 및 관리에서 강점을 발휘한다. 

국내 SI업체들은 주로 대기업 자회사로 계열사를 대상으로 ESG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SK C&C와 LG CNS는 SK와 LG의 계열사로 타 계열사들을 대상으로 ESG 데이터 관리 및 공시 플랫폼을 운영 중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도 i-ESG라는 사내 벤처가 2022년 1월 출범한 후 1년 간의 인큐베이팅을 받은 후 분사했다.

 

ESG 공시 플랫폼, 3대 기술로 기존 공시 관행 개선

ESG 공시 플랫폼들이 급격히 늘어나는 이유는 공시 규제가 강화되면서 ESG 관련 정보의 신뢰성이 더 강조되기 때문이다. 

이진규 PwC 파트너는 “기존의 공시는 담당자가 엑셀에 수기로 데이터를 입력하다 보니 숫자가 잘 맞지 않는 일이 발생해 왔다”며 “공시 의무화로 인해 사업보고서와 지속가능경영보고서가 통합된 후 숫자에 오류나 부정으로 인해 투자자로부터 신뢰를 잃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들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고 있지만, 해당 정보의 출처와 로(raw) 데이터들은 체계적으로 관리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ESG 정보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보의 위치, 오류와 부정을 파악할 수 있는 데이터 관리 솔루션이 필수적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정원 마크스폰 대표이사는 플랫폼을 통해 ESG 정보를 상시 관리하고 언제든 공개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게 현재 공시 트렌드에 대응하는 중요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한정원 이사는 “ESG 공시가 사업보고와 통합이 되면, 7월에 내던 지속가능보고서가 사업보고 시점인 3월로 당겨질 수 있다. ESG 정보 공개 범위도 본사를 넘어 자회사와 공급망의 협력사까지 확장되고 있으므로, 지속가능성 보고서 발간만을 목표로 하던 단발성 공시 방식으로는 강화되는 규제 트렌드에 대응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 이사는 “ESG 공시 플랫폼은 정보 수집부터 데이터 관리, 검증까지 한 곳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요구하는 형태로 정보를 상시 공개할 수 있는 게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ESG 공시 플랫폼이 앞서 언급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필요한 기능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된다. 정종철 BDO성현회계법인의 ESG센터장은 지속가능성 공시 플랫폼이 ▲유효성 확인 ▲라이브러리 ▲API 자동연동 기능을 제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효성 확인은 담당자가 기재한 정보가 유효한지를 플랫폼이 확인하고 알리는 기능이다. 예를 들어, 담당자가 A 공장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플랫폼에 입력했다. 플랫폼은 해당 기업의 공장 면적이나 매출 등의 정보를 기반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추정한다. 담당자가 기재한 정보와 다르다면 알림창을 통해 이를 알려 유효성을 확인하는 기능이다.

라이브러리는 공시 담당자가 알아야 할 관련 정보들을 제공하여 학습을 돕는 기능이다. 공시 과정에서 필요한 정보를 링크 형태로 제공한다. 정 센터장은 “신입 공시 담당자가 업무를 위해 외부에서 관련 학습 도서를 구매할 필요 없이 플랫폼만 구입하면 필요한 학습 정보들을 얻을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API 자동연동은 데이터를 자동으로 수집하여 수기 방식에서 발생하던 수치 오류를 개선하는 기능이다. 이 기능은 먼저 기업의 전시적자원관리(ERP) 시스템에 연동하여 자동으로 데이터를 끌어올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ESG 공시 플랫폼 제 역할 하려면…구축 및 데이터 검증 사례 쌓아야

공시 플랫폼이 공시 대응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대기업들은 아직은 신중하게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이들이 주저하는 이유는 국내의 공시 플랫폼 시장이 이제 열리고 있어 레퍼런스가 많지 않다는 점과 플랫폼 제작 및 운영사에 민감한 기업 정보도 공유해야 한다는 점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반도체 대기업 ESG 실무자 A씨는 “현재 국내에 나온 플랫폼들은 기업의 의뢰를 받아 플랫폼을 구축하여 활용되고 있는 사례가 아직 많지 않다”며 “한번 도입하면 바꾸기가 어렵기 때문에 지금 바로 적용하기에는 부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는 “ESG 플랫폼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기업 ERP(전사적자원관리) 시스템에 있는 재무와 인력 데이터 등을 자동으로 불러오는 실시간 연동이 가능해야 한다. 그러나 기업이 공개하기 어려운 내부 데이터가 공시 플랫폼사에 공개된다는 점에 대한 리스크를 어떻게 통제할지 내부적으로 아직 결론을 내지 못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공시 플랫폼이 이제 구축되고 있기에 ESG 공시 업무에 어떤 효과를 가져올 지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도 해결 과제로 제시됐다.

국내 유통 대기업 ESG 실무자 B씨는 “공시 플랫폼의 구축 자체도 처음 진행해 보는 일이기에 어떤 효과를 불러올지 예측이 되지 않는다”며 “분명한 것은 플랫폼이 정보 검증을 통해 데이터 신뢰성을 어떻게 확보할지를 보여줘야 한다는 점이다”라고 강조했다.

금융위가 주도하는 국내 공시 제도가 2026년 이후 연장되고 해당 지침이 아직 명확하게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플랫폼을 마련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의견도 있었다.

