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덥습니다. 낮에 미팅 때문에 외출할 때면, 열기가 너무 강렬해서 좀 무서워집니다. 봄바람 살살 불어오던, 아니 찬기운에 코트 깃을 살짝 여미던 겨울이 왜 이리 그리워지는 것일까요? 이 무더위를 얼마나 더 견뎌야 할지, 걱정입니다.

지난달에는 정말 부고장을 많이 받았습니다. 어르신들의 기력이 갑자기 쇠한 것이 날씨 탓인가 싶은 생각까지 했습니다. 시골에 혼자 사는 엄마가 분명 전기세를 아낀다며 에어컨 대신 선풍기를 틀고 있을 것 같아 걱정되다가도, 또 ‘시원한 경로당을 찾아가시겠지’ 하고 바쁜 걸 핑계삼아 이번 주도 안부 전화 한통 못했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너무 많은 소식에 한 주도 바람잘 날이 없네요. 생성형 AI의 최고 경쟁자가 될 MS와 엔비디아(Nvidia)의 시총 1위 경쟁 소식이 화제였는데, 저는 엔비디아 젠슨 황이 에디슨 전기협회(EEI) 연례회의에서 밝힌 이야기가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그는 앞으로 가장 큰 영향력과 수익이 생길 분야로, “전력망을 통한 에너지 공급에 AI를 적용하는 데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가 말한 예시는, AI 기반 스마트 계량기를 통해 고객들이 남는 전기를 이웃에게 판매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구글이 자원과 사용자들을 연결한 것처럼, 전력망이 에너지 앱스토어와 같은 스마트 네트워크가 될 것”이라는 겁니다. 태양광 패널, 배터리, 전기차 충전기 등이 갖춰진 가정과 건물은 양방향의 분산된 전력 네트워크가 되고, 이러한 실시간 전력망 데이터를 분석하고 처리하기 위해서는 AI와 가속컴퓨팅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지요. 

 

구글, MS, 앤비디아의 3가지 AI 넷제로 전략

AI의 폭발적 성장으로 인해, 2030년이면 전체 탄소배출량의 6%를 데이터센터가 차지한다는 소식은 여러 번 보도가 되었습니다. 현재 판매 중인 엔비디아의 H100 제품이 미국 피닉스시  전체와 맞먹는 전력을 소비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래서 빅테크 기업들은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효율 및 탄소발자국에 대해 초비상 사태인데요. 기업마다 접근하는 방식이 좀 다릅니다.  

구글의 경우 ‘부하 이동 전략(load-shifting strategy)’을 씁니다. 시간 단위로 재생에너지 가용성을 분석해 데이터센터 운영과 동기화하는 것입니다. 구글은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을 통해, 그리드에 태양광과 풍력이 남는 지역을 식별하고 이 지역의 데이터센터 운영을 전략적으로 강화합니다. 예를 들어 네덜란드와 캘리포니아의 태양광 발전을 활용, 태양광 발전비용이 싸고 탄소배출이 적은 네덜란드에서 데이터센터를 가동하다, 네덜란드에 일몰이 올 경우 캘리포니아 태양광 발전소를 이용하는 데이터센터를 가동하는 식입니다. 

구글의 ‘24/7 무탄소 전력’을 주도하는 마이클 테렐(Michael Terrell)에 따르면, 구글 데이터센터는 현재 약 64%가 무탄소 에너지로 구동되고, 13개 지역에서 85%를 달성하고, 7개 지역에서는 90%를 돌파했다고 합니다. 카본크레딧 미디어는 “구글은 클라이언트 컴퓨팅 배출량의 34%까지 줄일 수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구글과 아마존 모두 최근 몇년 동안 데이터센터 사용 패턴을 조정하는 실험을 해왔습니다. 

