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가 EU의 공급망실사법(CSDDD)에 강력 반발하며, 유럽으로 액화천연가스(LNG) 수출을 중단할 수 있다고까지 경고했다. 

CSDDD법안은 기업의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인권 침해와 환경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실사(due diligence) 의무를 수행하도록 요구하는 법안으로, 인권 및 노동권, 탄소배출 등 관련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기업에 글로벌 매출의 최대 5% 벌금을 부과한다.

사드 알 카비(Saad al-Kaabi) 카타르 에너지부 장관은 파이낸셜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EU가 (CSDDD)실사법에 따라 벌금을 부과한다면 카타르는 유럽으로 LNG를 보내지 않을 것”이라며 “나는 허세를 부리지 않는다”고 강조했다고 22일(현지시각) FT가 밝혔다. 

CSDDD 법안은 2027년부터 본격 시작될 예정이지만, 벌금이 EU 내 매출뿐 아니라 글로벌 매출을 기준으로 산정되기 때문에 글로벌 매출이 큰 다국적 기업일수록 벌금 규모가 상당히 큰 것으로 예상돼왔다. 

알 카비 장관은 “카타르에너지(QatarEnergy)의 매출 5%는 곧 카타르 국가 전체의 매출 5%를 의미한다”며 “이는 국민의 돈이며 누구도 이런 손실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EU 실사법에 따른 논란과 기업 반발

카타르가 EU의 공급망실사법(CSDDD)에 강력 반발하며, 유럽으로 액화천연가스(LNG) 수출을 중단할 수 있다고까지 경고했다. /chatGPT 이미지 생성
카타르가 EU의 공급망실사법(CSDDD)에 강력 반발하며, 유럽으로 액화천연가스(LNG) 수출을 중단할 수 있다고까지 경고했다. /chatGPT 이미지 생성

EU는 지난 5월 기업 실사 지침을 채택했으며, 이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려는 EU의 기후 정책의 일환으로 도입됐다. 그러나 이 법안은 EU 안팎에서 많은 기업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기업들은 이 지침이 지나치게 까다로워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소송 위험을 높일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고 FT는 밝혔다. 

유럽화학산업협회(Cefic)는 “실사법이 상당한 소송 위험을 초래한다”며 “기업의 부담을 완화하고 규제의 단순화 등 문제 해결방안을 철저히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 법안은 EU 외부 기업이라도 EU 내 연간 순매출이 4억5000만 유로를 초과하면 해당 법의 벌금 대상이 된다. 때문에 미국, 중국을 비롯한 EU 역외 국가들의 강력한 반발 대상이 되어왔는데, 이번에는 카타르의 에너지 공급 제한 방침까지 이어진 것이다. 

 

카타르, 공급망의 10만개 기업 대상 노동 관행 조사 불가능 반박

카타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 가스 시장에서 점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유럽 각국이 러시아 가스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노력하면서 카타르에너지는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과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알 카비 장관은 EU 실사법이 현재 형태로 시행되면 카타르에너지 같은 국영 기업들에게 현실적으로 적용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공급망에 포함된 약 10만 개의 기업을 대상으로 노동 관행을 실사하려면 수천 명의 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EU의 탄소중립 목표에 맞춘 전환 계획을 수립하라는 요구도 카타르에너지 같은 에너지 생산 기업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실사법은 가스뿐만 아니라 비료와 석유화학 제품을 포함한 카타르의 모든 유럽 수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카타르 국부펀드인 카타르투자청(Qatar Investment Authority)의 투자 결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알 카비 장관은 LNG 계약을 위반하지는 않겠지만, 벌금이 부과될 경우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유럽 수출 계약에서 발생한 수익의 5%에 벌금을 부과한다면 이를 평가할 수 있지만, 글로벌 매출 전체에 벌금을 부과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각국의 반발이 이어짐에 따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Ursula von der Leyen) EU 집행위원장은 지난달 실사법을 포함한 여러 녹색금융법안의 보고 요구를 줄이는 내용을 담은 '옴니버스 법안'을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EU의 탄소중립 목표와 실사법 이행 간 균형을 맞추기 위한 논의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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