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의 지속가능금융공시규제(SFDR)이 본격 시행되는 시점을 전후해, 글로벌 전역에서 ‘그린워싱(Greenwashing)’과 싸우기 위한 실질적인 규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FinancialsWatch에 따르면, 덴마크 금융감독청(FSA)은 최근 SFDR을 준수하지 않는 회사에 대해 감독할 수 있는 새로운 대응팀을 꾸린 것으로 드러났다. 4명으로 구성된 이 대응팀은 초기에는 그린워싱에 대해 선처를 하겠다고 밝혔지만, 추후 SFDR을 따르지 않는 기업에 대해 가처분, 경고 통지, 경찰 고발 등의 조치를 취할 것으로 알려졌다.
덴마크는 SFDR이 새롭게 시행한 지속가능성 원칙중심 공시 규정 외에 18개 의무지표에 대한 투자의 지속가능성 실적을 보고하는 규정도 2022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지속가능금융공시규제(SFDR)는 EU의 자산운용사와 금융권에게 개별 금융상품에서 지속가능성 관련 정보를 공개하도록 의무화해서, 그린워싱을 막고 ESG정보의 투명성을 이끌어내는 정책이다.
이 같은 그린워싱에 대한 퇴출 움직임은 덴마크 FSA뿐만이 아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도 이달초 ESG 관련 위법행위(misconduct)를 규명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 구성을 발표했고, 일본 금융청 또한 금융상품의 지속가능성 성과를 부풀리지 않도록 대책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10조원 대박 ESG펀드, 진짜 ESG 맞나?
일본 금융청은 투자신탁 상품을 ESG투자로 소개하거나 상품명에 ‘ESG’ 표현을 사용할 수 있는 기준 마련과 관련해 일본의 주요 자산운용사, 증권사 등과 논의를 시작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최근 밝혔다.
논의를 촉발시킨 상품은 6개월만에 일본에서 돌풍을 일으킨 ‘글로벌 하이퀄리티 성장주식 펀드(High Quality Growth Equity Fund)’다. 미즈호파이낸셜그룹 산하의 증권사 및 은행에서 판매하는 이 펀드는 지난해 7월 설정액 3830억엔(4조원 가량)으로 시작, 순자산총액이 1조엔(10조원가량)으로 늘어난 대박 ESG 펀드다. 1년간 신규펀드 설정액의 3분의 1 이상을 이 펀드가 홀로 끌어모을 정도로 인기를 모았다. 이 펀드의 투자설정은 미즈호그룹의 자산운용사인 ‘에셋매니지먼트원’이 했으며, 운용사는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이다.
하지만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이 상품을 포함한 주요 ESG 상품을 두고 “기존 투자상품에 ESG라는 이름만 붙여서 파는 것 아닌가”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에 따라 일본 금융청은 6월까지 자산운용사 및 펀드 유통업체 등에 대한 뮤추얼펀드 ‘라벨’ 규정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는 익명의 관계자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그 배경에 이번 미즈호금융지주 펀드가 촉발 원인이라는 게 다수의 목소리다.
지난 1월 이 펀드의 자산운용사인 애넷매니지먼트원은 일본 금융청과의 논의를 거쳐 아마존, 우버 테크놀로지스, 마스터카드 등 가장 큰 10개의 주식포트폴리오별 ESG 세부사항을 업데이트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일본은 아시아 중에서 ESG 펀드 열풍이 가장 거센 나라로, 아시아 전체 ESG 펀드의 80%를 일본이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ESG 라벨을 붙인 펀드에 관한 명확한 자금 세부내역이 없어 그린워싱의 우려를 낳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ESG가 유행하면서 노무라홀딩스 자산운용사는 지난달 말 10년 이상된 ‘노무라글로벌SRI지수펀드’를 ‘노무라글로벌ESG지수펀드’로 변경했다.
