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적 압박과 SEC의 해석 변화…기후 의제 '사전 차단'
- 타 기업도 침묵…ESG 주주행동의 ‘냉각기’ 진입
엑손모빌(Exxon Mobil)이 올해 25년 만에 처음으로 주주 제안이 없는 주주총회를 맞이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8일(현지시각) 전했다.
이는 지난해 엑손모빌이 기후 중심 의제를 제안한 투자자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한 이후, 주주 사이에서 적극적인 기후 및 ESG 관련 의제 제안을 꺼려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더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과도한 기업경영 개입이라는 명목으로 기업들이 주주 결의안을 쉽게 차단할 수 있는 지침을 지지하면서 이같은 흐름은 한동안 산업 전반으로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법적 압박과 SEC의 해석 변화…기후 의제 '사전 차단'
지난해 아르주나캐피탈(Arjuna Capital)과 네덜란드 기후단체 팔로우디스(Follow This) 등의 행동주의 투자자들은 엑손모빌 경영진의 보수를 온실가스 배출 감축 성과와 연계하는 안건을 포함하여 환경 관련 4개의 안건을 제안한 바 있다.
이에 엑손모빌은 해당 제안이 채택되는 것을 막고자 이들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아르주나캐피탈 측이 유사한 제안을 제출하지 않기로 합의하면서, 법원에서도 쟁점이 사라졌다고 판단하여 이를 기각한 바 있다. 엑손모빌은 사실상 '주주 제안 차단 효과'를 얻어낸 셈이며, 당시의 분위기가 현재의 주주총회까지 이어져왔다는 분석이다.
올해 주주총회에는 단 한 건의 제안이 접수됐다. 하지만 SEC가 이를 ‘과도한 경영 간섭’으로 간주해 폐기 대상이라는 입장을 밝히면서, 결국 엑손모빌은 단 한 건의 주주 제안도 없는 주주총회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해석 변화는 최근 발표된 '직원 법률 게시판 No.14M(Staff Legal Bulletin 14M)'에 따른 것으로, SEC의 기준이 보다 기업 친화적으로 바뀐 결과다. SEC의 판단은 법적 강제력은 없지만, 엑손모빌은 이를 근거로 해당 제안을 제외했다.
타 기업도 침묵…ESG 주주행동의 ‘냉각기’ 진입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선임 애널리스트인 롭 듀 보프(Rob Du Boff)는 이 조치가 환경 및 사회적 주제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려는 투자자들에게 위축 효과를 가져왔다고 주장한다. 그는 “엑손모빌은 법적 절차를 변경하고자 했으며, 이제 아무도 서둘러 제안을 제출하려 하지 않는다”며, “엑손모빌은 그것들을 막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데이터에 따르면, 엑손모빌 외에도 옥시덴탈 페트롤리엄(Occidental Petroleum), 발레로 에너지(Valero Energy), 다우(Dow Inc.) 등 다른 기업들도 올해 연례 총회에서 주주 제안이 없는 상황이다.
불과 4년 전, 소규모 행동주의 펀드였던 엔진넘버원(Engine No.1)은 엑손모빌 이사회에 3명의 이사를 선임시키는 데 성공하며, 적극적으로 기후변화 대응과 자본 배분 의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 엑손모빌의 탄소전환를 이끌어내는 등의 성과를 거뒀으나, 최근에는 법적 대응과 규제 해석 변화로 인해 ESG 주주행동은 뚜렷한 냉각기에 들어선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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