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면서 규제 강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다. 빅테크 경쟁력의 기반은 네트워크 효과와 데이터에 대한 장악력이다. 거대 플랫폼 기업이 가진 데이터의 양과 질은 정부를 능가하기까지 한다. 축적된 데이터와 네트워크를 이용해 비즈니스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시장 지배력 전이가 쉬운 이유는 이른바 ‘록인(Lock in) 효과’ 때문이다. 즉, 하나의 서비스가 이용자를 붙잡아 다른 서비스까지 쓰게 하는 것이다.
때문에 빅테크의 본산인 미국에서는 반독점규제 5개 법안 등의 규제법안과 행정명령이 잇달아 등장했고, 중국은 정부가 힘으로 빅테크 기업을 몰아 세우는 모양새다. 또한 유럽연합(EU)은 디지털 시장법 등으로 빅테크를 옥죈다. 더불어 한국 정부도 빅테크 규제를 위해 일명 ‘온라인 플랫폼 법’을 준비 중에 있다.
미국은 반독점규제법안과 행정명령, EU는 디지털시장법(DMA) 법안
먼저 미국은 지난해 구글,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 등 빅테크 기업들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이용해서 자사 서비스를 우대하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를 토대로 지난 6월 미국 하원은 온라인 플랫폼 기업을 규제하기 위한 5개 법안을 발의했다.
법안에는 ▲플랫폼 독점 종식법 ▲플랫폼 경쟁 및 기회법 ▲미국 혁신 및 선택 온라인법 ▲서비스 전환 허용에 따른 호환성 및 경쟁 증진법 ▲합병신청 수수료 현대화법 등이 담겼다. 법안에 따라 빅테크 기업들은 자체 브랜드 제품을 자사 플랫폼에서 판매하지 못할 뿐 아니라 플랫폼 기업의 인수합병도 어려워져 큰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미국이 이와 같은 규제법안을 만드는 이유는 빅테크 기업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독점에 대한 강한 견제의식이 작동되고 있다.
유럽은 유럽의회를 중심으로 빅테크 규제를 위해 디지털시장법(DMA)이라는 새로운 법안을 만들고 있디. 이 법은 특정 기준을 충족하는 플랫폼 기업을 ‘게이트키퍼’로 지정해 강도 높은 규제를 적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최근 수정안은 게이트기퍼의 기준을 연 매출 80억유로(11조원)로 정했다.
게이트키퍼로 지정되면 기업 결합 금지 등 활동에 많은 제약을 받게 된다. 무엇보다, 미성년자의 개인정보는 보다 엄격한 규제가 적용된다. 미성년 소비자의 개인정보는 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맞춤형 광고(행태정보)나 직접적인 마케팅 등 상업적 목적으로 처리할 수 없다.
유럽의 이 같은 움직임은 미국 빅테크 기업의 영향력을 최소화하려는 의도 때문이다. 유럽에는 구글,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 등과 견줄 만한 테크 플랫폼이 없다. 유럽 소비자들은 대부분 미국 빅테크 기업의 서비스를 이용한다. 이 때문에 유럽 시민의 정보를 모두 미국 기업이 보유하고 있고, 정보 인프라의 근간을 미국 빅테크 기업에 의존해야 하는 실정이다.
디지털 경제가 활성화될수록 유럽 경제나 유럽 시민의 생활은 미국 빅테크 기업에 의존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EU집행위원회가 반복적으로 구글 등 빅테크 기업에 천문학적인 과징금을 부과하고 빅테크 규제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이다.
중국, 공동부유 위해 빅테크 규제 대폭 강화
한편, 중국은 사회주의 특성으로 인해 빅테크 규제가 어느 국가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중국 공산당은 지난해부터 디디추싱ㆍ텐센트ㆍ알리바바ㆍ바이트댄스 등 기술기업에 대해 전례 없는 규제를 강행해 왔다. 더불어 중국 정부는 반독점법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는데 개정안은 위법 행위에 대한 벌금을 대폭 상향하고, 독점협의를 한 사업자의 법정 대리인과 주요 책임자, 직접 책임자에 대한 처벌 규정을 강화할 방침이다.
중국이 빅테크 규제에 나선 표면적 이유는 ‘공동부유(共同富裕)’ 때문이다. 시진핑 중국 주석은 지난 8월 중국 경제의 미래 좌표를 ‘함께 잘사는 사회를 향한 정비작업, 공동부유’로 공식화했다. 급성장 과정에서 빈부격차가 심해지는 사회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공동부유의 기반을 2035년까지 완성한다는 목표다. 그러나 눈에 띄는 성장세에 있는 빅테크 기업이 공동부유에 균열을 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