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투자에 대한 블랙록의 고민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26일(현지시각) 미국 미시시피주는 블랙록이 ESG 투자와 관련해서 '사기성 마케팅'을 했다며 즉결 영업정지 명령을 내렸다. 

이번 법적 처분에는 수천 건의 위반 의심 행위에 건당 25000달러(약 3372만원), 즉 도합 100만달러(약 13억원) 상당의  벌금 부과도 포함돼 있다. 

 

미시시피주, “ESG 투자에 대한 블랙록의 주장은 사실 아냐”

미시시피주 국무장관실 증권부는 블랙록이 ESG 펀드와 비(非) ESG 펀드에 대해 사실이 아닌 정보를 안내했다고 주장했다. ESG 요소가 투자 수익률을 개선한다는 블랙록의 주장은 근거가 없으며, 블랙록은 운용 중인 모든 자산으로 환경 목표 촉진을 지향한다고 밝힌 만큼 블랙록의 비 ESG 펀드 또한 ESG 요소와 무관할 수 없다는 논리다.

미시시피주의 이번 조치는 테네시주가 블랙록이 ESG에 대해 '오해의 소지'가 있는 발언을 해 소비자 보호법을 위반했다며 소송을 제기한 지 3개월 만이다.  

블랙록은 성명을 통해 “우리는 미국에서 가장 규제가 엄격한 산업 중 한 부문에서 사업을 운영하고 있으며, 모든 면에서 법을 준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우리의 유일한 투자 철학은 고객이 선택한 펀드의 리스크 대비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블랙록은 미시시피주의 이번 즉결 처분에 대해 30일 이내 이의 신청을 할 수 있다. 이의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블랙록은 미시시피에서 사업을 철수해야 할 수도 있다.

미국 남부에 위치한 미시시피주는 대표적인 공화당 지지 주다. 

미시시피주가 블랙록에 법적 행정처분을 내렸다. / 블랙록 웹사이트
미시시피주가 블랙록에 법적 행정처분을 내렸다. / 블랙록 웹사이트

 

레드 스테이트, 블랙록 향한 공격 거세져…

한편으로는 “블랙록만한 자산운용사 없다”고도 인정

블랙록의 수난은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계속되고 있다. 24일(현지시각) 피이낸셜타임즈는 공화당을 지지하는 이른바 ‘레드 스테이트(red state)’ 연기금들이 지난 2년 동안 블랙록으로부터 약 133억달러(약 18조원)의 투자금을 회수했다고 보도했다.

여기에는 20일(현지시각) 텍사스주 학교 운영기금(Texas Permanent School Fund)이 블랙록과의 자금 위탁 운용 계약을 종료, 회수하겠다고 밝힌 85억달러(약 11조원)도 포함돼 있다. 이는 공화당 주지사 주에서 지금까지 회수했거나 회수할 것이라고 밝힌 자금 중 최대 규모다. 화석연료 산업 의존도가 높은 텍사스주가 ESG 투자를 지향하는 블랙록을 거부한 셈이다.  

블랙록은 “수천 개의 텍사스 학교와 가정에 오랫동안 힘이 되어준 성공적인 파트너십을 이렇게 무모한 방식으로 끝내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며 텍사스주 교육위원회 의장 아론 킨지(Aaron Kinsey)에게 서한을 발송, 이번 결정을 재고해달라고 요청했다.

블랙록을 향한 공화당 지지 주의 공격은 2022년 7월부터 본격화됐다. 당시 웨스트버지니아주 재무장관이었던 라일리 무어(Riley Moore)가 블랙록을 석탄산업에 적대적인 투자사 중 한 곳으로 지정, 주요 사업에서 배제한 것이다. 이는 주 정부가 금융기관을 상대로 보이콧(boycott)에 나선 최초의 사례다. 이후 텍사스, 플로리다, 미주리 등 여러 공화당 지지 주가 블랙록 보이콧에 나섰다.

블랙록도 대응에 나섰다. 탈탄소화 관련 펀드를 자회사로 이전, 축소하고 기후 목표 달성을 위한 투자자 이니셔티브 클라이밋 액션 100+(CA100+, Climate Action 100)과 모회사 블랙록이 관계가 없음을 천명한 것이다. JP모건, 스테이트 스트리트 은행은 CA100+를 공식 탈퇴했다. 

블랙록은 그 외 공화당과 연이 있는 로비스트를 영입, 텍사스주 부지사 댄 패트릭(Dan Patrick)과 전력망 투자 서밋을 공동 주최하는 등의 노력을 전개해왔다.   

 

텍사스의 '공정접근법' 또한 논란 

하지만 이러한 정치적 공격블랙록에 유의미한 타격은 주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즈는 레드 스테이트가 회수한 133억달러(약 18조원)는 블랙록의 전체 운용 자산에 1%에 불과하다고 보도했다. 현재 블랙록은 전 세계에서 약 10조달러(약 1경3463조원)를 운용 중이다.  

공화당 소속 노스캐롤라이나주 재무장관 데일 폴웰(Dale Folwell) 또한 래리 핑크 CEO의 해임을 요구하면서도, 블랙록보다 낮은 수수료의 자산운용사는 찾지 못했다며 184억달러(약 11조원)를 위탁한 바 있다.  

기업들의 우려도 이어졌다. 파이낸셜타임즈는 텍사스 현지 기업들이 화석연료나 총기를 지지하지 않는 금융회사에서 투자금 회수를 요구하는 텍사스의 ‘공정접근법(Fair Access Law)'에 우려를 표명했다고 보도했다. 텍사스 상공회의소와 연계된 비영리단체는 지난주 해당 법안이 친기업적인 분위기를 해치고 3710만달러(약 499억원)의 세수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기업에 특정 가치를 강요하면 시장에서 손실이 발생하고 그 결과는 결국 납세자가 부담하게 된다는 것이다. 

2021년 텍사스는 총기와 화석연료 산업 보호를 위해  해당 법안을 제정한 바 있다. 

래리 핑크는 2023년 1월 다보스포럼에서 ESG에 대한 미국 정치권의 반발로 운용 자산이 약 40억달러(약 5조원) 감소했으나, 그보다 훨씬 많은 액수인 2300억달러(약 309조원)가 신규 유입됐다고 밝힌 바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임팩트온(Impact O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