MS는 하루가 멀다하고 탄소제거 크레딧을 구매하는 방식을 사용해오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빅테크 기업이 해오던 방식, 즉 태양광 및 풍력발전소에 투자해 RE100을 달성하고, 탄소제거 혹은 탄소상쇄 크레딧을 구매하는 것을 더욱 강화하고 있습니다. 2월(기후금융 ‘카토나 클라이밋’), 3월(리워드 리뉴어블 에너지), 4월(바이오차 생산 더넥스트150, 에이커 카본캡처, CO 280), 5월(브룩필드), 6월(팀버랜드투자그룹, 스톡홀롬엑서기) 등 관련 보도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20일(현지시각)에도 팀버랜드 투자그룹(TIG)와 계약을 통해 800만톤의 탄소제거 크레딧 구매계약을 맺었으며, 인디고 애고(Indigo Ag)로부터 4만개의 농업용 토양탄소크레딧을 구매하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이 보도됐습니다. MS는 이제 자발적 탄소시장의 리더이자 자연기반 솔루션에 투자하는 가장 강력한 서포팅 그룹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엔비디아는 이들과 다른 접근방식을 택합니다. 바로 ‘그린 컴퓨팅 가속분석기술’입니다. 컴퓨팅 비용과 탄소발자국을 최대 80%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하는 방법입니다. 젠슨 황은 최근 컴퓨텍스 키노트 스피치에서 “엔비디아의 LLM모델이 AI 추론실행의 에너지 효율을 4만5000배 향상시켰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엔비디아는 이번 보도자료에서 “세계에서 가장 효율적인 슈퍼컴퓨터를 선발하는 그린500 최신 순위에서 엔비디아 기반 시스템이 상위 10위 중 7자리를 차지했다”고 자랑했습니다. 

실제로 카본크레딧이 지난해 보도에 따르면, AT&T는 엔비디아의 RAPIDS Accelerator를 사용해 2조8000억행의 모바일 데이터정보를 3배 더 빠르게 처리함으로써, 60% 가량 테스트 비용이 절감됐다고 합니다. 

어쩌면, AI를 위한 데이터센터의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위의 3가지가 모두 필요할 겁니다. 엔비디아의 저전력 반도체, 구글과 아마존의 데이터센터 운영 및 에너지 효율 최적화, MS의 데이터센터 사용 에너지의 넷제로화가 바로 그것입니다. 최근 빌게이츠를 포함한 빅테크기업에서 원자력을 부쩍 강조하는 것 또한 재생에너지로는 도저히 AI 전력을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일 겁니다. 

산업, 문명의 발전은 너무 거침없이 쭉쭉 뻗어나가는데 반해, 기후위험이나 윤리적 이슈, 안전, 산업재해와 같은 리스크 대책은 도저히 의견이 모아지지도 않거니와 그 속도도 너무 늦습니다. 일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란, 부디 인류가 지금보다 더 나쁜 상황을 맞이하지 않기만을 진심으로 바라는 것밖에 없어 보입니다.   

 

 폐기물과 CCS 기술의 결합

두 번째 소식은 폐기물과 CCS(탄소포집및저장) 기술의 결합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지난 19일, 폐타이어를 열분해, 재생 카본블랙(rCB)과 열분해유를 생산하는 ‘엘디카본’이 400억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를 받았다는 소식을 혹시 들으셨는지 모르겠습니다. 도요타자동차의 투자사인 우븐 캐피탈(Woven Capital)이 주도한 투자 라운드였습니다.

같은 날 캐나다에서도 캐나다 최초의 ‘탄소 네거티브 폐기물 에너지 시설(Waste-to-Energy Facility)’이 발표되었습니다. 

통합 CCS 기술이 적용된 시설로, 연간 20만톤의 앨버타주의 산업중심지 도시 고형폐기물을 처리해, 2027년까지 탄소 네거티브 전기를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캐나다성장기금CGF), 깁슨 에너지(Gibson Energy), 바르메 에너지(Varme Energy) 등이 전략적으로 협력했습니다. 캐나다 캘거리에 본사를 둔 깁슨 에너지는 북미에서 원유 파이프라인 및 저장터미널을 운영하는 상장사로, 캐나다 최초의 탄소포집 기술을 갖춘 폐기물 에너지 시설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 시설은 캐나다 앨버타주 애드먼턴시의 고형폐기물을 소각해 전기를 만들되, 현장에서 CCS 기술을 적용해 온실가스 배출을 막습니다. 

캐나다성장기금은 탄소크레딧 오프테이크(Carbon Credit Offtake) 계약을 통해 탄소가격 보장 메커니즘 방식으로 15년 동안 톤당 85달러(  )의 초기 가격으로 연간 최대 20만톤까지 구매할 예정입니다. 즉, 탄소 차액 계약이라고도 불리는 이 방법을 쓰면, 향후 탄소가격이 떨어져도 캐나다성장기금이 그 차액을 지불하게 돼 초기 투자자를 끌어들이는데 유리합니다. 이 거래는 캐나다 역사상 가장 큰 거래일뿐 아니라 앨버타주 애드먼턴지역에서도 최초의 시도라고 합니다. 

