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손모빌은 지난 1일 행동주의 투자자의 압력을 의식해 2명의 새로운 이사진을 선임했지만, 당초 요구한 ‘에너지 산업에서 성공을 거둔 이사’라는 조건엔 맞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레스의 앤드류 로건 상임 이사는 “투자자의 반발을 저해하기 위해 선임한 이사인만큼, 회사엔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이사 선임은 주주총회를 48시간 앞두고 이뤄졌다. 자산운용사 아타이로스(Atairos) 대표 출신이자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제도이사회 회장을 지낸 마이클 안젤라키스(Michael Angelakis)와 포용적 자본주의를 위한 협의회(Inclusive Capital Partners) 회장이면서 유명한 행동주의 투자자인 제프 우벤(Jeff Ubben)이 주인공이다.

엑손모빌 대런 우즈(Darren Woods) CEO는 “신임 이사들의 자본 배분과 전략적 개발에 대한 전문지식은 더 넓은 범위의 이해당사자들의 이익을 위해 (엑손모빌이) 전환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고 밝혔다. 또한 “올바른 자본의 분배를 위한 다양한 시도는 계속될 것”이라며 최근 제기된 자사의 문제에 최선을 다해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동종업계와 마찬가지로 엑손모빌도 지난해 유가 폭락 이후 석유 사업에 투자를 크게 줄였다. 그러나 유가 반등과 경쟁사의 업스트림(Upstream) 투자가 줄어 석유 공급이 부족할 것이라는 빈틈을 포착해 오히려 향후 몇 년간 원유 생산량을 늘릴 계획을 고수하고 있다.

이런 엑손모빌의 시대 착오적 투자 계획에 행동주의 투자자 엔진 넘버원은 지난 1월 “에너지 산업 경험을 가진 4명의 사외이사를 선임하고, 좌초자산으로 분류되는 석유와 회사의 미래 가치를 저하하는 낡은 전략과 사고방식을 완전히 벗어나라”고 요구했다. 우즈 CEO는 “이번 이사 선임에 엔진 넘버원이 제공한 후보를 고려했다”고 해명했다. 앞서 엑손모빌은 말레이시아 국영 석유회사인 페트로나스(Petronas)의 탄 스리완 줄키플리(Tan Sri Wan Zulkiflee) 전 CEO를 이사진에 추가하기도 했다.

엔진 넘버원에 서명한 투자자 중 하나인 디 쇼(DE Shaw)는 “이번 이사 선임은 저탄소 미래로의 전환을 모색하며 투자 우선순위를 새롭게 정립하는 등 회사에 의미있는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표했다.

다만, 이번 조치가 주주총회를 이틀 앞둔 시점에서 급하게 이뤄진 만큼 엑손모빌의 의도를 의심하는 비판도 있었다.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다루는 미국 비영리단체 세레즈(Ceres)의 앤드루 로건 이사는 “엑손모빌의 이번 조치에는 회사의 변화를 진정으로 고민한 모습이 담겨있지 않았다”며 “단순히 투자자의 반발을 해소하기 위한 죄는 오히려 회사에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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