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에너지 기업 에넬(enel)이 향후 3년간 재생에너지 투자를 줄이고 전력망에 투자를 집중할 계획이라고 지난 23일(현지 시각)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에넬 신임 CEO인 플라비오 카타네오는 2024년부터 2026년까지 총 358억 유로(약 52조66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며, 이 중 EU 보조금을 포함한 약 190억 유로(약 26조8910억원)를 그리드에 투자할 예정이다. 반면 재생 에너지, 특히 육상 풍력, 태양열 및 배터리 저장에 대한 투자는 170억 유로(약 24조604억원)에서 121억 유로(약 17조1234억원)로 감소할 계획임을 밝혔다.
금리와 운영비가 상승하고 기업 부채를 감축하기 위해 재생에너지에 대해서는 보다 선별적인 투자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카타네오 CEO는 “그룹의 재무 상태를 강화하고 주주들에게 건전한 수익을 보장하기 위해 이 같은 조치를 취했다”며 “2026년까지 총 73기가와트를 설치해 재생 에너지 분야의 글로벌 리더십을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넬, 재생에너지 생산업체 탈바꿈했지만
"기업 재무구조 개선하라" 최대 주주 반발
에넬은 올해 이탈리아 우파 정부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대 재생 에너지 생산업체로 탈바꿈을 거행했다.
미국에 거대 태양광 패널 생산 공장을 건설하고, 녹색 전환을 위해 재생에너지 및 전기에 210조 투자를 투자했으며 2040년까지 발전시설을 재생에너지로 전환, 가스 소매사업을 종료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에넬은 지난 10년간 스코프 1 및 2 배출량을 7300만 톤 줄여 탄소를 가장 많이 줄인 기업으로 꼽히기도 했다.
하지만 재생에너지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로 인해 기업 부채가 늘어났으며, 주가는 0.4% 하락, 우량 지수보다 저조한 실적으로 나타났다. 에넬의 부채는 작년 말 690억 유로로, 아르헨티나, 페루, 루마니아에서 사업을 철수하기 위해 210억 유로의 매각 계획을 세워야 했다.
자산 매각이 점점 늦춰지자 에넬 최대 주주인 이탈리아 정부는 지난해 에넬의 전 CEO인 프란체스코 스타라체를 축출하기로 결정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재무부를 통해 23%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그리고 올해 초 주가 하락, 현금 유동성 하락 등 기업 재정구조를 강화하겠다는 이탈리아 정부와 에넬의 재생에너지 전략을 추진하라는 투자자 그룹 간의 충돌 끝에 경영진 교체가 이뤄졌다. 재생에너지 전문가를 CEO 자리에 앉혀 재생에너지 중심 포트폴리오를 이끌어 가겠다는 결정이 1년 만에 뒤집어진 것이다.
재생에너지 사업 신중에 기할 뿐
수익성 개선하면서 재생에너지 생산 이어가겠다
에넬 신임 CEO 플라비오 카타네오는 이탈리아 전력망을 강화하고 이베리아 지역의 재생에너지 용량 확대에 집중할 예정이며 기업 부채를 늘리지 않고 사업에서 창출한 현금만 사용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성명에서 “빚을 내서 집을 살 수는 있지만, 빚을 내서 저녁을 먹으러 나가는 것은 좋지 않다”며 "우리는 위험을 최소화하고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보다 투자를 신중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2027년까지 모든 석탄 화력 발전소를 폐쇄하고, 다른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체결해 앞으로 3년 이내 재생 에너지 용량에 13기가와트를 추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글로벌 재생에너지 리더로서의 입지는 유지하겠지만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선정에 더욱 신중을 기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재생에너지보다 전력망에 더욱 투자함으로써 투자를 재조정하고 효율적 자금 배분, 핵심 시장에 집중, 재무 및 환경적 지속 가능성을 통해 기업의 수익성을 개선하고자 한다.
이 계획이 발표되기 전 분석가들은 에넬이 재생 에너지 사업에 신중한 태도를 취하게 되면 해외 투자가 더 제한될 것으로 예상했다. 일부는 재생 가능 에너지 투자가 둔화되면 에너지 공급 업체에 더 의존하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카타네오 CEO는 “자본 집약적이고 덜 위험한 접근 방식을 취한 것”이라며 "이러한 재무 규율은 미래 경영 전략의 초석이 될 것이며, 현금 창출과 효율성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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