폐기물 에너지 시설은 특히 매립지의 메탄 배출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또 캐나다 전역의 지자체에서 모델을 복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엘디카본이나 캐나다의 폐기물 에너지시설, 그리고 최근 폐배터리까지 많은 기업은 이제 폐자원에 주목합니다. 함부로 버릴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밸류체인의 끝(폐기물)이 바로 시작(소재)이 되어야 하는 시대적 상황을 누가 더 빨리 인지해서, 기술개발을 통해 상업화와 규모의 경제까지 이뤄낼 것인지, 또 캐나다의 사례처럼 금융과 제도가 마중물을 제대로 부어주는 역할을 잘 해줄지가 경쟁우위를 가져올 관건이겠네요. 

 

광고산업과 탄소 발자국 

마지막 소식은 글로벌 광고산업을 위한 새로운 탄소계산 프레임워크가 출시되었다는 소식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ESG나 탄소에 대한 변화 움직임이 감지되는 것은, 주로 탄소배출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출제조업 위주의 300여개 상장대기업들입니다. 사실 업종별 기후리스크 노출분포를 보면 미디어나 광고업종 등은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오다보니, 이러한 업종의 경우 대중의 압력도 낮은 편입니다. 

한데 해외에서는 좀 다른가 봅니다. 세계 6대 광고지주회사를 포함한 기업연합이 온실가스 배출량 측정 및 공개를 위한 산업의 자발적 표준을 출시했다고 지속가능미디어 에디가 19일(현지시각) 밝혔습니다.

‘글로벌 미디어 지속가능성 프레임워크(Global Media Sustainability Framework)’는 TV, 디지털, 옥외광고 등에 대한 배출량 계산 지침을 제공합니다. 이번 프레임워크를 이끈 조직은 ‘AD 넷제로’ 및 ‘GARM(Global Alliance for Responsible Media)’으로, 이들은 지난 12개월 동안 프레임워크 개발을 위해 협업해왔고, 세계 최대 미디어 브랜드를 포함해 기후과학자, 디아지오, 레킷 벤키저, 유니레버, PwC 등 대기업 지속가능성 전문가들도 참여했다고 합니다. 

퍼포스 디스럽터(Purpose Disruptors)에 따르면, 지난 2019~2020년 사이에 광고 배출량이 1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미디어 및 광고산업은 그 자체의 넷제로도 중요하지만, 대중의 인식에 미치는 영향력이 무척 큰 산업이기 때문에 이들의 변화가 갖고 올 움직임이 궁금합니다. 

마무리를 하겠습니다. 너무 일찍 다가온 무더위로 인해, 어쩌면 앞으로 인류 최대의 과제는 ‘지구에서 살아남기’가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농부였던 아버지는 여름이면 늘 새벽 4~5시부터 논으로 나가서 아침나절까지 일하고, 볕이 뜨거운 낮에는 베짱이처럼 낮잠을 주무셨다가, 서늘한 저녁에 다시 슬슬 일하셨습니다. 그런 삶의 패턴이 이제 도심 야외노동자에게도 적용되어야 할지 모르겠네요. 

지난주 집 근처 대형 상가에서 불이 났는데, 늘 가던 김밥집이 화재 여파로 운영을 못하게 됐습니다. 김밥집 사장님인지 종업원인지 모르겠는데, 한분이 불난 상가 앞에서 쭈그려 울고있는 사진을 딸아이가 보여주더군요. 가슴이 너무 아팠습니다. 졸지에 생업을 잃은 타인, 어쩌면 뉴스 속에서나 만날 그 사연의 주인공을 이리도 가까운 곳에서 목격하니 계속 가슴이 아팠습니다. 뉴스 속에서 나오는 전세계의 기후난민이나 전쟁난민도 어쩌면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우리가 그들을 가까이에서 보지 못해 공감의 폭이 넓어지지 않은 것일 뿐, 그 누구라도 공감이라는 걸 하게 되면, 우리 삶의 방향이나 지향점에 대해 조금씩은 달리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이번 한 주도 무더위 속에 지친 정신을 잘 붙들어야겠습니다. 여러분도 평안하세요! 
 

                         박란희 대표 & 편집장
                         박란희 대표 &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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