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무부 산하 통화감독청(OCC)이 31일(현지시각) 대형 금융기관에 기후 관련 금융 리스크 관리 지침을 제공해야 하는 원칙을 철회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정부의 기후정책 후퇴가 금융규제 분야까지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OCC, 규제 과도하고 중복…기후 금융도 퇴보하나
OCC는 2021년에 1000억달러(약 147조원) 이상 자산을 보유한 대형 은행을 대상으로 기후 관련 금융 위험 관리 가이드라인 초안을 마련했다. 이후 2023년에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와 함께 최종안을 확정했다.
이 가이드라인은 은행이 직면한 기후 금융 리스크를 물리적 리스크(Physical risks)와 전환 리스크(Transition risks)로 구분해 이에 대한 관리 프레임워크를 제시한다. 원칙은 이러한 리스크를 완화해 은행의 안전성과 건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으로 ▲효과적 리스크 관리 거버넌스 구축 ▲정책, 절차, 제한 마련 ▲전략적 계획 수립 ▲리스크 관리 ▲데이터, 리스크 측정, 공시 ▲시나리오 분석을 제시한다.
로드니 후드 OCC 임시 청장은 철회 이유를 명확히 했다. 그는 "은행에 기후 관련 금융리스크에 대한 지침을 제공하는 원칙이 과도하게 부담스럽고 중복됐다"고 말했다.
후드 청장은 금융 리스크를 관리하기에는 기존 지침으로도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청장은 "OCC의 기존 지침은 감독 대상 기관의 모든 활동에 적용되는데, 여기에는 악천후나 자연재해에 대한 잠재적 노출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그는 "연방 은행 시스템의 안전, 건전성, 공정성을 보장하면서도 효과적이고 과도하지 않은 규제를 마련할 기회를 계속 찾겠다"고 덧붙였다.
3도 상승 시대 온다…은행들, 기후 재앙 속 투자 기회 모색
트럼프 정부가 기후변화를 사기로 규정하며 규제를 완화하는 것과는 달리, 월스트리트 대형 은행들은 기후변화 현실을 직시하고 있다. 이들은 고객들에게 악화되는 기후 상황을 그대로 전달하는 동시에 새로운 투자 기회도 제안하고 있다.
모건스탠리, JP모건체이스, 국제금융협회(IIF)는 지구온도 상승제한 2°C 기준을 넘어설 것이라는 예측하에 생존 전략을 짜고 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모건스탠리는 지난달 투자 보고서에서 최근 글로벌 탈탄소화 노력의 후퇴로 온도가 3°C 상승한 세계를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JP모건 역시 연례보고서에서 2.7~3°C 이상 상승 시나리오로 투자 심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국제금융협회는 2월 보고서에서 온도 상승을 2°C 이하로 제한하는 궤도에 있지 않으며, 1.5°C로 제한하는 것은 확실히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은행들은 이런 암울한 전망 속에서도 투자 기회를 발굴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3°C 시나리오에서 에어컨 시장이 유망하다고 조언한다. 이 은행 애널리스트들은 2350억달러(약 346조원) 규모의 냉방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2030년까지 연간 성장률이 3%에서 7%로 두 배 이상 증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가우탐 자인 컬럼비아대학 선임연구원은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금융기관들은 기후 리스크를 정확히 평가하고 투자 기회를 파악해 합리적인 비즈니스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자인 연구원은 "이들은 허황된 가정이 아닌 과학을 따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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