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ESG 펀드 규모가 급증하고 있다.
14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미국 공화당의 정치적 공격에도 불구하고 블랙록의 ESG 펀드가 지난 2년간 매 분기 순유입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ESG 펀드, 지난해 에너지 가격, 고금리, 정치적 압박 등으로 성과 저조
2023년 ESG 펀드 시장은 힘든 시기를 보냈다. 지난해 4분기에는 역사상 처음으로 글로벌 순유출이 발생해 시장에 큰 타격을 주기도 했다. 투자리서치기업 모닝스타에 따르면, 4분기 미국에서 51억달러(약 6조8105억원), 일본에서 12억달러(약 1조6024억원)가 ESG 펀드에서 빠져나갔다. 유럽에서 33억달러(약 4조4055억원)가 순유입됐지만 순유출을 막기에는 부족했다. 모닝스타는 급격한 자금 이탈의 이유로 ▲에너지 가격 상승 ▲고금리 ▲그린워싱 ▲정치적 압력 등을 꼽았다.
실제로 2020년부터 미국에서는 에너지, 무기 관련 기업을 등에 업은 공화당 중심으로 반(反) ESG 기류가 형성됐다. 공화당은 ESG를 반 자본주의, 심지어 반미주의자로 규정하면서 2023년에는 넷제로보험동맹(NZIA, Net-Zero Insurance Alliance)을 독점금지법 위반 혐의로 공격하고, 정부기관은 ESG 요소를 고려하는 투자를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이에 ESG 투자 열풍을 이끌었던 블랙록 최고경영자 래리 핑크(Larry Fink)는 2023년 6월 “ESG는 진보주의자들과 보수주의자들의 정치적 무기가 되었다”며, 더 이상 ESG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블랙록 ESG, 지난 2년간 총 53% 성장… 같은 시기 글로벌 성장률은 8%
공화당의 공격, 부진한 수익률, 미국 내 관심 하락에도 불구하고 블랙록이 ESG 투자 시장에서 급성장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종합 투자플랫폼 모닝스타 다이렉트에 따르면, 블랙록의 ESG 관련 운용 자산은 2022년부터 2023년 말까지 총 5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ESG 펀드 시장 성장률이 약 8%를 기록한 것에 비하면 괄목할 만한 수치다. 현재 블랙록이 운용하는 ESG 펀드 규모는 약 3200억달러(약 427조3280억원)로, 전 세계 자산운용사 중 가장 크다.
모닝스타 지속가능성 연구 글로벌 디렉터 호텐스 비오이(Hortense Bioy)는 “미국 내 반 ESG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블랙록에는 지난 5년간 ESG 펀드 시장에서 가장 많은 자금이 유입됐다”고 밝혔다.
한편 모닝스타는 지난해 9월 가장 인기 있는 ESG 전략으로 기후 전환을 꼽은 바 있다. 기후 전환이란 친환경적이지 않은 자산을 친환경적으로 바꾸는데 자본을 투입하는 것을 말한다.
가장 많은 자금이 유입된 기후 전환 펀드는 블랙록의 ‘아이셰어즈 기후 의식 및 전환 MSCI 미국 ETF(iShares Climate Conscious & Transition MSCI USA ETF (USCL@US)’다. 이 펀드의 주요 보유 종목으로는 엔비디아, 아마존닷컴,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있다.
ESG 투자 전략, 적극적 운용에서 수동적 지수추종형으로 전환 중…
“자산운용사들이 자신의 가치 증명 실패한 것”
블랙록의 ESG 펀드는 지난 4분기 47억달러(약 6조2763억원)의 순유입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글로벌 ESG 펀드에서 25억달러(약 3조3380억원)의 순유출이 발생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모닝스타는 블랙록의 신규 자금 56억달러(약 7조4771억원)가 ESG 패시브 투자(passive, 수동적)에 투입되면서 액티브(active, 적극적) 투자에서 유출된 약 9억달러(약 1조2016억원)를 상쇄했다고 밝혔다.
ESG 투자 전략은 일반적으로 패시브 전략과 액티브 전략으로 구분된다. 액티브 투자는 펀드매니저가 ESG 기준에 따라 직접 주식을 선별하여 기업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말한다. 반면 패시브 투자는 ESG 기준을 충족하는 기업의 지수를 추적하는 방식으로, 기업에 직접적인 영향력은 적지만 보다 다각화된 접근이 가능하다.
모닝스타는 ESG 투자에서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전략이 액티브 운용 전략을 대체하기 시작했다며, 이러한 양상은 가장 큰 시장인 유럽에서도 두드러지고 있다고 밝혔다. 액티브 자산운용사들이 실망스러운 성과를 내자 투자자들이 패시브 투자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4분기 패시브 ESG 투자는 213억달러(약 28조4397억원)를 유치한 반면, 액티브 ESG 펀드 투자자들은 약 180억달러(약 24조336억원)의 자금을 빼냈다. 현재로서는 유럽과 미국 시장에서 액티브 ESG 투자가 지수 추종형 상품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향후 역전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모닝스타 비오이 디렉터는 기후 및 생물다양성 요소 선별 등 ESG 투자를 위해서는 액티브 운용 방식이 더 적합할 수 있다며, 패시브 전략 전환 추세를 두고 “자산운용사들이 고객을 대상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데 실패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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