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폭염과 폭우의 무한반복에 정말 지치는 시간들입니다. 재택근무라는 회사의 복지 혜택이 더이상 복지가 아닌 것 같습니다. 집에서 에어컨을 켜고 혼자 일하느니, 차라리 사무실에 가서 일하는 게 업무 효율이나 정신 건강에 훨씬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급기야 지난 주에는 집 근처 독서실 카페로 피신했는데, 방학 초반이어서 사람 한두 명 있는 그 넓은 공간에서 에어컨이 빵빵하게 나와서 쾌적했지만, 한편으로는 ‘다들 이렇게 에어컨을 틀어댈텐데, 이 전력은 다 어디서 수급하나’ 싶은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차라리 모르면 편할텐데, 알고 나니 더 불편합니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2’에서 나오듯, 어른이 된다는 건 더이상 ‘기쁨이’만이 내 감정의 다수를 차지하는 게 아니라 불안이, 부럽이, 까칠이, 버럭이, 소심이, 슬픔이와 같은 불편한 감정들도 받아들이는 것이겠지요. 이번 주도 3가지 픽(pick)을 알려드리겠습니다.

 

  트럼프 2.0 정부와 기후환경 정책

 대선 판으로 요동치는 미국 이야기부터 해보겠습니다. 이미 트럼프 2기 정부가 시작된 것처럼, 요 몇 주 사이에 상당히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최근 뉴욕타임즈에서 보도된 ‘트럼프 2.0이 환경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이라는 기사는 매우 다양하게 이러한 변화를 예측하고 있습니다. 결론은 “기후나 환경 관련 예산을 삭감하고, 경력 직원을 축출하고, 핵심 사무실에 트럼프 정부 충성파를 배치하며, 환경 및 산업 규제와 관련된 정부 권한을 축소할 것”이라는 겁니다. 

이미 지난 2년 동안 보수 대법관이 과반수를 차지한 대법원에서는 ‘셰브론 독트린’을 없애는 등 트럼프 정책을 법적으로 뒷받침해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제 2.0 정부에서 행정부 개혁을 시도하려고 합니다. 수만명의 공무원을 재분류하고, 해고하기 쉽게 만들 것을 제안했습니다. 

가장 큰 변화가 예상되는 부처는 미 환경청(EPA)입니다. 공화당의 리처드 닉슨이 창설하고 지난 50년 동안 미국 사회에서 강력한 역할을 해온 부처로서, 스모그 감소부터 살충제 사용 규제까지 다양한 규제를 만들어냈지요.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로드맵으로 불리는 ‘프로젝트 2025’에 등장하는 32페이지 분량의 EPA 파트는 ‘대대적인 개편’을 예고한다고 합니다. 이미 트럼프는 내무부의 한 기관을 워싱턴DC에서 콜로라도로 이전한 바 있는데, 이 때문에 직원의 87%가 그만두거나 은퇴한 바 있습니다. EPA 재편을 위해 이러한 방법을 통해 특정 고위 직원의 자연스러운 재편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이미 EPA 직원들은 트럼프 당선을 대비하고 있습니다. 8000명의 EPA 직원을 대표하는 노조인 ‘미국 연방정부 노조위원회 238(American Federation of Government Employees Council 238)’은 근로자들이 과학적 작업에 대한 보복을 받을 경우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새로운 계약조항을 확보했습니다. 이 단체의 회장인 마리 오웬스(Marie Owens)는 뉴욕타임즈에 “솔직히 무섭다”며 “많은 사람들이 이 모든 일이 일어나기 전에 떠나야 할지를 묻는다”고 털어놓았습니다.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 트럼프 페이스북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 트럼프 페이스북

이미 트럼프 1기 행정부는 오바마 시대의 100여개 환경규정을 폐지하거나 약화시키려고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규제 완화는 생각보다 더 어려웠습니다. 뉴욕대 DB에 따르면, 이전 정부의 환경정책을 뒤집은 것에 대한 소송에서 57% 가량이 패소했습니다. 아마, 트럼프 2기는 이러한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뉴욕타임즈의 예측입니다. 대법원은 셰브론 독트린을 뒤집었습니다. 이 판결은 연방정부의 규제 권한을 약화시킬 수 있는 핵심사안입니다. 

물론 다른 예측도 있습니다. EPA 규칙에 대한 소송을 진행할 컬럼비아 특별구 연방 항소법원 판사의 3분의 2가 민주당에서 임명되었기에, 무조건적 규제 완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합니다. 환경단체들 또한 싸움을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사실, 트럼프 2.0의 모습을 미리 예상해볼 수 있는 일이 플로리다에서 이미 벌어진 바 있습니다. 플로리다 주지사인 드샌티스 주지사가 지난 3월 ‘기후변화’를 플로리다 정책에서 삭제하는 법에 서명한 것입니다. 이 법원 7월 1일부터 시행되는데, 해상풍력 터빈 건설도 금지하고, 에너지 절약 및 재생에너지를 장려하는 주 보조금 프로그램도 폐지합니다. 기후친화적 제품을 사용하고, 연료효율이 높은 차량을 구입해야 하는 요구사항도 삭제합니다. 