IT 대기업 ESG 실무자 C씨는 “의무공시는 자율공시와 달리 법적 책임과 소송 문제를 생각해야 한다”며 “정부의 공시 기준이 정보 관리와 제3자 검증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줌으로써 이런 법적 리스크에 대응할 수 있게 된 이후라면 플랫폼이 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국내 주요 ESG 플랫폼

회사명

플랫폼명

특징

삼일 PwC
(회계법인)

ESG 데이터 플랫폼

- ▲ESG보고서 ▲ESG지표관리 ▲공급망 평가 및 관리 ▲TCFD보고 ▲스코프3 탄소배출 관리 ▲TIMM(Total Impact Measurement & Management)을 통한 ESG 경영 성과의 화폐화 기능 제공

- ESG 공시 플랫폼과 별도로 주요 뉴스 등 지속가능성 부문의 동향을 확인할 수 있는 ESG 정보 제공 플랫폼도 운영함

삼정KPMG
(회계법인)

ESG 링크(LINC)

-▲ESG 공시 ▲ESG 리스크 관리 ▲ESG 트랜스포메이션(Transformation) 서비스 제공

- ESG 경영 KPI 모니터링, 컨설팅 서비스 제공. 기업 핵심 이슈 중심으로 기술 성숙도, 산업 적합도, 적용 가능성 고려해서 ESG 개선 목표와 상세 과제 도출 후 KPI를 관리함

BDO성현(회계법인)

ESG북 제휴

- 글로벌 공시 플랫폼임 ESG북과 제휴하여 시스템을 도입함

- ESG Book은 기업의 공시 정보가 해외 공시 기준인 GRI와 SASB, TCFD 기준에 대한 부합도가 각각 몇 퍼센트인지 보여줌
- 개별 기업의 사용은 무료지만 공급망 협력기업들의 정보를 수집하여 평균값을 관리하는 등 부가 기능 사용은 유료임

마크스폰

(컨설팅)

EDK(ESG Dart Korea)2.0

- 맞춤형 인벤토리 설계,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작성, 공급망 데이터 통합 관리, 원클릭 자동공시 등 편리한 인터페이스 제공

- 자동공시 기능은 클릭 한 번에 플랫폼 내 데이터와 콘텐츠를 PDF 형태의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로 전환하고, 외부에 마이크로 사이트 형태로 공시할 수 있도록 지원

서스틴베스트
(ESG 평가사)

ESG Compass(컴퍼스)

-▲진단 ▲벤치마크 ▲인사이트라는 세 가지 서비스를 제공함

- ESG 평가사로서 평가기관 대응 및 ESG 등급, 컨트로버시 이슈 관리, 기관투자자 및 주주관여 활동 대응이 목적임

- ESG 진단과 컨트로버시 평가 결과는 ESG 평가 점수에 반영됨

한국ESG연구소(ESG 평가사)

KRESG ESG플랫폼

- ESG 평가 모델과 연계됨. ESG 컨트로버시 이슈를 점수화한 C-스코어를 운영하고 ESG평가에 반영함

- 글로벌산업분류기준(GICS)을 기반으로 34개 산업 분류로 세분화 함. 10개의 산업별 특화 지표 있음

SAP
(SI기업)

SAP Sustainability Control Tower

-글로벌 SI 기업으로 SaaS를 통한 지속가능성 데이터 수집 및 검증에 특화됨
- GRI, TCFD, EU 택소노미 등 지속가능성 지표를 활용한 보고와 성과 인사이트 분석을 위한 대시보드를 제공함

- 30일 무료 평가판 사용 가능함

IBM
(SI기업)

ESG Envizi

- 글로벌 SI 기업으로 GRI, SASB, GRESB, UN SDGs, TCFD 등의 글로벌 프레임워크 사용에 특화됨

- 점수 및 평가에 에너지 스타, NABERS(국립 호주 건축 환경 등급 시스템) 지표를 통합함

- ESG 재무보고, 건물등급, 공급망 관리(가치사슬 설문조사+평가)에 대한 공시가 가능함

SK C&C

(SI기업)

Click ESG

- 충남북부, 대전, 화성 등 지역 상공회의소 회원기업 10곳을 대상으로 '클릭 ESG 경영 컨설팅 지원사업'을 진행함

- ▲산업별 ESG 핵심 지표에 따른 진단 결과 ▲동종 업계와의 수준 비교 ▲세부 개선 영역 도출 등의 종합 진단 시뮬레이션 결과를 제공함 

- 디지털 탄소 여권 플랫폼을 구축하여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 결과를 제공함

LG CNS

(SI기업)

LG ESG 인텔리전스

-LG 계열사 10곳에 오픈됨

-기후위기 대응(에너지 및 탄소배출 관리, 신재생에너지, 폐기물/재활용), DX 기반 안전/보건, ESG IT 컨설팅 및 데이터 통합 관리 등 종합 솔루션을 제공함

포스코인터내셔널(SI기업)

i-ESG

- '포벤처스 프로그램' 3기 선발 기업으로 포스코인터내셔널 사내 벤처로 설립됨. 최장 1년 간의 인큐베이팅 과정을 거쳐 분사할 예정임

- AI 기반 리포트 자동화 소프트웨어를 바탕으로 ESG 공급망 관리 소프트웨어, 국내외 인증 및 평가 기관 대응을 위한 웹 서비스를 제공함


신한금융그룹
(금융기업)

 

ESG 데이터 플랫폼

- 신한금융의 '금융배출량 측정 시스템'과 연결함

- IFRS 지속가능성공시 기준 S1과 S2 데이터 항목을 포함함. 신한금융지주의 15개 자회사 및 손자회사의 ESG 데이터를 반영하여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한 ESG 데이터 공시 도입을 대비한 시스템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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