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이 엑손모빌(ExxonMobil)에 부과된 1425만달러(약 192억8025만원)의 민사 벌금을 최종 확정했다. 해당 벌금은 엑손모빌이 텍사스 정유시설에서 대기오염물질을 불법 배출해 청정대기법(Clean Air Act)을 위반한 데 따른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1일(현지시각) “대법원이 관련 소송에 대한 심리를 종결함에 따라, 시민단체가 제기한 소송에서 하급심의 벌금 판결이 그대로 유지됐다”고 전했다.

이로써 엑손모빌과 환경단체 간 15년 가까이 이어진 법정 공방이 마무리됐다. 이번 사건은 일반 시민이 환경법 위반을 근거로 제기한 소송 중 사상 최대 규모의 민사 벌금이 확정된 사례로 기록됐다.

당시 원고 측은 엑손모빌이 2005년부터 8년간 총 1만6386건의 대기 허가 조건을 위반하고 4500톤 이상의 유해물질을 불법 배출했다고 주장했다.

사진=chatgpt 이미지생성

 

2014년 190억원대 벌금 확정… 15년 공방 마무리

2010년 환경텍사스시민로비(Environment Texas Citizen Lobby)와 시에라클럽(Sierra Club) 시민단체들은 엑손모빌이 텍사스주 베이타운(Baytown)의 대형 석유화학단지에서 수년간 청정대기법 기준을 반복적으로 위반했다고 주장하면서, 엑손모빌을 상대로 연방 소송을 제기했다. 

베이타운 복합단지는 휴스턴 동쪽에서 약 40km 떨어져 있으며 3400에이커 규모의 미국 최대 석유화학단지 중 하나다. 하루 약 58만8000배럴의 원유를 정제하고 화학제품과 재활용 공정까지 수행한다. 인근 휴스턴 선착장에는 셰브런필립스(Chevron Phillips) 등 주요 석유화학 기업들이 밀집해 있다.

원고 측은 엑손모빌이 연방 및 주 규제기관에 제출한 배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수천 건의 무허가 배출 사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중 90%는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인체에 유해하다고 경고한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 발암물질, 오존 형성 물질이 다수 포함됐다. 일부 피해 주민들은 법정에 직접 출석해 건강 피해를 증언하기도 했다.

1심 재판은 2014년 휴스턴 연방지방법원에서 열렸으며, 판사 데이비드 히트너(David Hittner)는 2017년 엑손모빌에 1995만달러(약 269억9235만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그러나 항소심인 제5연방순회항소법원(Fifth Circuit Court of Appeals)은 이 판결이 일부 기술적 쟁점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며 이를 파기하고 벌금 재산정을 명령했다.

이후 2021년 히트너 판사는 벌금을 1430만달러(약 193억4790만원)로 조정했으며, 항소심은 이를 2024년 12월 확정했다.

 

엑손 “피해 인과관계 불명확”… 대법원 기각 

엑손모빌은 상고심에서 일반 시민이 소송을 제기할 ‘법적 자격(standing)’이 없다고 주장했다. 피해가 실제로 발생했는지 여부도 불분명한 상황에서, 단지 발생 가능성만으로 소송이 진행된 것은 부당하다고 밝혔다. 

또한, 대법원이 2000년 ‘프렌즈 오브 디 어스(Friends of the Earth)’ 사건 판례를 재검토할 것을 요청했다.

해당 판례는 민사 벌금이 정부로 귀속되더라도 시민이 청정대기법 위반을 근거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음을 인정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를 기각했고, 정부가 환경법을 충분히 집행하지 않을 경우 시민이 직접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법리는 그대로 유지됐다.

엑손모빌은 소송 제기 이후 2006년부터 2013년까지 시설 업그레이드와 유지보수에 60억달러(약 8조2000억원)를 투자해 무허가 배출량을 95% 줄였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법원은 해당 조치와는 별개로, 이미 발생한 위반행위에 대한 법적 책임은 물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원고 측 대표 변호사 데이비드 니콜라스(David Nicholas)는 “엑손은 시민의 헌법상 소송 자격을 무력화하려 했지만 저지당했다”며, “이번 결과는 다른 기업에도 동일한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신호”라고 강조했다.

엑손모빌은 아직 이번 판결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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