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가 트럼프 행정부의 환경규제 철회에 맞서 법적 소송과 독자 전기차 정책을 동시에 가동한다. 연방정부와의 정면 충돌을 피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로이터는 20일(현지시각), 롭 본타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을 비롯한 민주당 소속 주 법무장관들이 규제 폐지 철회를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캘리포니아 대기자원위원회(CARB)는 새로운 배출 규제와 전기차 보조금 제도를 내놓으며 연방과는 다른 독자 노선을 선언했다.
민주당 주 법무장관들, 집단 반발…“EPA 온실가스 규제 폐지 철회”
트럼프 행정부 환경보호청(EPA)은 온실가스가 인류 건강에 위해하다는 과학적 근거를 무효화하려 하고 있다. 이른바 ‘위해성 판단’이 폐지되면 자동차, 발전소, 산업시설 전반의 온실가스 규제가 무력화된다.
이에 대해 롭 본타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은 19일(현지시각) “이번 제안은 검증되지 않은 에너지부의 연구 보고서에 의존해 과학적 근거를 무시한 채 15년 이상 유지된 기준을 뒤엎으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EPA의 시도가 “국민 건강과 환경을 지키려는 법적 의무를 저버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롭 본타 법무장관은 지난 7월 트럼프가 캘리포니아의 자동차 배출 기준을 무효화하는 법안에 서명한 직후 연방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크리스 메이즈 애리조나주 법무장관은 “EPA는 기후변화의 비용을 고려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매사추세츠의 안드레아 캠벨 법무장관은 규제 폐지를 두고 “자동차 배출 규제를 한꺼번에 없애려는 위험한 시도”라고 규정했다. 미시간의 다나 네셀 법무장관 역시 “연방정부가 과학적 판단을 무시하는 것은 법적 책무를 방기하는 행위”라며 “그 어떤 주도 기후위기와 대기오염에서 안전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CARB, 연방 세액공제 대체 보조금·신규 배출규제 추진
캘리포니아주는 동시에 독자 노선을 걷기 위한 실질적인 규제 마련에 나섰다. 캘리포니아 대기자원위원회(CARB)는 19일(현지시각)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연방정부의 규제 완화에 대응해 전기차 전환을 앞당길 새로운 전략을 내놨다.
이번 보고서는 개빈 뉴섬 주지사가 6월 서명한 ‘행정명령 N-27-25’에 따라 준비됐다. 뉴섬 주지사는 주 정부 기관들에게 전기차 보급 확대와 청정 교통 정책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리안 랜돌프 CARB 위원장은 “캘리포니아는 연방정부에 기대지 않고 독자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 한다”며 “현 연방 정책은 불법적이며 수년간의 성과를 잃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차세대 배출 규제안인 ‘첨단 친환경 자동차 III(ACCⅢ)’ 마련에 착수했다”고 설명했다.
CARB는 ▲민간투자 유치 ▲인센티브 마련 ▲인프라 확충 ▲연료비 절감 ▲규제 강화 ▲공공 조달 등 여섯 가지 권고 조치를 제시했다.
보고서는 연방 세액공제 종료에 대비해 주 차원의 보조금 신설을 검토하는 동시에, 저탄소연료기준(LCFS)을 통해 민간 투자를 유치해 전기차 보급과 충전 인프라 확충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충전 인프라는 교통 요충지에 충전소를 집중 설치하고, 충전기 신뢰성을 높이며, 9월로 종료되는 카풀 차선(HOV Lane)과 톨비 감면 혜택 연장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CARB는 전기요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캘리포니아 기후 크레딧’을 활용하고, 전력·수소 연료비 절감 방안을 추진하며, 전기차와 전력망을 연계하는 전기차-전력망 통합(VGI) 기술의 도입을 추진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아울러 배터리 보증과 내구성 기준을 강화하고, 항만·물류창고 등 간접 배출원을 대상으로 한 규제 신설을 제안했으며, 주·지방정부 차량을 무공해차로 전환해 시장을 선도하는 계획도 내놨다.
환경단체도 환영의 뜻을 밝혔다. 어스 저스티스(Earthjustice)의 애드리언 마르티네즈 국장은 “연방정부의 무책임한 정책에 맞서 캘리포니아가 독자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현명한 선택”이라며 “전기차 확대는 환경적 필요일 뿐 아니라 일자리 창출 등 경제적 이점도 크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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