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기후변화 싱크탱크인 인플루언스맵(InfluenceMap)이 지난 5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석유 및 가스 기업과 로비 단체들이 지난해 페이스북에 기후변화 관련 광고비로 총 960만달러(110억원)를 지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들 광고의 대다수는 잘못된 정보를 포함하고 있거나 기후 과학과 맞지 않는 이니셔티브를 홍보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석유·가스 산업 기업들은 2020년 페이스북에 2만5247건 이상의 광고를 게재해 저탄소 프로젝트, 전략 또는 투자를 홍보했다. 광고 조회수는 4억3100만 건 이상을 기록했다. 총 광고비는 960만달러로, 엑손모빌(500만달러 이상), 미국석유연구소(265만달러), 원알래스카(32만9680달러)가 가장 많은 광고비를 지출했다.
지난해 7월부터 11월 초까지 가장 많은 광고비가 지출됐으며, 9월에는 광고비가 하루 최대 10만달러 이상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수억 건의 광고 중 대부분이 기후변화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지 않거나 기업들이 기후변화 노력을 과장광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기후정책에 대해 정치적 입장을 반영하기도 했다.
광고들은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이 에너지 안보, 경제 및 지역사회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을 과대평가했다. 일부는 고배출 기업들이 탄소감축을 위한 조치를 취하는 것보다 개인의 탄소 발자국을 줄이는 것이 기후 변화를 완화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인플루언스맵은 보고서에서 "기업들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페이스북 광고를 전략적으로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석유기업들이 노골적인 표현보다는 간접화술로 기후변화를 부정하고 있다"며 "화석가스를 녹색으로 홍보하거나 석유와 가스의 사용이 생명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등 잘못된 정보를 알리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페이스북 대변인은 "광고가 허위 또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것으로 판단되면 우리는 광고게재를 거부한다"며 "허위 콘텐츠를 반복적으로 공유하는 페이지, 그룹, 계정 및 웹 사이트에 대해서도 적절한 조치를 취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플루언스맵은 페이스북이 광고 면책 조항을 실시하는 등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다고 반박했다. 오해 소지를 일으킬 만한 광고 게재를 완전히 없애고 환경적 주장에 대해 정치적 입장이 담긴 기업 광고에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의미다.
페이스북 전 지속가능경영 책임자 빌 웨일(Bill Weihl)는 "페이스북은 기존 광고 정책을 부적절하게 시행하고 있다"며 "대중들의 지속적인 요구에도 불구하고 석유기업들이 페이스북 플랫폼을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페이스북이 허위 광고 게재로 비난을 받은 것은 이번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인플루언스맵은 2020년 상반기에만 미국 개인 사용자들이 수백 건의 기후 부정주의 광고를 게재했으며,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게시물을 봤지만 페이스북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에 작년 9월 페이스북은 코로나 정보센터와 같이 이용자들이 기후 과학에 대한 최신 정보를 접할 수 있도록 전용 디지털 공간을 뒤늦게야 출시했지만 인플루언스맵은 "페이스북이 기업의 넷제로 실현 목표와 보조를 맞추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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