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손모빌은 ‘2021 에너지 및 탄소 요약 보고서(2021 Energy & Carbon Summary)’를 발간했다/엑손모빌
엑손모빌은 ‘2021 에너지 및 탄소 요약 보고서(2021 Energy & Carbon Summary)’를 발간했다/엑손모빌

 

지난 5일(현지시간) 엑손모빌이 발간한 ‘2021 에너지 및 탄소 요약 보고서(2021 Energy & Carbon Summary)’가 화제다. 엑손모빌은 이 보고서를 통해 2019년 탄소배출량 데이터와 향후 에너지 계획을 제시했는데, 간접탄소배출량 ‘스코프(Scope) 3’에 대한 공시가 문제가 되었다. 

2019년 엑손은 원유 및 천연 가스 생산에 따른 스코프 3 배출량을 5억7000만 톤, 정제 배출량은 6억3000만톤, 정유 생산 배출량은 7억3000만톤으로 공개했다. 그러나 엑손은 보고서에 이 수치가 “환경적으로 의미있는 수치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스코프 3 배출은 회사 배출 감소 성과에 대한 의미 있는 통찰력을 제공하지 않는다"며 심지어 "어떤 측면에서는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 동안 엑손은 기업 사업장에서의 직접 배출량을 포함하는 '스코프(Scope) 1'과 기업이 사용하거나 구매한 전기의 간접배출에 해당하는 '스코프(Scope) 2' 배출량을 중심으로 데이터를 공개해왔다. 2025년 배출량 감축 계획 역시 “두 개의 배출량(스코프 1,2)을 중심으로 파리협정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기업이 스코프 3 배출량을 공개한 이유다. 보고서에서 엑손은 “투자자, 환경운동가 등 외부 압력 증가로 인해 스코프 3 배출량을 보고한 것”이며 "우리가 직접 관리할 수 있는 스코프 1과 2를 더 선호하며, 스코프 3은 자사 제품 사용으로 인한 간접배출이기에 고객 수요에 따라 배출량이 매번 달라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즉, '기업은 관심없지만 사회압박으로 어쩔 수 없이 공개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엑손이 언급한 '오해'에 대한 것이다. 엑손은 스코프 3 배출량을 공개하면서 " 배출량이 전년 대비 높은 것은 맞지만 실질적인 환경 영향력은 적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천연가스 생산으로 인한 배출량은 증가했지만 천연가스는 그 자체로 환경 유해가 더 심한 탄소 사용을 줄이기 때문에 천연가스 생산 자체만으로 전 세계 탄소 배출량 감소에 기여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스코프 3 기준은 이 부분을 반영하지 못해 엑손은 사회가 '오해'한 것이라고 표명한 것이다. 

 

탄소 배출량이 증가했지만 환경 영향력은 적다? 

보고서가 발간된 이후, 이 부분이 크게 문제로 떠올랐다. 로이터 등 주요 외신은 “환경보호청에 따르면 2019년 엑손모빌의 스코프 3 배출량은 146개의 석탄 화력발전소와 같은 것”이며, “석유 판매를 통해 발생되는 배출량 역시 7억3000만톤에 달해 경쟁 정유업체들보다 훨씬 많은 수치”라고 말했다.

또한 대부분의 주요 석유 회사들은 이미 스코프 3의 배출량을 보고하고 있으며, 미국 석유기업 옥시(Occidental Pacely)를 포함한 대부분 석유화학 기업들이 지난해 11월 스코프 3에 해당하는 석유와 가스 사용로 인한 영향을 상쇄하기 위한 목표를 세웠다. 반면 엑손은 "스코프3의 배출량은 회사의 배출 감소 성과에 대한 의미 있는 통찰력을 제공하지 못한다"고 밝혀 스코프 3 의 중요성을 간과하여 비난을 받고 있다.

외신들은 이 보고서로 인해 미국 역사상 최악의 기름 유출 사고를 일으킨 영국 석유기업 BP가 이를 무마하기 위해 사회공헌활동을 펼쳐왔던 그린워싱(Green washing, 위장환경주의)사례처럼 석유기업의 "과거 솔직하지 못한 환경주의의 양상이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미국 참여 과학자 모임(Union of Concerned Scientists)에 따르면, 엑손은 2019년에 8개의 기후과학 데니어그룹에 작년 대비 10% 감소한 69만 달러를 기부했다. 또한 탄소세를 반대하는 연방의원에 계속 자금을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블룸버그는 엑손모빌이 석유 시추와 탄소 배출량을 전반적으로 증가시키기 위한 계획하고 있다는 정황이 담긴 문서를 공개했다. 이후 엑손은 ‘배출량 감축 계획’을 발표해 절대적인 배출량 대신 배럴당 배출 목표를 설정하고, 스코프 3 배출량을 배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엑손이 앞으로 더 많은 탄소 배출량을 생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애초부터 엑손이 말했던 '오해'는 없었다. 오히려 환경적 책임에 대한 잘못을 덮으려고 한 행동이 쉽게 발각되었을 뿐이다. 엑손은 지난해 부진한 영업수익과 환경 노력 부족으로 인해 행동주의 투자자들로부터 압력을 받아왔다. 이후 환경 계획 공개에 나서고 있지만 BP, 로얄더치쉘등 유럽 석유회사들의 움직임에 비하면 아직 갈길이 먼 것으로 보인다. BP는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해 태양 에너지 개발업체인 라이트소스 재생에너지(Lightsource Renewable Energy)를 인수했으며, 저탄소 포트폴리오에서 8~10%의 투자 수익을 창출하기로 결정했다. 로얄더치쉘 역시 2020년까지 재생 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10억 달러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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