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경쟁시장국(CMA)이 12일(현지시각) 녹색 협력 가이드라인(Green Agreements Guidance)을 발표했다. 경쟁법 위반 우려를 덜어주어 친환경 목표 달성을 위한 기업 간 협력을 장려하기 위해서다.
CMA 최고책임자 사라 카델(Sarah Cardell)은 “CMA는 기후변화 대응과 환경적 지속가능성 촉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으며, 기업들이 이를 이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CMA의 우선사항”이라고 밝혔다.
친환경 목표를 위한 기업 간 협력, “담합 아니다”
금융투자업계의 친환경 이니셔티브 가입도 가능해져
지속가능성이 전 세계 화두가 되면서 각국 시장 규제당국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거나 생물 다양성을 보호하기 위한 기업 활동을 어떻게 장려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해왔다. 기업의 친환경 활동이 고객에게 직접적인 이익을 주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영국 CMA는 11일(현지시각) 녹색 협력 가이드라인을 발표, 기업들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협력할 수 있도록 지원책을 내놨다.
2019년 ‘2050년 탄소제로’라는 기후 목표가 법제화된 이후로도 기존 경쟁법을 의식해 지속가능성 관련 공동 프로젝트 추진을 꺼려온 기업들에게 청신호를 켜준 것이다.
이번 지침은 경쟁업체 보다 먼저 공급망을 친환경으로 전환하는 기업이 더 높은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선점자 불이익(first mover disadvantage, 높은 개발비용, 시장 개척 부담 등)’을 없애는 것이 목표다.
일반적으로 경쟁업체 간에 담합, 즉 경쟁을 제한하는 거래는 더 높은 품질, 더 낮은 가격 등 비경쟁으로 기업이 얻는 혜택을 고객 또한 공정하게 받을 수 있으며, 이러한 이득이 시장 전체에 미치는 피해보다 더 크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그러나 CMA는 이번 지침에서 특정 공익성 요건을 충족하는 친환경 지속가능성 협약에 대해서는 “강제적인 규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 인해 기후 변화에 실질적인 영향을 주는 기업 간 협약은 영국 소비자 전체를 위한 혜택이 더 크다고 판단, 규제 조치에서 보호될 예정이다.
CMA는 기업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구체적인 협력 사례도 제시했다. 예를 들어 주택 건설업계는 최소 에너지 효율 기준을 충족하는 제품만 설치하기로 합의할 수 있다. 금융기관들은 화석연료 프로젝트에 자금이나 보험을 제공하지 않기로 합의할 수 있고, 패션업계는 플라스틱 오염을 유발하는 원단은 납품 받지 않기로 협의할 수 있다.
기관투자자들의 반독점 우려도 해소됐다. 지침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기후 및 환경정책을 추구하는 기업을 지지하는 이니셔티브 가입이 가능해진다.
악사(AXA) 등 글로벌 5대 보험사를 포함한 대형 보험사들은 반독점법 위반이라는 위협에 넷제로연합(NZIA)를 탈퇴한 바 있다. 미국 공화당 중심의 반(反) ESG 세력이 투자업계의 집단 기후행동을 담합이라며 공격했기 때문이다.
지침에 따르면, 주주들이 기업의 환경 정책을 지지하거나, 기업 변화를 위해 영향력을 행사하기로 합의하는 것은 경쟁법 위반 가능성이 적다.
영국 상공회의소 정책 책임자 알렉스 베이치(Alex Veitch)는 이번 CMA 지침이 기업들의 기후변화 대응 노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경쟁 항소 재판소(UK Competition Appeal Tribunal) 위원이자 옥스퍼드 법대 초빙교수인 사이먼 홈즈(Simon Holmes)는 "이번 조치로 영국 CMA는 전 세계 경쟁당국의 선두주자가 되었다"고 평가했다.
소식을 전한 FT(파이낸셜 타임즈)는 지난 6월 유럽위원회는 기업 간 친환경 협력에 대한 반독점 지침을 완화했지만, 대중에 기후 혜택을 제공하는 거래에 대한 면제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아 미흡했다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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