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미국 백악관 X(트위터)
사진=미국 백악관 X(트위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 제약업계에 약값 인하를 요구하는 행정명령인 '미국 환자들에게 최혜국대우 처방약 가격 제공'에 서명했다. 백악관은 이번 조치가 미국 의약품 가격을 국제 수준으로 낮추기 위한 수단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법률 전문가들과 업계는 실질적인 이행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5월 12일(현지시간) 로이터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는 이날 워싱턴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모두 같은 값을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59-90% 수준의 의약품 가격 인하를 요구하며, 미이행 시 관세 부과, 해외 수입약 허용, 수출 제한 등 후속 조치를 예고했다. 

 

수입 허용·수출 제한·반경쟁 행위 단속…전방위 압박

미국은 처방약 가격이 가장 비싼 국가로, 다른 선진국보다 거의 세 배 가까이 비싼 경우도 많다. 트럼프는 1기 정부 시절에도 미국의 약값을 다른 국가 수준으로 낮추려 했으나 법원에 의해 저지된 바 있다. 

이번 행정명령은 제약사들에 30일 내 가격 목표를 제시하고, 그에 따른 "의미 있는 진전"이 없을 경우 추가 조치를 취하겠다고 명시했다. 행정명령은 다른 선진국 수준의 약값으로 소비자가 직접 구매할 수 있는 프로그램 도입도 검토하도록 지시했다. 

이번 명령은 외국으로부터의 의약품 수입 허용, 미국산 의약품 및 원료 수출 제한 검토 등도 포함하고 있다. 또한 연방거래위원회(FTC)에는 제약사들의 반경쟁 행위에 대한 강력한 집행 조치를 주문했다. 

트럼프는 "미국도 이제 가장 낮은 약가를 적용받는 나라와 같은 수준의 가격을 지불하는 최혜국대우(Most-favored nation·MFN)를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혜국대우는 국제통상에서 자주 사용되는 개념으로, 무역 상대국에 대해 자국이 제3국에 제공한 최상의 대우와 동일한 혜택을 부여하는 원칙을 말한다.

이번 명령은 미 연방거래위원회(FTC)에 제약사들의 반경쟁적 관행에 대한 강력한 단속을 검토하도록 지시하고 있다. 백악관 관계자는 "제네릭 출시 지연을 유도하는 거래 등 경쟁 방해 행위를 단속 대상에 포함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 반발…"투자 위축·신약 개발 차질"

미국 제약업계를 대표하는 단체인 PhRMA의 스티븐 업블(Stephen Ubl) CEO는 "사회주의 국가의 가격을 들여오는 것은 미국 환자와 노동자에게 손해일 뿐"이라며 "치료제 개발이 줄고 수천억 달러 규모의 투자도 위협받을 것"이라고 반발했다.

업블은 미국 높은 의약품 가격의 원인이 "해외 국가들이 정당한 몫을 부담하지 않으며, 유통 중개인들(middlemen)이 미국 환자들에게 가격을 전가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보건 정책 전문 변호사 폴 킴(Paul Kim)은 이번 명령이 "현행 법률이 허용하는 범위를 넘어섰다"고 지적했다. 조지타운대학의 보건법 교수 로런스 고스틴(Lawrence Gostin)도 "구체적 조치가 시행되고 기업들이 실제 가격 인하 압박을 받을 시, 대규모 소송이 쏟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시장에서는 이번 명령이 "세부 실행안이 부재한 수준"이라며 실제 약가 인하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BMO 캐피탈마켓의 에반 시거맨(Evan Seigerman) 애널리스트는 "트럼프는 이미 1기 정부 당시 유사한 정책을 시도했지만 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렸다"며 실현 가능성에 회의적인 시각을 밝혔다.

이에 따라 하락세를 보였던 제약주들은 이날 반등했다. 머크(MRK)는 5.8%, 화이자(PFE)는 3.6%, 길리어드 사이언스(GILD)는 7.1% 상승 마감했고, 시가총액 기준 세계 최대 제약사 일라이 릴리(LLY)는 2.9%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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