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단체들은 쉐보론이 환경 공약을 펼치면서 자사의 환경적 영향력에 대해 소비자를 오도했다는 혐의로 연방무역위원회에 고발했다/쉐보론
환경 단체들은 쉐보론이 환경 공약을 펼치면서 자사의 환경적 영향력에 대해 소비자를 오도했다는 혐의로 연방무역위원회에 고발했다/쉐보론

 

지난 16일(현지시간) 환경 단체들은 미국 석유 거대 기업 쉐브론(Chevoron)이 자사의 환경적 영향력에 대해 소비자를 오도했다는 혐의로 연방무역위원회에 고발했다.

글로벌 위트니스(Global Witness), 그린피스(Greenpeace), 워스웍스(Earthworks) 등 3개 환경단체는 화석연료가 쉐보론의 사업 운영의 핵심 자원임에도 불구하고 '기후 친화적'으로 보이기 위해 대중들에게 재생 에너지 투자와 탄소 감축 노력을 과장 광고해 그린워싱(greenwashing)을 펼쳤다고 주장했다.

로이터 등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쉐브론은 자사의 생산계획이 절대 배출량을 증가시킬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발표한 환경 공약 '더 깨끗한 에너지(ever-cleaner energy)'로 이 사실을 감추고 있다고 밝혔다. 

셰브론은 지난주 석유와 가스 생산에 대한 투자를 현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탄소배출량을 낮추기 위한 지출을 늘리겠다면서 '더 높은 수익률, 더 낮은 탄소'라는 슬로건으로 광고를 펼쳤다. 환경단체들은 쉐브론이 재생 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강조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자본 지출의 0.2%만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연간 130억 달러(14조6835억 원)의 평균 자본 지출 중 탄소 에너지원에 소비된 금액은 약 2600만 달러(293억6700만 원)에 불과했다.

쉐보론의 더 깨끗한 에너지 광고/쉐보론
쉐보론의 더 깨끗한 에너지 광고/쉐보론

 

단체들은 이번 고발을 단순히 기업의 책임에 국한하지 않고 규제기관과 정부의 조치까지 함께 요구하고 있다. 2012년 연방무역위원회는 기업이 마케팅과 광고를 통해 그린워싱(greenwashing)을 하는 걸 막기 위한 조치로 ‘그린 가이드’를 규정했다. 이 가이드에 따라 단체가 기업을 고소한 것은 이번이 최초 사례임이 알려지면서, 위원회가 이에 구체적으로 대응할 것을 주장했다. 

단체들은 “쉐브론은 환경성과와 깨끗한 기술에 대한 투자를 과장하면서 전 세계에서 최대 오염을 일으켰다”며 “연방무역위원회(FTC)는 광고와 마케팅에서 오해의 소지가 있는 부분에 대해 쉐브론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행정부의 대응도 요구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기후 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광범위한 계획의 일환으로 석유와 가스 회사들의 그린워싱 캠페인에 대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글로벌 위트니스 대변인 줄리 앤 미란다(Juli&Miranda)는 "이번 실험은 바이든 행정부가 대규모 오염기업들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의지를 관철시킬 것을 확인하는 첫 시험대"라며 "증권거래위원회, 환경보호청, 무역위원회 등 정부 규제 기관들이 기후 관련 진실을 밝히고 쉐브론에 어떤 대응책을 펼칠 것인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셰브론은 공정위에 대한 제소를 "끔찍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숀 코미(Sheon Comy) 대변인은 "우리는 영업과 자산의 탄소 집약도를 줄이는 동시에 재생 에너지와 탄소오프셋(offset, 탄소상쇄권) 사용을 늘리고 있다"며 “ESG를 더욱 우선시하는 투자자들의 압박 속에서 녹색 이미지를 개선하려고 노력해왔다”고 주장했다.

셰브론 CEO 마이크 와이어스(Mike Wirth)는 지난주 "회사가 자체 운영에서 탄소 제로화를 실현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며, 2016년부터 2028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강도를 35% 낮추는 데 전념하고 있다"며 "파리협정을 지지하고 재생 가능한 전력에 투자해 2028년까지 클린테크에 30억 달러(3조3885억 원)를 지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절대 탄소 감축량에 대해서는 "우리는 배럴당 오염 감축을 목표로 두었다"며 "전체 탄소 배출량을 제한하거나 줄이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쉐브론과 미국의 경쟁업체인 엑손모빌은 투자자들이 청정 에너지로의 전환을 위해 입지를 다져야 한다고 요구함에 따라 지난 1년 동안 환경 문제에 관여하기 위해 더욱 박차를 가했다. 배출량 목표 설정과 함께 두 곳 모두 청정 기술 스타트업과 탄소 포획에 대한 투자를 장려해왔지만, 이는 현재 전체 자본 예산의 작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어스웍스의 대변인 조시 아이젠펠드(Jocy Igenfeld)는 "석유화학기업이 스스로를 녹색 기업으로 이미지화하려는 경향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그들은 투자자를 유치하고 자원과 사회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약탈적인 방법으로 시장을 이용하려 한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몇 년 동안 운동가들과 일부 광고업계 사이에서 석유화학 기업들의 그린워싱 여부를 확인하는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 다른 6개의 비영리 단체들은 미국 동물영양식품 제조업체 카길(cargil)의 제품 상표가 가족 농부들과의 관계를 광고하는 반면, 실제 생산 방식은 착취적이라며 무역위원회에 제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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