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 금융기업들이 미국 공화당의 ESG 공격에 대항하기 위한 묘수를 찾아냈다고 블룸버그를 포함한 현지언론이 1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달 초 파리 연계 자산운용사 연합(PAAO, Paris Aligned Asset Owners)은 웹사이트에 회원사들이 '신탁 의무'에 따라 재무 리스크를 피하고 자산 가치 극대화를 위해 2050년까지 순제로 달성을 위한 투자 전환을 '개별적으로' 약속했다는 문구를 명시했다. 이는 금융기업의 기후 동맹이 반독점법 위반이라는 공화당 측 공격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른 넷제로 기후 동맹들도 웹사이트를 변경, 회원사들의 궁극적인 목적이 자산 가치 증대에 있다는 내용을 삽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PAAO는 연기금을 중심으로 하는 글로벌 자산운용사 그룹으로, 파리협정 기후목표를 위한 투자 포트폴리오 운용을 지향하고 있다. 총 자산규모는 3조3000억달러(약 4409조원), 회원사는 57곳에 이른다.
코로나19 이후 미 공화당 중심으로 ESG 회의론 부상… 월가도 타겟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앞 글자를 딴 ESG라는 용어가 2004년 유엔의 보고서에서 처음 사용되고, 이후 2006년 유엔책임투자원칙(UN PRI)에서 금융 투자 원칙으로 ESG를 강조하면서 본격적으로 확산된 이후 줄곧 ESG 열풍을 이끈 것은 자본주의의 첨병인 월가였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와 전쟁, 인플레이션 등으로 경기가 어려워지자 ESG 회의론이 부상했고, 특히 미국에서는 2020년부터 에너지 기업들과 공화당을 중심으로 반(反) ESG 세력을 형성했다.
월가 또한 공화당의 타겟이 되면서, 2023년 독점금지법 위반 혐의로 넷제로보험동맹(NZIA, Net-Zero Insurance Alliance)은 공격을 받기도 했다. 당시 공화당은 “글로벌 보험시장에서 영향력이 큰 보험사들이 연합체를 구성해 동일한 목소리를 내는 것은 넓은 의미에서 담합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2023년 5월 미국 23개주 법무장관들은 NZIA에 서한을 발송, “회원사 가입 기준과 실천 사항을 분석한 결과, 반독점법 위반 혐의가 있다”고 강하게 경고했다. 이에 NZIA의 회원수는 31개에서 2023년 7월 기준 12개로 축소된 바 있다.
ESG 투자를 불법화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뉴햄프셔주 공화당 의원들은 정부 기관이 ESG 요소를 고려하는 투자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투자에 ‘고의’로 ESG를 포함시킨 자에게는 최대 20년 형을 선고할 수 있다.
월가, 웹사이트에 면책 조항 삽입으로 반격 나서
월가도 대항에 나섰다. 공식 웹사이트에 ESG에 대한 공격을 피하기 위한 면책 조항을 게시하기 시작한 것이다.
2023년 11월 넷 제로 자산운용사 이니셔티브(NZAM, Net Zero Asset Managers Initiative)는 웹사이트에 회원사들이 “독점금지법 및 기타 규제법을 포함하여 회원사들에게 적용되는 모든 법률과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문구를 게시했다. NZAM은 회원사들에게 민감한 정보 공개를 요구하지 않으며, 회원사 간 경쟁을 제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NZAM은 300여개 회원사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중에는 아문디 자산운용, 블랙록, UBS 자산운용 등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들이 포함돼 있다.
HSBC 홀딩스, JP모건, 뱅크 오브 아메리카 등 대출기관으로 구성된 탄소중립 은행연합(NZBA, Net Zero Banking Alliance)도 회원사들이 ‘집단적이고 합의된’ 진전을 추구할 것이라는 문구를 지배구조 설명 문서에서 삭제했다. NZBA 대변인은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약속과 지침의 핵심 원칙에는 변함이 없으며, 지배구조 문서의 조정은 회원사들이 전략적 및 상업적 결정을 '독립적으로' 내린다는 것을 명확히 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PAAO 대변인도 이번 웹사이트 변경이 “이니셔티브의 기본 원칙을 강조하고 더욱 명확히 하기 위한 것”이며 “본래의 약속이나 이니셔티브 회원사들의 전반적인 야망과 목표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PAAO, NZAM, NZBA은 모두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결성된 넷 제로를 위한 글래스고 금융 연합(GFANZ, Glasgow Financial Alliance for Net Zero)의 하위 그룹이다. GFANZ 대변인은 관련 논평을 거부했다.
한편 공화당의 위협이 기업들에게 유의미한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다국적 로펌 클리어리 고틀립(Cleary Gottlieb)의 수석 고문변호사 마우리츠 돌만스(Maurits Dolmans)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실제로 기후 대응 연합에 대한 미국의 반독점법 위반 혐의 위협은 크게 과장되어 있다”며 “기본적인 원칙만 준수하면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기후 동맹 가입으로 법정에 서게 되더라도 크게 걱정할 것이 없다는 의미다.
돌만스 변호사는 “기후변화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많은 연구가 있으며, 이는 비즈니스 방식의 변화 없이는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며 “미국의 반독점법이 이러한 재앙을 막기 위한 협력을 가로막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 미 공화당, 반ESG 위해 투자법을 새로 제안
- 【2024년 ESG트렌드 Top 10 ②】 ESG 정치화 흐름
- 미국 조지아주, 신규 12GW 태양광 계약으로 안티ESG 멈춰
- ESG펀드 붐 끝났나…미국 ESG펀드 사상 처음으로 해산이 런칭보다 많아
- 2023 ESG 투자 트렌드는? "정치화된 ESG가 투자에 영향 미쳐"
- 미국 자산운용사, 기후 목표에서 멀어져… 정치적 ESG 공격에 위축됐나
- 미국과 다른 움직임...영국, 지속가능성을 위한 기업 간 협력 “담합 아니다”
- 글로벌 4개 주요 은행, SBTi 목표 달성 포기하고 NZBA 따른다
- 바이든 정부의 퇴직연금 투자 시 ESG 고려 규칙… 미 대법원 판결에 달렸다
- 【ESG 투자, 계약, M&A 소식】 1월26일
- HSBC, 은행권 최초로 넷제로 전환 계획 발표...SBTi 기반 주장
- 美텍사스주, ESG 블랙리스트 올렸던 블랙록과 ‘전력망 투자 서밋’ 개최
- 네덜란드 연기금, 화석연료 기업 98% 투자 종료… 금융업계, “수익 줄어도 지속가능성에 투자할 것”
- 블랙록, 공화당 공격에도 ESG 펀드 급성장… 적극적 투자보다는 지수 추종형이 강세
- CA100+, “우리는 미국 법을 준수한다”… 대형 회원사 탈퇴에 적극 대응
- ISS, 안티ESG 피하는 지속가능투자법 제시
- SEC 기후공시 의무화법 드디어 통과…공화당 10개 주는 SEC에 즉각 소송 제기
- 미 미시시피주, 블랙록에 영업정지 처분… “사기성 마케팅했다”
- 1분기 글로벌 지속가능펀드 소폭 상승… 미국은 최악의 순유출 기록
- ESG 새로운 이름, 유니레버가 먼저 썼다… ‘합리적 지속가능성’
- ESG는 싫지만 투자는 좋다… 미 텍사스, 블랙록과 ‘오월동주’
- 블랙록 등 美 자산운용사, "담합 사실 없어"…기후투자 관련 반독점 소송 기각 요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