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ESG 목표 하향 조정이 이어지는 가운데, 월가의 지속가능성 전략 또한 후퇴하고 있다. 

12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 스탠리가 핵심 지속가능성 전략 중 하나인 플라스틱 오염 방지 및 복원을 위한 금융 지원 약속을 조용히 철회했다고 보도했다.

모건스탠리가 핵심 지속가능성 목표를 삭제했다. / 픽사베이
모건스탠리가 핵심 지속가능성 목표를 삭제했다. / 픽사베이

 

모건 스탠리, 핵심 지속가능성 목표 '조용히 철회'...

거시환경의 변화, ESG 축소에 큰 영향 

2019년 모건 스탠리는 플라스틱 폐기물 해결을 위한 금융 약속을 발표하고, 이를 뉴욕 타임스퀘어 옥외에 광고할 만큼 대외적으로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모건 스탠리의 지속가능성보고서에는 플라스틱 문제 해결을 위한 내용이 없다. 모건 스탠리 측은 보고서에서 해당 목표를 삭제한 것은 관련 데이터 품질이 공시 기준에 미달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지만, 블룸버그는 이를 지속가능성 목표의 조용한 철회라고 지적했다. 

30억파운드(약 5조2443억원)를 운용하는 영국 교회연금위원회(Church of England Pensions Board) 최고책임투자책임자(CIO) 아담 매튜스(Adam Matthews)는 “ESG에 대한 진영 간 분열이 심화되면서 에너지 전환 같은 복잡한 주제를 다루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솔직하고 실질적인 대화를 나눌 기회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고 우려했다.  

영국 교회연금위원회 성직자 및 직원들의 연금을 운용하는 연금 운용 기관이다.

매튜스 CIO는 저탄소 전환은 “글로벌 경제 구조를 재설계하는 과정”이며 "수십 년이 걸리는 장기 과제"라고 강조했다. 단기 목표가 아니기에 이를 위한 계획 또한 계속 조정되고 진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들은 지속가능성 목표 달성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솔직하게 공개하고, 이를 조정해 나갈 수 있어야 하며, 계획이 틀어졌다고 무작정 기업들을 비난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계획은 진화하는 것이지 그 기준을 낮춰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금융 부문의 탄소중립을 지원하는 글로벌 연합체 기후안전대출네트워크(Climate Safe Lending Network)의 수석 혁신담당 제임스 바카로(James Vaccaro)는 “기업들은 기존에 수립한 전략이 지나치게 단순하고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인정하고, 앞으로는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 요구 및 진행 상황에 대한 투명한 공개를 해야 한다”며 현재로서는 기업들이 “아무 의견도 내기 어려울 정도로 (비판 받을) 위험성이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CEO인 셰리 마데라(Sherry Madera) 또한 “오늘날의 이해관계자들은 기업의 지속가능성 목표는 물론 그 목표에 이르는 과정도 알고 싶어 한다”며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속가능성 달성은 장기전... 목표 수정할 수 있어야

중요한 것은 이해관계자와의 '신뢰'  

한편 지속가능성 목표는 유럽 기업들에게도 어려운 숙제다. ESG에 반발하는 미국 공화당의 지지에 힘입어 미국 석유 및 가스업계는 지속가능성 압박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지만, 유럽연합(EU) 역내 기업들은 엄격한 규제를 준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토탈에너지 CEO 패트릭 푸옌(Patrick Pouyanne)은 자사와 미국 석유메이저 엑손모빌의 주가 격차의 원인은 ESG라고 지적했다. 엑손모빌은 지난 3년 동안 화석연료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 전략으로 주가가 두 배 이상 상승했지만, 유럽에서 두번째로 큰 석유업체인 토탈에너지는 ESG 투자 규제를 준수하느라 수익 창출이 제한을 받는 상황이다.

블룸버그는 토탈에너지가 EU의 규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ESG 목표에서 후퇴하고 있는 것은 모건 스탠리만이 아니다. 컨설팅기업 베인앤컴퍼니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지속가능성에 대한 최고경영자(CEO)들의 관심도는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ESG가 밀려난 자리는 인플레이션, 인공지능(AI), 지정학적 리스크 등이 차지했다. 기업들이 더 이상 ESG를 경영에 유리한 요소로 보지 않는 것이다. 

정치적 상황도 ESG 후퇴에 큰 영향을 미쳤다. 2022년 이후 미국 공화당은 지속가능성에 대한 공격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으며, 이는 특히 석유 및 가스산업 관련 기업들에게 큰 압박이 됐다.

실제로 블룸버그 분석에 따르면, ESG가 정치화된 이후 대부분의 미국 기업들은 분기별 실적 발표에서 ESG나 이와 유사한 주제에 대한 논의를 크게 축소했다. 목표 달성이 어려운 기업들 입장에서는 ‘침묵’할 명분이 더 커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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