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의 주범으로 손꼽이는 석탄ㆍ석유 등 화석연료에 이어, 이제 플라스틱 산업에 규제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7일(현지시간) ‘포트폴리오 어스(Portfolio.Earth)’는 보고서 ‘뱅크롤링 플라스틱(Bankrolling Plastic)’이라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포트폴리오 어스는 금융산업의 환경 영향력을 추적하는 협력 이니셔티브다. 금융, 경제, 환경 전문가 중심으로 구성돼 이니셔티브를 진행했으며, 이들은 이번 조사가 '플라스틱 공급망에 대한 은행의 자금 조달을 최초로 조사한 것'이라고 밝혔다.
보고서에는 씨티그룹, JP모건체이스 등 주요 글로벌 은행들이 플라스틱 포장∙소매업체 등 40개 기업에게 총 1조7000억달러(1800조원)의 자금을 조건없이 대출해줬다고 발표했다. 2015년 1월부터 2019년 9월까지 전 세계 약 265개 은행들이 플라스틱 공급망에 있는 기업들에게 환경적 조치나 플라스틱 감축에 대한 조건 없이 대출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화학, 포장, 음료 제조업체에서 소매업체 대상으로 시행한 대출 규모는 최대 1조7000억 달러에 이르렀다. 주로 미국과 유럽의 20개 은행이 이 자금의 80%인 1조4000억달러를 제공했다. 상위 10대 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그룹, JP모건체이스, 바클레이, 골드만삭스, HSBC, 도이치뱅크, 웰스파고, BNP파리바, 모건스탠리는 총 대출 규모의 절반 이상(62%)을 차지했다.
바클레이스와 HSBC는 대출금을 각각 1180억달러(129조원)와 960억달러(105조원)를 증액했다. 이 은행들은 플라스틱 산업 기업들에게 막대한 대출을 제공하면서 환경 규제에 관련된 실사나 제한 기준을 전혀 도입하지 않았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보고서는 “은행들이 플라스틱 오염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플라스틱 업체에 막대한 자금을 빌려주고 있다”며 “플라스틱 오염으로 인해 전 세계 비난이 빗발치고 있지만 대출을 시행한 20개 은행들은 자금을 감축 혹은 제한하는 징후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이 플라스틱 가치 사슬 내에서 대출의 영향을 이해, 측정 또는 줄이기 위한 어떠한 책임도 지고 있지 않음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이니셔티브와 협력한 덴마크 사회과학 연구단체 바이브(Vive Economics) 소장 로빈 스메일(Robin Smale)은 이번 보고서 감사를 맡으면서 "은행들은 플라스틱 감소, 재사용, 재활용에 대한 공공 정책과 대출 포트폴리오를 조정해야 한다”며 “플라스틱 공급 원료를 사용하는 신규 업체들에게 자금 조달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포트폴리오 어스는 석유기업이나 화석연료 생산기업처럼 플라스틱 생산 및 사용 기업들에게도 은행이 환경 관련 규제나 압력을 가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일회용 포장재보다는 재사용 및 지역 공급망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전환하도록 장려해야 한다.
포트폴리오 어스는 "은행들이 현재 플라스틱 공급망 내에서 대출의 영향력을 이해, 측정 또는 감축하기 위한 책임을 전혀 지고 있지 않다"며 "플라스틱업체에 무차별적으로 자금을 지원해 은행들도 전 세계 플라스틱 오염을 함께 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운동가들은 “은행들에게 플라스틱 기업에 대출을 시행할 때, 실사 제도, 조건부 대출 기준, 대출 제한 등을 도입해야 하며, 장기적으로 기업들이 플라스틱 포장 제품의 재사용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속가능성 비영리단체 플래닛 트래커(planet tracker)의 플라스틱 프로그램 및 금융 시장 책임자인 가브리엘 스오미(Gabriel Thoumi)는 "투자자들은 제조, 사용, 폐기까지 플라스틱 산업에 있어 환경 위험에 대한 투자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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