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CNBC 인터뷰에 등장한 제프 우벤./ CNBC 캡처 
지난 4월 CNBC 인터뷰에 등장한 제프 우벤./ CNBC 캡처 

 

ESG행동주의 투자자인 엔진넘버원이 엑손모빌 이사진 3명을 교체한 사건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지 몇 달이 지났다. 해당 이사진 중 한명으로 투입된 제프 우벤(Jeff Ubben)이 최근 FT 인터뷰를 통해 “주주 결의나 투자배제를 통해 회사의 투자전략을 바꿀 수는 없을 것”이라며 “오히려 E(환경)나 S(사회)가 새로운 가치 레버리지라는 관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행동주의 투자자 사이에선 유명인사다. 160억달러(18조원) 규모의 행동주의 헤지펀드인 ‘밸류액트 캐피털(ValueAct Capital)’의 설립자로, 일본의 올림푸스와 영국의 롤스로이스를 뒤흔든 바 있다. 그는 이후 환경 문제, 식량부족, 교육과 다양한 사회이슈를 해결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포용적 자본주의 연합(Coalition for Inclusive Capitalism)’ 팀을 꾸렸고, ‘포용적 자본 파트너스(Inclusive Capital Partners)’라는 새로운 행동주의 펀드를 시작했다.

엔진 넘버원의 주주 행동주의와 이사진 교체에 대해, 그는 이를 높이 평가하면서도 “엑손 모빌 내부에서 변화를 주면 더 의미 있는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그는 “지난 20년 동안 (이사회에서) 주주들의 목소리가 시장 판도를 바꾼 것처럼, 이제 이사회에서 이해관계자의 목소리가 필요하다”며 “하지만 엔진넘버원은 캠페이너(campaigner)이기 때문에, 엔진넘버원의 그 누구도 엑손모빌 이사회에 없으며, 지속적인 변화를 일으키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새로 선임된 이사들은 엔진넘버원과 무관하고 독립적이라고 한다. 그는 주주, 직원, 지구와 소비자들을 고려하고, 실제 투자자본을 지닌 이사회의 건설적인 이해관계자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엔진넘버원과 같은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다른 대기업들을 상대로 ESG와 관련한 다양한 공격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지를 묻는 질문에, 제프 우벤은 “위임 투표(proxy voting) 경쟁을 (ESG 행동주의 투자)의 권리라고 보는 걸 싫어한다”며 “나는 위임투표 콘테스트를 하지 않고, 오히려 경영진과 이사회와 많은 시간을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블랙록이나 뱅가드, SSGA 등 대형 자산운용사들의 입김이 높아지고, 위임투표 행사에 큰 관심이 쏠리는 것과 관련해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만약 여러분이 뉴욕에 있는 사무실에 앉아 있으면서 경영진과 전혀 대화하지도 않고, 진공상태에서 비즈니스에 대한 이론을 생각하고, (회사와 얘기할 필요도 없이) 가서 바로 위임투표를 행사하면 된다. 하지만 내 생각에 그 모델은 일종의 수치라고 생각한다. 만약 당신이 위임투표 대리인으로 (주총 장소에) 직행한다면, 그것은 너무 많은 권력을 (대형 자산운용사들의) 지배구조팀 손에 쥐어주는 꼴이 된다.”(FT 인터뷰)

제프 우벤은 “문제들은 항상 매우 깊이 분석해봐야 하며, 비즈니스모델과 함께 (해결에) 아주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며 “이것은 본질적으로나 지배구조팀에 의해 위임 투표한다고 될 성질의 일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엑손 모빌의 탈탄소화 전략과 관련, 그는 탄소배출을 막기 위한 기술 투자라고 명확히 했다. CCUS(탄소 포획 및 저장프로젝트)를 대표적으로 언급했다. 엑손모빌은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1억톤을 제거하기 위해, 미 최대 석유수송항인 휴스턴 항만 자리에 1000억 달러(111조원) 규모의 CCUS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제프 우벤은 “가능한 한 빨리 산업공정을 전기화하고, 탄소를 제거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보여주는 것이 엑손의 역할”이라며 “공기 중 직접 포획과 같은 완전히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설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ESG 지수에 대해 강한 비판적 어조를 드러냈다. “ESG지수는 탄소 문제를 완전히 피해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ESG 지수 상당수는 빅테크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는데, 이들은 이미 깨끗하다”며 “비료, 석유, 가스, 전력회사 등에서 실제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데, 온실가스 배출을 더 빨리 줄이고 세상을 더 빨리 이동시켜려면 그쪽으로 돈이 몰려야 하는데, ESG는 (오히려) 도망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장 적극적인 ESG투자는 가능한 한 빨리 탈탄소화를 이끄는 투자라고 했다. 제프 우벤 대표는 “능동적인 ESG투자는 탄소산업이 발생시켜온 외부성(환경오염이 대표적)을 해결함으로써 독특한 수익을 얻는 투자이며, 그런 측면에서 대형 정유사에 대한 투자는 온실가스 배출 감축의 이면에 존재하는 새로운 투자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동안에도, ESG라는 이름으로 ‘문서 탈탄소화(paper decobonization)’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며
“문제 속으로 들어가야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내가 엑손 모빌 이사회에 들어간 이유다. 탈탄소하느라고 석유화학업종을 벗어 던지는 것은 이념적이다. 정치인과 환경 NGO는 이런 얘기를 하지 않는다. 내 목표는 암모니아 인프라든, 탄소 인프라든 기존 인프라를 사용하되, 탄소를 다시 지상에 넣는 것이다. 녹색 암모니아나 녹색 수소 같은 보다 비싼 새로운 인프라가 경제화 되면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탄소가 다시 땅속에 층층이 쌓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나에겐 그것이 세계 경제에 충격을 주지 않고 물가가 너무 빨리 오르지 않도록 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는 "솔직히 말해 ESG는 너무 인플레이션”이라고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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