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올해 ESG 관련 주주제안에 찬성표를 던진 비율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것이 드러났다. 블랙록이 21일(현지시각) 발간한 ‘2024 글로벌 보팅 스포트라이트’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6월까지 1년간 493건의 ESG 주주 제안 중 20개를 지지했다. 이는 전체의 약 4%에 불과한 수준이다.
블랙록은 2021년 47%의 ESG 결의안을 지지했지만, 지난해 7%로 급감했고 올해는 4%로 더 하락했다. 일각에서는 블랙록이 미국의 반(反) ESG 움직임에 패배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저품질에 중복된 주주제안 다수…반ESG 결의안도 많아 반대
블랙록은 기업 가치에 도움이 되지 않는 ESG 결의안들이 많이 올라왔기에 반대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즉, 찬성할 만한 질 높은 주주제안이 적었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올해 제안 대부분이 “너무 규범적이거나 경제적 가치가 부족했으며, 장기적으로 주주 가치를 증진할 가능성이 낮았다”고 평가했다. 기업이 이미 관리하고 있는 실질적인 위험을 해결하도록 요구하는 중복된 제안들에 반대했다고 전했다. 블랙록은 기후와 사회 문제에 관한 반대투표의 61%가 이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블랙록은 ESG에 반대하는 결의안을 지지하지 않았다는 점도 강조했다. 보고서는 블랙록이 88개의 반ESG 결의안을 확인했으며 단 한 건에도 찬성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해당 결의안은 기업에 지속가능성 위험을 관리하기 위한 계획을 철회하도록 하는 요구가 주로 담긴 것으로 확인된다.
블랙록만 환경과 사회 관련 주주제안에 대한 지지율이 낮아진 것은 아니다. 투자 리서치 기업 모닝스타가 지난 16일(현지시각) 발표한 보고서는 정치적 공격을 우려한 대형 자산관리사들이 지지를 철회하여 환경과 사회 결의안에 대한 찬성률이 급락했다고 분석했다. 모닝스타는 시장 전체적으로 ESG 제안에 대한 전반적인 지지가 23%로 지난해와 비교해서 큰 변동이 없었고, 환경 및 사회 결의안에 대한 지지는 19%에서 16%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기후 의제에 경제적 실익 없다는 블랙록 “설득력 없어”
블랙록 주시하던 환경단체들 실망감 표시
환경단체들은 블랙록의 발표에 실망감을 표시했다. 해당 단체들은 이전부터 자산운용사들의 ESG 주주투표 결과에 대해 추적한 보고서를 계속해서 내고 있다.
프랑스의 환경단체 리클레임 파이낸스의 라라 쿠벨리에 박사는 “블랙록은 기후 변화로부터 미래를 보호하고자 하는 자산 소유자들을 실망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21년에도 블랙록이 그린워싱을 하고 있다는 지적을 한 바 있다.
영국의 ESG 행동주의 투자기관 셰어액션의 펠릭스 나그라왈라 연구원은 “기후변화가 다양한 분야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올라온 ESG 결의안이 경제적 실익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고 비판했다.
셰어액션은 지난해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의 책임 투자 노력을 분석한 보고서를 발간했고, 블랙록은 기후와 생물다양성 부문에서 D등급으로 낮은 평가를 받았다. 블랙록은 2023년 기후 결의안 20개 중 2개만을 지지한 것으로 확인된다. 셰어액션은 매년 관심 있게 봐야 할 ESG 주주제안을 조사하여 공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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