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금융업계가 지속가능금융공시규정(SFDR) 개정안 채택을 연기할 것을 촉구했다.
2023년 12월 유럽의 3개 주요 금융기관으로 구성된 유럽 금융감독기구(ESA, European Supervisory Authorities)는 보고서를 발간, SFDR의 기술표준(RTS, Regulatory Technical Standards)을 개정할 것을 제안했다. 여기에는 지속가능한 투자에 대한 추가적인 공시 요건, 투자 결정이 지속가능성에 미치는 주요 악영향(PAI, Principle Adverse Impacts)에 대한 새로운 지표 도입 등이 포함돼 있다.
SFDR는 2018년 3월 EU가 발표한 지속가능금융 액션플랜(EU Action Plan)의 일환으로, 금융권 내 지속가능성에 대한 투명성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ESG 투자에서 문제가 되는 그린워싱을 방지하고 친환경, 지속가능투자로 민간 자본을 유인하기 위해 마련됐다.
SDFR 도입에도 그린워싱 논란 지속… 규제당국, 개정안 제시
국제사회의 지속가능성 목표가 가속화되면서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금융규제도 속속 도입되고 있다. 2021년 3월 시행된 EU의 SFDR이 대표적이다.
SFDR은 EU 역내 금융기관에 투자나 상품 관련 지속가능성 정보의 공시를 의무화하는 제도다. 직원이 500명 이상인 EU 역내 은행, 연기금, 자산운용사, 보험사 등 금융회사는 자사의 투자자산이 가지고 있는 지속가능성 위험 요소와 이를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 상세히 공개해야 한다.
공시사항은 금융회사 단위와 판매상품 단위로 구성돼 있다.
금융회사 단위의 공시사항으로는 지속가능성에 대한 주요 악영향(PAI)이 있다. 여기에는 기후, 환경, 사회, 인권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요소 등이 포함돼 있다.
판매상품 단위의 공시사항으로는 EU 역내에서 판매하는 금융상품 중 환경적, 사회적 특성을 홍보하거나 지속가능한 투자를 목표로 하는 경우, 공시를 통해 해당 상품의 지속가능성 특성 및 목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공시는 RTS 지침 하에 이행한다.
이러한 SDFR의 도입에도 금융상품의 그린워싱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유럽증권시장청(ESMA)가 1일(현지시각)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사회와 환경에 유익한 영향을 준다고 주장하는 임팩트 펀드는 실질적으로 비(非) 임팩트 펀드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에 ESA는 2023년 12월 보고서를 발간, SFDR의 RTS를 개선할 것을 제안했다. 여기에는 통상임금, 성차별, 노조 결성, 비정규직 비율 등 사회적 지표 공시를 확대할 것, 환경과 사람에게 심각한 해를 끼치는지 여부에 대한 공시를 강화할 것, 지속가능한 투자 비율 계산 방식을 명시할 것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아직 개정안을 채택하지 않은 상태다.
EU 금융업계, SFDR 개정안 저지… ‘시장 전체 입장 반영 안 됐다’
EU 금융업계는 이와 같은 SFDR 개정안에 반발하고 나섰다. 5일(현지시각) 로이터에 따르면, 유럽은행연맹, 유럽 기금 및 자산관리 협회(EFAMA), 보험 유럽, 대체투자관리 협회 등 EU 금융산업 기관연합은 EU 집행위원회에 이번 SFDR 개정안 채택을 연기할 것을 촉구했다. 이번 개정안은 일부의 시각만으로 만들어졌으며, 시장 전체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EU 금융연합은 성명을 발표, “우리 협회는 이러한 중요 프로젝트에서 부족한 의견 조율로 인해 지속가능한 투자 솔루션에 투자자 및 EU의 지속가능성 공시 표준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집행위원회는 금융권 성명에 대해 논평하지 않았다.
로이터는 SFDR 개정안 검토 및 채택이 오는 가을 임명될 새로운 집행위원회의 업무로 넘어갈 것이라며 올해 실질적인 정책 변화가 있을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PAI 모든 지표 공시한 기업, 전 세계 한 곳도 없어
한편 2일(현지 시각) 로이터는 SFDR이 시행되고 있음에도 모든 PAI 지표를 공시하고 있는 기업은 한 곳도 없다고 보도했다.
SFDR에 따라 EU에 본사를 두거나 EU 시장에 상품을 판매하는 모든 기업은 자사의 투자에 대한 PAI 지표를 보고해야 한다. 금융기업은 투자와 관련된 33개 지표 중 14개의 필수 지표와 2개 이상의 지표를 자발적으로 추가 공시해야 한다.
필수 PAI 지표로는 온실가스 배출량, 화석연료 기업 투자 비중, 생물다양성에 악영향을 끼치는 활동, 비정규직 정보, 이사회 성별 다양성 등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로이터와 ESG 데이터 부문 컨설팅기업 ESG북(ESGBOOK)의 공동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9000개 상장 대기업 중 PAI가 제시한 모든 지표를 보고한 기업은 한 곳도 없었다. 지표들 중 90% 이상을 보고한 기업은 7개, 80% 이상은 251개, 10% 미만은 4235개 기업이었다.
공개율이 양호한 지표로 지배구조와 온실가스 배출 데이터를 꼽았다. 반면 사회적 지표와 자연에 관련된 지표는 공개율이 떨어졌다. 실제로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PAI 지표 중 성별 임금 격차를 보고한 기업은 1.5%였으며, 재생에너지와 화석연료 에너지 사용량을 공개한 기업은 0.1%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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