미국에서 투자자보호를 위해 2001년부터 시행 중인 규제에 따르면, 특정 ‘라벨’을 넣기 위해서는 해당 자산 중 80% 이상이 관련 라벨과 연결되어야 하지만, 일본은 아직 이런 요구사항이 없다. 미국 SEC는 지난해 펀드 및 투자자들에게 ‘ESG’ 혹은 ‘지속가능성’ 등 투자의 질적 특성을 반영하는 이 용어의 라벨을 붙일 때도 이 규제를 적용해야 하는지에 관해 의견을 묻는 등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독일 '데카뱅크', 지속가능성 임팩트펀드 소송 당해
일본 뿐 아니라 최근 독일에서는 헤비급 은행이자 저축은행연합회에 해당하는 ‘데카뱅크’가 자사 펀드의 사회적, 환경적 영향에 대해 투자자들을 오도했다는 혐의로 고소까지 당했다.
독일 소비자보호기관 바덴뷔르템베르크 소비자센터는 ‘데카-지속가능성 임팩트펀드(Deka-Sustainability Impact Fund)’가 잠재적인 소매 투자자들에게 제공하는 ‘임팩트 계산기(impact calculator)’가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펀드의 정보 페이지에 나타나는 이 임팩트 계산기에 따르면, 1만 유로를 투자하면 575kg의 CO2 감소를 발생시키는데, 이는 디젤차로 3597km를 주행하는 것과 맞먹는다고 나와있다. 또 "펀드의 투자목적에 부합하는 상장기업에 간접 투자해 이 같은 효과를 낸다"고 홈페이지에 나와 있다. 하지만 소비자센터는 “이 같은 수치는 추정치에 근거한 것일뿐, 펀드에 있는 모든 기업이 이러한 영향을 내는 것은 아니다"며 "이런 내용은 작은 인쇄물에만 있으며, 그 수치에 관한 증거도 없다”고 밝혔다.
소비자센터는 데카 뱅크에게 은행측이 이를 삭제하는 것을 거부했다며 결국 이 사건은 프랑크푸르트 지방법원으로까지 가게 됐다. 데카뱅크는 이에 대해 트위터를 통해 “이번 고발은 근거가 없으며, 맞서 싸울 것”이라면서 “ESG 및 기후 데이터에 관해 수십년의 경험을 갖고있는 서비스 제공업체에서 제공한 자료”라고 맞섰다.
싱크탱크인 ‘2도씨 투자이니셔티브(2 Degrees Investing Initiative)'의 2020년 연구에 따르면, 환경 임팩트를 주장하는 펀드 90%가 규제 지침과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국내에도 ESG 관련 펀드 및 간접투자가 늘어남에 따라, 그린워싱을 둘러싼 논란이 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 10일자로 SFDR 발효, 금융당국 “속도 빠르다” 우려도
- 中·美, G20 지속가능금융 연구그룹 이끈다
- 유럽 지속가능금융공시(SFDR), 의무보고사항 32개에서 18개로 대폭 축소
- 【이종오의 ESG Watch】 ESG 정보공개 의무화, 그 일정계획표를 앞당기자
- EU 기업 ESG 데이터 접속 한곳으로, ESAP 법안 3분기 상정 예정
- 2021년 주목할 ESG 트렌드는? 4편 ESG데이터 공시…MSCI 보고서
- 【Trend Insight】 블랙록 전 투자책임자, "지속가능투자는 마케팅" 기고 떠들썩
- 금감원도 그린워싱 경고장 날렸다...미 SEC 등 글로벌 움직임 반영
- 공급망 강화하는 유럽... 국내 기업 ESG 경쟁력 갖추면 중국보다 유리
- '그린워싱' 감독 강화하는 국제증권감독기구(IOSCO), ESG펀드상품 그린워싱 검증 서비스 출시되기도
- “SFDR(지속가능금융공시규제) 그린워싱 못막아” 불만 터트리는 자산운용사들
- 2022년부터... 영국 규제당국, '그린워싱' 강력 단속 예고
- 친환경 투자는 친환경적이지 않다?
- 日에서 'ESG' 펀드, 근거없인 사용 불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