뉴욕타임즈는 “플로리다는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주 중의 하나이며, 지난해 플로리다는 1895년 이후 가장 더웠고, 연안바다가 달아올라 산호가 탈색되고 해양생물이 불에 탔다. 허리케인 이안으로 140명 이상의 사망자와 1095억달러 피해를 입은 주 역사상 가장 비싼 허리케인이 덮치기도 했다. 주요 보험사들은 플로리다주에서 철수하며, 주택 소유자들은 미국에서 가장 높은 보험료를 지불한다. 하지만 드산티스는 지난 1월 당파적인 문화전쟁의 일환으로 기후 정책을 공격해왔다”고 설명합니다. 결국 이러한 정치적인 상징성으로 인해, 기후 연구비는 다른 곳으로 흘러가고, 에너지 효율 주택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연방기금 3억4600만달러를 거절함으로써, 그 피해는 고스란히 플로리다 주민이 입게 될 수도 있습니다. 

주민들이 정치인들의 포퓰리즘과 당파성을 맹목적으로 믿으면 안 되는 이유입니다. 사실 유튜브와 소셜미디어로 인한 기후 정치의 극단화, 팬덤화는 행정권력과 사법권력, 입법권력이라는 3권분립의 이 절묘한 민주주의를 갈등의 소용돌이로 밀어넣고 있습니다. 기자생활을 오래 하면서 느낀 것 하나는, 진실은 결코 무 자르듯 명쾌하지 않으며, 누군가 무 자르듯 명쾌한 논리로 대중을 선동하면 그 이면에는 분명 ‘자신의 이익을 지키려는 의도’가 있다는 겁니다. 

 

억만장자의 하이리스크 그린테크 투자 전략 

 두 번째 소식은 억만장자의 투자인 비노드 코슬라(Vinod Khosla)의 하이 리스크 그린테크 전략에 대한 소식입니다. FT는 20여년 동안 그린테크 분야의 선도적인 투자자였던 코슬라의 투자를 상세히 설명합니다. 그는 선마이크로시스템자의 창립자로 큰 돈을 번 인물로, 2004년 자신의 이름을 딴 벤처캐피털 회사를 설립, 녹색 전환에 초점을 맞춘 투자를 해왔습니다. 

그의 전략은 보조금과 같은 장기적인 지원에 의존하지 않고 비용 경쟁력을 입증하는 기술이나, 현재의 고배출 산업 생산자의 비용을 높이게 될 탄소가격 결정 움직임에 투자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코슬라는 스웨덴의 H2 그린스틸과 하이브릿(Hybrit)과 같은 스타트업의 미래를 밝게 보지 않습니다. 그는 “저탄소 철강을 생산하기 시작한 하이브릿은 기존 철강에 비해 상당한 비용 프리미엄을 내야 한다. 하지만 이 기술이 일반 철강만큼 저렴할까? 내가 본 대부분의 기술에 대한 답은 ‘아니오’였다”라며 부정적입니다.

사진=비노드 코슬라/코슬라 벤처스 홈페이지
사진=비노드 코슬라/코슬라 벤처스 홈페이지

그는 대신 기술적 리스크가 높은 급진적인 방법을 추구하는 회사에 투자합니다. 그 중 하나가 캘리포니아에 본사가 있는 ‘라임라이트 스틸(Limelight Steel)’입니다. 이 회사는 레이저를 사용해 기존 화석연료 연소 용광로를 대체합니다. 그는 “다른 투자자들은 기술적 리스크를 최소화하는데 집중하다 결국 더 비싼 제품에 투자한다”며 “차라리 나는 더 큰 기술적 리스크를 감수하고 싶다”고 설명했습니다. 

그가 투자한 또 한 곳은 ‘커먼웰스 퓨전시스템스(Commonwealth Fusion Systems)’라는 핵융합 상용화를 목표로 하는 기업입니다. 이곳은 현재 매사추세츠주에서 핵융합 발전소를 건설중이며, 2027년에는 가동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코슬라는 또 최근에는 기존 지열발전소보다 더 많은 전력을 지하에서 생산하는 새로운 지열 스타트업 두 곳에 투자했습니다. 이름은 ‘퀘이즈(Quaise)’와 ‘마자마 에너지(Mazama Energy)’라는 곳입니다.

운송 분야에서도 파괴적인 신기술을 개발하는 회사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퀀텀스캐이프(QuantumScape)’라는 기업은 새로운 형태의 전고체 배터리 개발 회사입니다. 2020년 이 기업이 부상한 이후 기업가치가 500억 달러로 커졌지만, 최근 폭스바겐과의 새로운 라이선스 계약을 발표하면서 25% 급등하기도 했습니다. 

