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아마존, 폴크스바겐 등 글로벌 기업 25곳의 넷제로 계획을 상세 검증한 결과 대부분 구체적인 내용이 부족하고 성과가 과장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사실은 지난 7일, 독일의 비영리단체인 ‘신기후연구소(New Climate Institute, NCI)와 환경단체 ‘탄소시장감시(Carbon Market Watch ,CMW)’가 내놓은 ‘기업의 기후 책임성 모니터(Corporate Climate Responsibility Monitor)’ 보고서를 통해 밝혀졌다.
보고서를 작성한 주요 저자이자 기후 정책 분석가인 토마스 데이는 “글로벌 25개 기업 중 13개의 회사가 내놓은 ‘넷제로’, ‘탄소 중립’ 공약대로 하면 100%가 아닌 40%만 감축될 수 있다. 나머지 12개 기업은 넷제로 목표 연도까지 어떻게 탄소 중립을 달성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조차 없었다”라고 전했다.
주요 기후 공약의 신뢰도가 가장 높은 기업은 머스크, 가장 낮은 기업은 네슬레, 유니레버, JBS
신기후연구소는 글로벌 온실가스 배출량의 5% 정도를 차지하는 유니레버, 머스크, 아마존 등 25개 기업을 대상으로 삼았다. 각 기업의 기후 공약을 살피고, 신뢰도를 기준으로 높음, 합리적, 보통, 낮음, 매우 낮음의 5가지 등급으로 분류했다.
조사 결과 신뢰도가 가장 높은 기업은 없었으며, 합리적인 신뢰성을 지닌 기업으로는 덴마크의 해운회사 ‘머스크’ 단 한 곳만이 선정됐다. 애플, 소니, 보다폰은 약속의 신뢰도가 ‘보통’ 수준인 것으로 평가됐으며 아마존, 구글, 이케아 등 10개 기업은 ‘낮음’, 네슬레, 유니레버를 포함한 12개 기업은 ‘매우 낮음’으로 분류됐다.
토마스 데이는 “가능한 많은 모범 사례를 찾고자 조사를 시작했지만 기업들의 전반적인 주장이 구체적이지 못하고, 실천 가능성이 부족했다”면서, “기업이 기후 변화에 대처해야 한다는 압력이 높아지면서 야심차게 목표 공약을 내놓았지만 내용이 부족한 것이 너무 많아 소비자와 규제기관 모두가 오해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상대적으로 탄소 중립을 잘한다 여겨지는 회사들도 행동을 과장하는 경향을 볼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일부 기업, 배출원이나 데이터를 배제해 탄소 중립 목표를 변경하기도
공약에 대한 신뢰도가 낮다고 평가받은 기업의 경우, 회사와 간접적으로 연결된 활동에 대한 탄소 배출 활동을 목표치에 포함하지 않거나 애매한 목표를 내놓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기후연구소의 기후 정책 분석가 사이브리그 스밋(Sybrig Smit)은 “업스트림, 다운스트림의 탄소 배출량은 글로벌 25개 기업이 배출하는 탄소량의 평균 87%를 차지한다. 그러나 8개 기업들은 스코프 3 배출량을 제외한 채로 탄소 중립 목표를 세웠다”고 말했다.
독일 최대 전력기업인 이온(E.ON)은 에너지 판매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배출량을, 까르푸는 까르푸 브랜드 매장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탄소 배출량을 감축 계획에서 누락했다.
25개사 중 24개사는 직접적인 탄소 감축 대신 다양한 탄소 상쇄 제도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의 3분의 2가 나무를 심거나 자연을 기반으로 한 탄소 오프셋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자연 기반 탄소 상쇄 방법은 산불, 기상 현상 등으로 영구적이지 않을 뿐더러 나무를 심을 토지 역시 부족해 상쇄가 쉽지 않은 것으로 여겨진다.
일부 기업들 중에는 짧은 기간에 탄소 배출량을 많이 줄이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운 곳들도 있었다. CVS 헬스(CVS Health)는 탄소 배출량이 매우 높았던 2019년을 기준연도로 잡아 2030년 넷제로 목표를 세웠다. 덕분에 목표량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탄소 감소의 효과로 보긴 어렵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GlaxoSmithKline)은 애매한 목표를 내놓았다.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80% 감축하겠다고 했지만 대상이 어떤 회사인지 명확하지 않고 스코프 1, 2, 3 등의 배출 범주 역시 불분명했다.
신기후연구소와 함께 이번 보고서를 작성한 환경단체 ‘탄소시장감시’의 정책전문가 질 듀퓨아뉴(Gilles Dufrasne)는 기업의 애매한 넷제로 목표가 소비자와 정책 입안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해의 소지가 있는 광고는 소비자와 정책 입안자에게 실질적인 영향을 미친다. 현실은 그렇지 않은데 기업들이 충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믿게 하기 때문이다. 정부와 규제 기관이 나서서 이러한 그린워싱 추세를 종식시킬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본보기가 되어 줄 사례도 있어
이번 조사를 통해 기후 리더십의 유망한 사례도 확인되었다. 구글(Google)은 고품질 재생 에너지를 실시간으로 조달하기 위한 혁신적인 수단을 개발하고 있으며 넷제로 목표를 앞당긴 머스크(Maersk)와 도이치포스트(Deutsche Post)는 운송 및 물류를 위한 탈탄소화 기술에 막대한 투자를 해 탄소중립이라는 목표를 현실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듀퓨아뉴는 “기업은 변화하는 지구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모호한 목표를 설정하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으며 대중을 오도하는 경우 더 나쁜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국가들은 파리협정을 도입할 때 새로운 출발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었고 기업들도 이를 행동에 반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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