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미국 운전자들의 연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여름철 고에탄올 연료 판매를 일시 허용했다.

로이터는 28일(현지시각) 트럼프 행정부가 E15 휘발유의 여름철 판매를 긴급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E15는 에탄올이 15% 함유된 휘발유로, 일반 휘발유(E10)보다 에탄올 비율이 높다. 주로 가격 인하와 옥수수 소비 촉진을 위해 도입됐다.

 에탄올 15%가 함유된 E15 휘발유는 경주용차에도 쓰인다./픽사베이.
 에탄올 15%가 함유된 E15 휘발유는 경주용차에도 쓰인다./픽사베이.

 

미국, 주행량 급증 앞두고 연료 공급 확대 나서

이번 조치는 여름철 주행량 급증에 대비해 연료 공급을 확대하고 가격을 억제하기 위한 것이다. E15는 기존 휘발유보다 가격 경쟁력이 높아, 바이오연료 생산업체와 옥수수 농가에도 수혜가 예상된다.

미국 농무장관 브룩 롤린스(Brooke Rollins)는 “E15 여름철 판매 허용은 소비자 구제와 주유소 선택권 확대, 미국산 옥수수 수요 촉진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에탄올 함량이 높은 E15는 휘발성 유기화합물(VOC) 방출을 늘려, 햇빛 아래 질소산화물(NOx)과 반응해 지상오존 농도를 높여 대기오염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왔다. 이 같은 이유로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햇빛이 강한 여름철 E15 판매를 제한해왔으나, 바이오연료 업계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반발해왔다.

EPA는 이번 긴급 면제를 통해 5월 1일부터 E15 판매를 허용하고, 필요 시 추가 연장할 방침이다.

E15는 미국 33개 주 4100여 개 주유소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캘리포니아에서는 판매가 금지돼 있다.

 

연료비 억제·옥수수 수요 촉진…에너지 시장 대응 포석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조치를 통해 에너지 시장 불안과 유가 상승 압력에 대응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재생연료협회(Renewable Fuels Association) 제프 쿠퍼(Geoff Cooper) 회장은 “전 세계 에너지 시장이 지정학적 갈등으로 흔들리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과 리 젤딘(Lee Zeldin) EPA 청장이 여름철 연료 부족과 가격 상승을 막기 위한 조치를 신속히 단행했다”고 평가했다.

이번 긴급 면제는 트럼프 행정부가 독자적으로 도입한 조치가 아니라, 바이든 행정부도 2022~2024년 여름철 운전 시즌마다 반복 적용했던 긴급 권한을 이어받아 활용한 것이다. 당초 긴급 연료 면제는 허리케인 등 자연재해로 인한 공급망 붕괴 시에만 적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이번 조치는 에너지 시장 불안이라는 상황을 이유로 이례적으로 발동됐다.

한편, EPA는 올해 초 일리노이, 아이오와, 미네소타, 미주리, 네브래스카, 사우스다코타, 위스콘신 등 7개 주 주지사의 요청을 수용해 이들 지역에서 E15 연중 판매를 허용하기로 한 바 있다. 이번 긴급 조치는 기존 7개 주를 넘어 미국 전역으로 확대됐으며, 여름철 휘발유(E10)에 적용되는 휘발성(RVP) 기준도 한시적으로 면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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