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한정애 국회의원(서울 강서병•보건복지위원회)은 20일 국민연금공단 국정감사에서 국민연금의 위탁운용 책임투자자산의 대부분이 ESG 워싱(Washing)이라고 지적했다.

한정애 의원은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에게 "국민연금이 2022년 말 책임투자 자산이라고 공시한 국내외 위탁운용 주식과 채권 자산의 98%는 책임투자 자산이 아니거나 그 근거가 매우 박약하다"고 주장하며 "이는 금융기관이 주로 저지르는 전형적인 그린워싱, ESG 워싱에 해당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ESG 워싱은 조직이 제품과 서비스 등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성과를 거짓 혹은 과장함으로써 경제적 이득이나 사회적 평판 등을 얻고자 하는 행위다.  

한정애 의원은 국감에서 국민연금 위탁운용 자산의 98%가 책임투자 자산이 아니거나 근거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국민연금공단 
한정애 의원은 국감에서 국민연금 위탁운용 자산의 98%가 책임투자 자산이 아니거나 근거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국민연금공단 

위탁운용 자산 284조 원 중 6조원만 책임투자 자산...

국민연금, 그 외 자산도 책임투자 자산으로 분류

국민연금의 책임투자 자산은 2021년 말 130조2000억원에서 2022년 말 384조1000억원으로 급증했고, 그 동력은 위탁운용에서 나왔다. 국민연금의 책임투자 자산 중 직접운용은 99조7000억원, 위탁운용은 284조4000억원이다. 

국민연금 위탁운용 책임투자 자산은 2021년말까지 국내주식의 여러 위탁 유형 중 책임투자형에만 적용해 왔고 규모는 7조7000억원에 불과했다. 문제로 지적된 부분은 2022년 위탁운용사에 위탁하는 국내주식‧국내채권‧해외주식‧해외채권의 모든 자산을 책임투자 자산으로 집계해 공시했다는 점이다.

국민연금 자산군별 책임투자 연도별 규모 추이(단위: 조 원)/한정애 국회의원실
국민연금 자산군별 책임투자 연도별 규모 추이(단위: 조 원)/한정애 국회의원실

한정애 의원은 “이 위탁운용 자산 284조4000억원 중 6조원을 제외한 나머지는 책임 투자 자산이 아니거나 근거가 매우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한 의원이 말한 6조원은 순수주식형, 중소형주, 가치주 등 국내주식 위탁운용의 다양한 유형 중 ‘책임투자형’으로 아웃소싱되어 있는 2022년 말 기준 자산이다.

이는 제안 요청서에서 ▲책임투자 철학 ▲국민연금 책임투자형 운용전략 ▲국민연금 책임투자형 운용 실행 방안 ▲지속가능 종목군 리서치 실행 방안 등 책임투자와 관련한 구체적인 사항에 대하여 평가를 받은 결과 선정된 자산운용사가 운용하는 국민연금의 자산이다. 즉 운용과정에서 ESG를 실질적으로 고려하는 자산이라는 의미로 제안서에 기술한 내용에 따라 이행 여부도 점검받는다.

그 외 ‘책임투자형’이 아닌 나머지 위탁운용자산(국내주식, 국내채권, 해외채권)은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여부 및 세부지침 보유 여부, 책임투자 정책 및 지침 보유 여부를 국민연금 위탁운용사 선정 시 2점 혹은 1점을 가산점으로만 부여하기만 했다. 즉, 위탁자산 운용 시 ESG를 실제로 고려하는지를 보지 않는다. 국민연금은 이 과정을 통해 선정한 위탁운용사가 맡은 자산도 모두 책임투자 자산으로 분류했다.

한 의원은 “국민연금 논리대로라면 위탁운용사의 국민연금 위탁자산만이 아니라 각종 공모펀드 등 그들의 모든 운용자산이 책임투자 자산이라는 터무니 없는 비약이 가능해진다”고 비판했다. 

그는 “스튜어드십 코드에 가입도 하지 않고 책임투자 정책과 지침도 보유하지 않은 국민연금 위탁운용사들도 있는데, 이 위탁자산도 책임투자 규모에 포함되어 있다”며 국민연금의 책임투자 자산의 분류 기준이 자의적이라고 지적했다.

 

해외주식 위탁운용사, ‘투자전략의 ESG 고려 수준’ 평가하지만...

가산점만 주는 ‘ESG 통합 방식’은 여전히 문제

한정애 의원실은 국민연금이 다른 자산군과는 달리 해외주식의 위탁운용사는 ‘투자전략의 ESG 고려수준’을 평가해 선정한다고 설명했다. 

가장 높은 등급인 ▲ESG1부터 ▲ESG2 ▲ESG3 ▲ESG4 ▲ESG무등급까지 총 5단계로 구분하고 최고 2점에서 최하 1.2점을 배점한다.(표4 참조) 해외주식 위탁자산은 기존 운용에 ESG 고려요소를 추가하는 ‘ESG 통합’ 방식이다. 

국민연금 책임투자 관련 해외주식 위탁운용사 선정기준(2022년 말 기준)/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
국민연금 책임투자 관련 해외주식 위탁운용사 선정기준(2022년 말 기준)/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

한 의원실은 다른 자산군의 선정 방식보다는 책임투자에 근접해 있다고 할 수 있지만, 가산점 방식인 데다 위탁운용사의 ESG 고려 수준의 등급 간 차이가 크지 않고 실제 적용하는지의 여부는 별개라는 점에 온전히 책임투자 자산으로 분류하기에는 매우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ESG가 주류화되면서 일반 기업뿐만 아니라 금융기관의 그린워싱, ESG 워싱과 더불어 소송에 직면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유럽연합, 미국 등 선진 각국에서는 이에 따라 각종 워싱을 방지하기 위한 법‧제도적 장치를 만들거나 구축 중이다. 

유럽연합은 SFDR(지속가능금융공시규제 : Sustainable Finance Disclosure Regulation)은 일반펀드, ESG 관련 펀드, 지속가능성 펀드를 나누고 각각에 따라 공시사항을 규제하고 있다. 

미국은 명칭규정(Names Rule)은 펀드 명칭이 내포하는 투자정책을 최소 80% 이상 운용에 반영하도록 하고 있다. 예를 들어 투자 전략 이행과 의사결정 과정에 ESG 요소를 고려하지만 기존 재무나 경제적 요소에 우선하지 않으면 펀드 명칭에 ‘ESG’ ‘지속가능성’과 같은 표현을 쓰지 못하도록 정했다. 

우리나라 금감원도 최근 ‘ESG 펀드에 대한 공시기준’을 도입해 내년 2월부터 본격 시행한다. 펀드명칭에 ESG를 포함하고 있거나, 투자설명서 상 투자 목적‧전략 등에 ESG를 고려하고 있음을 표시‧기재하는 등 스스로 ‘ESG’임을 표방하는 펀드는 투자 목적‧전략, 운용 능력, 투자위험 등 중요정보와 ESG 연관성을 사전 공시하고 자산운용보고서를 통해 정기적으로 운용 경과를 보고하도록 했다.

한 의원은 “건전한 ESG 생태계를 구축하고 감시해야 할 주체인 국민연금의 ESG 워싱은 자본시장 전반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우리 사회 전체의 지속가능성을 저하시킨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다. 국민연금은 위탁운용자산의 책임투자 자산 분류 기준을 ‘ESG 워싱 방지’라는 관점에서 엄격히 수립하고 이를 기준으로 책임투자 자산을 재산정하여 재공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IMPACT ON(임팩트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