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성 기업의 대명사 유니레버가 넷제로 피보팅(Net Zero Pivoting)에 들어갔다.

지난해 10월 새로 취임한 하인 슈마허(Hein Schumacher)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몇 년 간 유니레버의 실적 부진을 지적하며 대규모 구조조정 및 기후 목표 조정에 나선 것이다.

23일(현지시각)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주주들은 유니레버의 이러한 변화를 환영하고 있지만, 내부 직원들은 불안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니레버는 영국의 생활용품 제조사로, 유럽 최대 소비자 기업 중 하나다.

 

유니레버, 대규모 구조조정 발표 후...

투자자들은 '환영' VS. 직원들은 '동요'

실제로 지난 5년 간 하락세를 보였던 유니레버 주가는 슈마허 CEO 취임 후 올해 1월부터 꾸준히 상승했다. 지난 3월 19일(현지시각) 유니레버는 전 세계적으로 7500개의 일자리를 감축하는 '생산성 프로그램'을 발표하고, 밴엔제리스 아이스크림 사업부를 분사할 것이라는 발표가 나오자 즉시 3%가 급등하기도 했다.

유니레버 연중 주가 추이 / 구글 금융
유니레버 연중 주가 추이 / 구글 금융

이날 슈마허 CEO는 “새로운 비용 절감 프로그램을 통해 앞으로 3년 동안 악 8억유로(약 1조1895억원)를 절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유니레버의 전체 직원 수는 약 12만7000명 수준이다. 특히 유럽지역에서 1만~1만1000명 규모의 사무직 직원으로 고용하고 있는데, 이 중 3분의 1인 3200개의 일자리를 감축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기후 목표도 축소됐다. 2025년까지 신규 생산된 플라스틱 사용량을 50%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2026년까지 30% 줄이는 것으로 조정한 것이다. 모든 포장재를 자연분해 가능한 재료로 변경하거나 재사용 또는 재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표 달성 시기도 2030년에서 2035년으로 지연시켰다.   

일단 투자업계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영국의 대형 자산운용사 애버딘(Abrdn Asset Management) 투자이사 앤디 리스크(Andy Risk)는 “유니레버 새 경영진이 재무 성과 개선에 성공한다면, 이는 회사의 ESG 이니셔티브와 지속가능성 성과가 보다 나은 수익성을 뒷받침한다는 (유니레버의) 장기적인 경영 전략에 다시 힘을 실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속가능투자에 중점을 두고 있는 래스본 그린뱅크 인베스트먼트(Rathbone Greenbank Investments)의 지속가능성 연구 책임자 케이트 엘리엇(Kate Elliot) 또한 과거 유니레버의 지속가능성 전략은 매우 야심적이고 선도적이었지만, 측정하기 어려웠다며 새 경영진의 “단기적이고 시간 제한적인 목표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두 자산운용사는 모두 유니레버의 주주다.

유니레버의 변화에 모두가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실직 위기에 직면한 직원들은 동요하고 있으며, 외부 지속가능성 운동가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 유니레버 직원은 FT와의 인터뷰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업계 전반에 걸친 부정적인 영향”이라며 “이미 경쟁사 직원들로부터 동종업계 다른 기업들이 유니레버의 사례를 보고 지속가능성 목표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있다”고 우려했다.

지도부의 퇴사도 이어졌다. FT는 지난 6개월 동안 최고 브랜드 책임자와 최고 인사 책임자 등 여러 고위 임원들은 회사의 새 경영 전략에 반발, 퇴사를 떠나거나 해고당했다고 보도했다.

지속가능성 자문위원회도 해체됐다. 6명의 독립적인 전문가들로 구성돼 6개월에 한 번씩 정기 회의를 진행했던 지속가능성 자문위원회는 2명이 탈퇴하면서 해산되었으며, 현 CEO와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유니레버는 올 가을에 새로운 지속가능성 위원회를 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업들, 거시 환경 변화에 투트랙 전략으로 전환...

재생에너지 생산량 확대만이 '해법'

지속가능성 목표를 수정하고 있는 것은 유니레버 뿐만이 아니다. 현재 산업계에는 재무 성과와 지속가능성을 같이 가져가려는 ‘투트랙’ 전략이 떠오르고 있다. 에너지 사용량 급증, 투자 기조 변화, 탄소중립 기술 상용화 속도 지연, 공급망 이슈, 지정학적 리스크 등 최근 거시 환경의 변화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4월 JP모건은 글로벌 에너지 전략 보고서에서 “에너지 전환에 대한 현실 직시가 필요하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에너지 전환에 가장 큰 이해관계자인 정유업계는 친환경 부문 투자 확대와 원유 생산 증가를 동시에 추진하여 리스크를 완화시키고 있다. 자동차업계 또한 전기차 수요 둔화를 극복하기 위해 하이브리드 차량을 내세우고 있다. 도요타와 현대자동차가 대표적이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이러한 기업들의 투트랙 전략이 글로벌 탄소중립 지연으로 이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생산량 확대가 필수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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