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산업은 성장이 예비된 산업이다. 한국은 명실상부한 반도체 강대국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을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산업이 성장하면서 온실가스 배출량도 함께 늘어난다는 점이다.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이하 탄녹위)는 25일 한국반도체산업협회와  반도체 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반도체산업 탄소중립 글로벌 동향과 대응전략 컨퍼런스’를 공동으로 개최했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산업이 지속가능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공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문제를 해결하고, 탄소중립에 기여하는 바를 명확하게 정의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김상협 탄녹위 위원장은 개회사에서 “한국이 반도체 초강대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글로벌 흐름에 빠르게 대응하고 산업 경쟁력과 탄소중립 이행을 잡을 수 있는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다”며 탄녹위가 이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정회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은 환영사에서 “반도체 산업은 공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공정가스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며 “탄소중립이 이행되며 산업의 전기화가 이뤄지고 있는데, 전력을 절약하는 분야에서 반도체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반도체는 전기차 부문에서 기여도를 높여가고 있으며, 타 산업에 대한 기여도 촉진할 수 있는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컨퍼런스는 서울 강남구 트레이드타워에서 개최됐다. 발제는 김경민 한국거래소 IR협의회 애널리스트가 ‘글로벌 환경에서 바라본 한국 반도체 산업’, 김범조 KEI 컨설팅 상무가 ‘반도체 주요기업의 RE100 및 탄소중립 저감대책과 우리의 대응전략, ‘김창욱 보스턴컨설팅그룹(BCG) MD파트너가 ‘반도체 산업의 탈탄소화’를 주제로 진행했다./탄소중립녹생성장위원회
컨퍼런스는 서울 강남구 트레이드타워에서 개최됐다. 발제는 김경민 한국거래소 IR협의회 애널리스트가 ‘글로벌 환경에서 바라본 한국 반도체 산업’, 김범조 KEI 컨설팅 상무가 ‘반도체 주요기업의 RE100 및 탄소중립 저감대책과 우리의 대응전략, ‘김창욱 보스턴컨설팅그룹(BCG) MD파트너가 ‘반도체 산업의 탈탄소화’를 주제로 진행했다./탄소중립녹생성장위원회

반도체 산업, 역성장 티핑 포인트…AI 수요에 대응해야

반도체는 앞으로 성장이 전망되는 산업이지만, 현재 시장 상황은 좋지만은 않다. 김경민 한국거래소 IR협의회 애널리스트는 반도체 산업이 전년과 비교해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경민 애널리스트는 “한국 반도체 수출이 월별로 매출이 100억달러(약 14조원)를 하회하다가 회복되는 구간에 있다”고 설명했다.  

PC, 모바일, 서버와 같은 영역은 전반적인 반도체 시장 상황을 따라가고 있으나, 인공지능(AI) 부문은 수요가 높다. 김경민 애널리스트는 “AI 수혜기업의 매출과 주식을 보면, 인공지능 부문의 수요가 어떤지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수혜주인 엔비디아는 올해 3분기 매출이 전 분기 매출의 두 배가량 올랐다. 주가도 연초와 비교해서 200% 이상 올랐다.

김경민 애널리스트는 “한국 반도체 산업은 AI 수요에 대응해야 하며 후공정에서 기술력을 확보해야 한다”며 “특히 인도 중심의 정세 변화와 메모리 반도체 업황의 회복되는 상황이므로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반도체 기업의 RE100 갈 길 멀어…에너지 옵션 넓히는 정책 필요해

김범조 KEI 컨설팅 상무는 “반도체 업종은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의 5%를 차지하고, 스코프 1과 2에서 배출량의 60%가 발생하므로 업종이 성장할수록 배출량도 증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산업은 소비 단계보다 생산 단계에서 나오는 배출량이 더 많다는 의미다. 김범조 상무는 “스코프 1은 공정 과정을 개선하는 방법, 스코프2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에너지 효율 강화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과 같은 글로벌 IT 기업들은 반도체 공급업체에 100% 재생에너지 사용을 의미하는 RE100을 선언하고 이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김범조 상무는 이에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를 설명했다. 

김범조 상무는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2020년경 RE100에 대부분 가입하여 2050년을 RE100달성 시점으로 제시했다”며 “2022년 기준으로 전력 소비량의 93%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한 인텔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반도체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사용량이 적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반도체 기업은 핵심 공장이 소재한 국가의 재생에너지 환경에 따라 재생에너지 전력 조달 비율에서 차이가 난다. 인텔은 미국의 풍부한 재생에너지 조달 환경에 따라 RE100을 더 빠르게 달성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한국이나 대만 소재의 기업은 어렵다는 의미다.

김 상무는 “일본의 비화석가치증서(FIP)와 같은 정책을 통해 발전사업자가 더 저렴한 신재생에너지 인증서(REC)를 구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녹색 프리미엄과 직접 전력구매계약(PPA) 등 다양한 재생에너지 방안을 기업이 선택하도록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PPA는 현재 수요가 집중되면서 재생에너지 발전 단가가 하락하는 시간이 지연되기 때문에, 발전설비에 대한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망 이용료 할인과 같은 소비자 지원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스코프 1,2,3 측정과 공개가 기초…AI 활용 방법 찾아야 

김창욱 보스턴컨설팅그룹 MD파트너는 반도체 기업들이 스코프 1,2,3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재생에너지 사용량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데이터의 수집과 측정이 기초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창욱 MD파트너는 “한 반도체 기업이 발간한 2020년 CSR보고서와 CDP 데이터의 스코프3 온실가스 배출량을 보면 CSR은 0.1 CDP는 0.6으로 수치에서 차이가 난다. CSR 보고서에는 스코프2 배출량이 기재되어 있지 않고 CDP 보고서에는 기재되어 있는 등 데이터의 수집과 측정에서 일관성이 부족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며 “동종 업종 기업들에서 자주 발견할 수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온실가스 배출량의 측정 수준이 회사가 배출량 감축 수준과 비례한다는 연구 결과도 제시됐다. 김창욱 MD파트너는 “스코프 1,2,3의 탄소 배출량을 모두 측정한 회사는 전체의 9%를 차지하고, 감축 목표의 50% 이상을 달성한 곳은 57%가 넘었다. 반면, 스코프 1과 2를 부분적으로만 측정한 회사는 전체의 81%이고 목표 달성률은 31%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김창욱 MD파트너는 “반도체 기업이 넷제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수집, 측정하고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이 작업은 인력으로는 어렵고 AI로만 수행할 수 있으므로 AI를 통한 대응 방법을 빠르게 찾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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