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판매가 부진한 가운데, 테슬라의 배터리 사업만은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23일(현지시각) 테슬라는 2분기 실적 보고서를 발표, 4680배터리 생산이 1분기 대비 50% 이상 늘었으며, 생산비용 또한 계속 개선되고 있다고 밝혔다.

4680배터리(지름 46mm, 높이 80mm)는 테슬라가 2020년 배터리 데이 행사에서 처음 공개한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다. 기존의 2170배터리(지름 21mm, 높이 70mm) 대비 에너지 밀도는 10%, 용량은 5배, 출력은 6배 높은 것이 특징이다.    

테슬라는 최근 4680배터리를 탑재한 대형 전기트럭 ‘사이버트럭’ 시제품에 대한 검증을 시작했으며,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가면 4680배터리 생산비용은 더욱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 배터리 매출 비중,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껑충' 

올해 2분기 테슬라의 배터리 설치 용량은 9.4기가와트시(GW/h)로, 지난해 2분기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배터리 사업이 속한 에너지 발전 및 저장 부문 매출 또한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이상 증가, 30억1400만달러(약 4조1698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테슬라 전체 매출의 12%에 달하는 수치다. 지난해 2분기 6%였던 해당 부문 사업 매출이 두 배 껑충 뛴 것이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Elon Musk)는 이번 실적 발표에서 에너지 저장 부문이 “다른 어떤 사업 부문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테슬라의 전기차 매출은 198억7800만달러(약 27조5012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약 7% 감소하며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CNBC는 테슬라 전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 증가한 255억달러(약 35조2792억원)로, 월가의 예측인 247억7000만달러(약 34조2693억원)를 상회했으나, 주당순이익이 0.52달러(약 720원)를 기록, 시장 전망치 0.62달러(약 858원)를 밑돌았다고 보도했다.

수익성 하락의 주요 요인으로는 가격 인하, 판촉을 위한 금융 혜택 제공 등 차량 평균 단가 하락, 구조조정 비용, 인공지능(AI) 프로젝트로 비용 증가 등이 있다. 테슬라는 지난 2분기 비용 절감을 위해 전체 인력의 10%가 넘는 대규모 감원에 착수한 바 있다.   

이날 테슬라 주가는 전일 대비 2.04% 하락한 데 이어 실적 발표 후 시간 외 거래에서 8% 이상 흘러내렸다. 

 

미 ESS 시장, 태양광 친화 정책 타고 급증 

앞으로도 당분간 테슬라 전기차의 부진한 성과는 배터리가 상쇄할 것으로 보인다. 날씨 의존적인 재생에너지의 확대로 전력을 저장해둘 수 있는 탄력적인 전력망의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기차 판매 부진으로 배터리 업계는 ESS(에너지저장장치) 시장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실제로 올해 미국에서는 전년 대비 ESS 시장이 두 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전력회사 등을 상대로 하는 대규모 ESS가 사상 최고치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미국 에너지정보국(EIA) 또한 캘리포니아와 텍사스의 주도로 올해 30GW 이상의 스토리지가 배치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미국 연간 에너지저장장치 설치 추세 / EIA
미국 연간 에너지저장장치 설치 추세 / EIA

캘리포니아의 ESS 시장 성장 배경에는 주 정부 차원의 태양광 친화 정책이 있다. 주 정부가 옥상 태양광 설치를 장려하면서 배터리 설치도 독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우드 맥킨지(Wood Mackenzie)는 미국 가정용 태양광 패널 설치 시 ESS도 추가하는 사례가 2023년 13%에서 올해 4월 기준 25%로 대폭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에너지저장장치 설치 주요 10개 주 / EIA
에너지저장장치 설치 주요 10개 주 / EIA

올해 2분기 테슬라 또한 산업용 ESS인 메가팩과 가정용 ESS인 파워월 등을 합해 모두 9.4GWh 규모의 ESS를 설치했다.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이다.

증가하는 수요 대응을 위해 테슬라는 2025년 1분기 중국 상하이에 새로운 배터리 제조시설을 가동할 예정이다. 2023년 12월 테슬라는 상하이 린강 자유무역구에 연간 3.9메가와트시(MW/h)의 메가팩 배터리를 1만개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 건설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메가팩 배터리는 테슬라의 대용량 ESS 솔루션 브랜드다.

머스크는 이번 실적 발표에서 “상하이 공장이 가동되면 테스라의 전체 배터리 생산 용량이 약 두 배 이상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속가능성 전문매체 카나리 미디어는 과대광고로 악명이 높은 머스크가 배터리 사업만큼은 시장의 성장세에 대응할 수 있도록 제대로 준비했다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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