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석유기업 엑슨모빌이 역사상 첫 적자를 기록했다. 4분기에만 200억달러의 순손실, 4개 분기 연속 적자를 면하지 못해 지난해에만 224억달러(약 25조원)의 손실을 냈다. 블룸버그는 “1999년 엑슨이 모빌을 인수한 이후 40년 만의 첫 적자”라고 전했다. 이에 ‘친환경 트렌드에 대응하라’는 주주들의 요구는 더욱 힘을 받게 됐다.
엑슨모빌이 지난해 첫 연간 적자를 기록한 건 팬데믹 충격 때문이었다. 마이너스(-) 거래가 될 정도로 국제유가가 폭락하자 손실이 불어난 것이다. 대런 우즈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컨퍼런스 콜에서 “엑슨모빌이 경험했던 시장 상황 중 지난해가 가장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37억달러 규모의 배당은 예정대로 실시할 것이다. 지난해 행동주의 투자가인 엔진넘버원이 “석유 시추 등 수익이 하락세인 사업에 지출을 줄여 배당금을 보전하라”고 요구하는 등 주주들의 분노를 누그러뜨리기 위해서다.
또한 엔진넘버원은 지난달 엑슨모빌 이사회에 청정에너지에 더 많이 투자하지 않으면 이사진 40%를 갈아치우겠다고 공식 경고한 바 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주 "엔진넘버원이 앞서 발표한 경고를 실행에 나서기 시작했다"며 "엑슨모빌이 이사회를 개편하고, 친환경 에너지 전환에 더욱 주력하도록 대대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게 목표"라고 보도했다.
역사상 첫 적자와 주주들의 엄포로 엑슨모빌은 백기를 들었다. 그동안 소극적이었던 친환경 사업을 확장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엑손모빌 로(low) 카본 솔루션’이라는 명칭의 탄소배출량 감소 기술(CCU) 개발 사업부를 신설해 2025년까지 30억달러(약 3조35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엑슨모빌 같은 석유회사들은 지하에서 잔류 원유나 가스를 채취할 때 이산화탄소를 사용한다. 이산화탄소를 지하에 주입해 원유나 가스를 땅 위로 나오게 하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쓰이는 탄소를 지하에 매장하는 CCU 기술을 집중 개발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친환경 기술인 CCU 기술을 키우면서 정부의 세금 공제 등 혜택도 받고 기술 상업화를 통해 손실을 메우겠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기존 프로젝트를 모아 일종의 면피책으로 신사업 발표를 했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는다. 블룸버그는 “엑슨모빌이 발표한 내용엔 새로운 사실이 거의 없다”며 “라바지 가스시설에서 CCU 프로젝트를 벌인다는 내용은 수년 전부터 있어왔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무기한 연기됐다”며 진정성을 꼬집었다. 신사업 투자자금도 연간자본지출 계획의 3~4% 밖에 안 된다는 점, 원유 생산량을 늘리는 사업에만 투자해 온 점 등을 들어 주주의 요구를 만족시키기엔 아직 충분치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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