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C, 뱅가드의 무조치(No Action) 요청 승인
주주권리그룹, SEC에 주주 제안 지지 촉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글로벌 자산운용사 뱅가드(Vanguard)에 인권 관련 주주 제안을 거부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4일(현지 시간) ESG 전문 매체 ESG 다이브에 따르면, 이번 결정으로 뱅가드는 ‘대량 학살(genocide)이나 인류에 대한 범죄에 상당히 기여하는 투자를 하지 않거나 추천하지 않도록 보장하는 투명한 절차를 마련’할 것을 요구하는 주주 제안을 주주총회 안건에서 제외할 수 있게 됐다.
SEC, 뱅가드의 무조치(No Action) 요청 승인
SEC는 지난 1일 서한을 통해, 뱅가드가 해당 주주제안을 2025년 의결권 행사 자료에서 제외하더라도 집행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SEC는 2020년 뱅가드가 해당 제안을 처음 받은 이후로 같은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뱅가드는 펀드를 두 그룹으로 나눠서 SEC에 ‘무조치(No Action)’ 요청을 했다. SEC는 첫 번째 펀드 그룹에 대해서는 주주제안을 한 주주가 펀드를 지속적으로 보유하지 않았다는 점, 두 번째 펀드 그룹에 대해서는 주주제안이 일상적인 사업 운영(ordinary business operations)에 관련된 주주 제안이라는 점에서 뱅가드의 요청에 동의했다.
무조치는 주주제안이 회사의 일상적인 사업과 운영에 과도하게 개입하거나, 관련성이 현저히 낮은 경우에 제외할 수 있도록 SEC에 요청하는 절차를 말한다. 즉, SEC가 배제를 승인한 제안에 대해서는 기업이 안건에서 제외해도 SEC가 어떠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2020년 당시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SEC는 해당 제안이 경영에 대한 과도한 관여(micromanagement) 로 간주하며 펀드의 일상적인 사업 운영을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이후 2021년 SEC는 '사회적 영향을 미치는 이슈'에 대한 주주 제안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무조치 절차를 일부 수정했지만, SEC는 이번에도 무조치 결정을 내렸다.
주주권리그룹, SEC에 주주 제안 지지 촉구
뱅가드는 2018년에 처음으로 해당 제안을 받았다. 당시 주주들은 뱅가드가 보유한 석유 회사 페트로차이나(PetroChina)의 지분이 수단 다르푸르 학살과 관련이 있다며 투명성 확보를 요구했다. 페트로차이나는 중국국영석유공사(CNPC)의 소유로, 수단에서 가장 큰 석유 파트너 중 하나였다.
2020년 당시 ‘학살 반대 투자자 연대(Investors Against Genocide)’의 의장 에릭 코헨(Eric Cohen)은 “학살과 연관된 투자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개별 투자자에게는 버거울 수 있지만, 뱅가드는 충분히 이를 구현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10월 24일 주주권리그룹(Shareholder Rights Group)는 SEC에 서한을 보내 주주 제안 절차를 보호하고 기후 위기와 인공지능 등의 문제에 대한 주주 제안을 지지해 줄 것을 촉구했다. 주주권리그룹은 지배구조, 기업 책임, 장기적 가치 창출에 관련된 주주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설립된 미국의 투자자 단체다. 이들이 지난 5월 1일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주주 제안들이 경영에 대한 과도한 관여(micromanagement)로 간주하여 제외되는 사례가 전년도에 비해 많이 늘어난 것으로 확인된다.
한편, 지난 1월 엑손모빌은 SEC의 행정 불개입 절차를 거치지 않고 행동주의 투자자를 직접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며 온실가스 배출 목표 관련 제안을 거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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