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투자사인 팔로우 디스가 올해 주주총회 시즌에 결의안을 제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팔로우 디스 X
행동주의 투자사인 팔로우 디스가 올해 주주총회 시즌에 결의안을 제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팔로우 디스 X

세계 유수 정유사들을 상대로 기후변화 대응 관련 주주행동주의 활동을 펼쳐온 네덜란드 비영리 단체 '팔로우 디스(Follow This)'가 올해 주주총회에서 관련 결의안을 제출하지 않기로 했다.  

로이터통신과 블룸버그법률(Bloomberg Law)은 10일(현지시각) "기후 결의안을 주도해온 팔로우 디스가 정치적 환경 변화와 투자자들의 관심 저조로 인해 올해는 결의안 제출을 보류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투자자 관심 급격히 시들해져

팔로우 디스는 지난 10여 년간 엑슨모빌(ExxonMobil), 셸(Shell), BP 등 세계 주요 정유·에너지 기업에 '기후변화 대응 포트폴리오 전환'을 촉구하며 주주 결의안을 제출해왔다. 2016년 첫 결의안 제출 이후 필립스66(Phillips 66)에서는 무려 80%의 주주 지지를 받아내는 성과도 있었다. 이후 쉐브론(Chevron)은 60%, 엑슨모빌 27% 등 기업마다 차이는 있었지만, 꾸준한 관심과 지지를 받아왔다. 

그러나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상황은 급변했다. 국제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면서 화석연료 투자 수익이 대폭 상승했고, 이로 인해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은 급격히 시들어졌다.

최근 몇 달간 BP, 셸, 에퀴노르(Equinor) 등 다수의 에너지기업은 기존의 에너지 전환 목표를 철회하거나 오히려 석유 및 가스 생산 확대를 공식화했다. 

이에 대해 팔로우 디스의 창립자인 마크 반 바알(Mark Ban Baal)은 2023년 7월 파이낸셜 타임스에 기고한 글을 통해 "투자자들이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급증한 이익을 위해 기후 행동을 희생하기로 선택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결의안 임시 중단 결정에 대해 "기관 투자자들이 스스로의 의결권을 제대로 행사하려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크 반 바알, “기관 투자자들이 의결권 행사 꺼려”

결의안 제출을 둘러싼 법적 충돌도 이러한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엑손모빌은 지난해 1월, 기후 관련 결의안을 제출한 팔로우 디스와 아르주나 캐피탈(Arjuna Capital)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회사 측은 주주행동주의 기관에 대해 "의결권을 남용하고 있다"며 "위임장 투표 절차를 계속해서 남용할 경우 행동주의 투자자들을 고소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결국 해당 소송은 피고 측이 결의안을 철회하고 유사안 제출을 포기하면서 기각됐다. 

반 바알은 “우리는 지금 전략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며 “왜 일부 투자자들은 명확한 약속에도 불구하고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으려 하는지, 그 근본적 요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후 위기는 단기 수익보다 중요하다”며 “투자자들이 다시금 장기적 안목을 갖고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판단할 수 있도록 더 강력한 연대와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오히려 이번 철회를 계기로 팔로디스가 더 강력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ESG 투자자들과의 연대를 넓힐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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