대중교통을 위한 자율주행 자동차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인 ‘글라이드웨이(Glydways)’에 대한 투자도 언급했습니다. 코슬라는 “보조금에 대한 지출이 너무 커지면 반발이 일어날 것”이라며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더 짧은 기간 동안 지원이 필요한 기술에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지출 용량을 사용하는 것 좋다”고 설명합니다. 어차피 기후정책을 둘러싼 공화당과 민주당의 정치적 갈등은 예상돼있습니다. 겁을 먹고 있는 일부 그린테크 투자자들과 달리, 아예 정책 지원 없어도 장기적인 성장을 할 수 있는 강력한 기술 기반의 기업을 찾는 점, 오랜 기간 ‘찐투자’로 살아남은 그의 실력이 돋보이는 장면입니다. 

 

'ESG이지만 ESG라 부를 수 없는' 

 세 번째 소식을 전해드리겠습니다. 모닝스타에서 ‘소유하면 좋을 지속가능기업 2024년판’이라는 자료를 발표했습니다. 어떤 회사들이 포함돼있을까요? 모닝스타에 따르면, ESG 리스크가 가장 높은 분야는 에너지 및 유틸리티이고, 가장 낮은 분야는 기술 및 부동산 분야입니다. 

모닝스타는 서스테이널리틱스 ESG 리스크 점수(Sustainalytics ESG Risk Rating)를 통해 이러한 ESG 리스크를 측정하는데, 이러한 리스크 점수로 순위를 매긴 77개 회사가 등장했습니다. 이 기업들은 쉽게 말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리스크가 덜한 회사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습니다.

ESG 리스크 점수가 가장 낮은 회사는 키사이트 테크놀로지(Keysight Technologies)는 통신 테스트 및 측정 솔루션 회사입니다. 이 기업은 강력한 내부 고발자 프로그램이 있으며, 환경 및 공급망 표준 정책 등을 지니고 있다고 합니다.

‘릴렉스(RELX)’는 선별된 산업정보 DB, 분석을 제공하는 기업인데, 이 기업은 CEO 및 CFO의 연간 인센티브에 탄소 감축 및 사회적 책임이 있는 협력업체 등 비재무적 성과가 연계돼있습니다.

액센추어의 경우, 사이버 리스크 및 IT컨설턴트와 엔지니어 등 HR 리스크 대응이 매우 중요한 업종 리스크입니다. 모닝스타는 “포괄적인 개인정보보호 정책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직원의 성별 및 인종 다양성 목표 제공, 클라우드와 같은 수요가 높은 기술에서 직원들의 역량 개발이 잘 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모닝스타는 “이 기업 리스크는 가치 평가가 아닌, 장기적인 지속가능성에 관한 것임을 기억하라”고 설명합니다. 

워낙 ESG라는 용어가 공격이 많다보니, 모닝스타처럼 ESG라는 용어를 쓰는 곳은 점점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모닝스타 다이렉트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블랙록, DWS그룹, 인베스코, UBS그룹 자산관리 부문 등은 ESG 신규 펀드 숫자를 줄인 곳들 중 하나입니다. 2023년 한 해 동안 출시된 ESG펀드는 566건인데, 이는 전년도(993건)보다 줄어들었으며, 올해 5월말까지 개설된 펀드는 100개가 조금 넘습니다. 블랙록의 경우 2022년 36개, 지난해 23개에서 올해는 고작 4개의 신규 ESG펀드를 출시했습니다. 

용어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습니다. 제프리스 파이낸셜 그룹의 경우 애널리스트 직책에서 ‘ESG’를 ‘지속가능성과 전환(Sustainability and transition)’이라는 용어로 대체했고, 웰링턴 매니지먼트와 라자드 자산운용은 ESG 인력을 감원했으며, 뱅크오브 아메리카의 경우 ESG연구팀을 개편하고, 대신 이를 청정에너지와 통합했습니다. 

금융상품 용어도 재빠르게 이름을 변신하고 있습니다. ESG 대신 ‘기후전환펀드’ 및 ‘재난 채권’ 등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블룸버그 BNEF 연구원에 다르면, 에너지 전환에 대한 투자는 지난해 17% 증가해 사상 최대인 1조8000억달러를 기록했고,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어떻습니까. 20년 된 ESG 용어가 빛을 발한 지 4년도 안 된 시점에 이렇게 다이내믹하게 시장 분위기가 바뀐다는 것은 상상하지 못했는데, 확실히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요? 앞으로 ESG 용어는 장롱 속으로 사라지게 될까요? 부정확한 용어가 범람하는 것도 문제였지만, 이렇게 순식간에 한 용어가 범죄시 혹은 터부시되는 것은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네요. 마치 홍길동이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를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할까요? ESG임에도 ESG라는 용어를 쓰지 못하는 '웃픈' 상황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번 한 주도 평안하세요.

                  박란희 대표 & 편집장
                  박란희 대표 &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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